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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원태 '조현아 지우기'에 조현아 '전문경영인 제안' 반격


  • 곽정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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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 2020-02-14 11:04:44

    ▲ 왼쪽부터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강성부 KCGI 대표, 권홍사 반도건설 회장. © 연합뉴스

    [베타뉴스=곽정일 기자] 조현아 대한항공 전 부사장이 `전문경영인 제안`을 통해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조현아 지우기'에 반격하고 있다.

    조 전 부사장과 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 반도건설 등으로 구성된 `한진그룹 정상화를 위한 주주연합(이하 주주연합)`은 김신배(66)포스코 이사회 의장을 포함해 사내이사 4명(기타 비상무이사 1명 포함)과 사외이사 4명 후보를 13일 제안했다.

    주주연합이 내세운 이사진은 사내이사에 김신배 전 SK그룹 부회장, 배경태 전 삼성전자 중국총괄 부사장, 김치훈 전 대한항공 상무를 내세웠고, 기타비상무이사로는 함철호 전 티웨이항공 대표이사를 추천했다. 사외이사 후보로는 서윤석 이화여대 교수와, 여은정 중앙대 경영경제대학 교수, 이형석 수원대 공과대학 교수, 구본주 법무법인 사람과사람 변호사 등 4명을 제안했다.

    주주연합은 "주주제안을 준비함에 있어 오직 한진그룹 정상화라는 확고하고 단일한 목적을 가지고 최대한의 진정성을 담아 이를 마련했다"며 "전문경영인과 외부 전문가들로 구성된 사내·사외이사 각 4명씩을 추가로 선임하자"고 제안했다.

    이날 주주연합은 이사진 추천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이사회 중심의 경영을 위해 이사 자격 요건을 강화하고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의 분리를 요구했다.

    이사의 선관주의의무 등을 명시하고 이사회 구성에 있어 성별 대표성을 확보하는 내용, 이사회 내에 감사위원회와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 내부거래위원회, 보상위원회, 거버넌스위원회 설치를 의무 사항으로 하고 위원장을 사외이사로 하는 내용 등도 제시했다. 선관주의란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로 일반적으로 요구되는 정도의 주의를 다 하는 의무를 뜻한다.

    주주연합은 "이번 주주제안을 통해 한진칼이 대주주 중심의 경영에서 벗어나 이사회 중심의 경영으로 나아가는 길을 제시하고자 한다"며 "올해 8월부터 시행되는 개정 자본시장법상 이사회 구성에서의 성별 다양성 확보 규정을 한진칼의 정관 변경안에 선도적으로 도입하고, 여성 사외이사 후보(여은정 교수)를 추천해 성별 다양성을 확보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번 주주제안이 다가오는 한진칼의 주주총회에서 통과되는 경우 한진그룹은 전문경영인제와 이사회 중심 경영이라는 새로운 `플랫폼`에 도착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은 조 전 부사장이 주도했던 (주)왕산레저개발 지분과, 호텔 건립을 추진하기 위해 구입했던 송현동 땅 매각
    을 추진하는 등 일명 '조현아 지우기'를 시도했다. 이번 주주연합의 제안은 이에대한 반격이라는 것이 대다수의 평가다.

    이번 주주제안에 대해 업계에서는 그동안 '가족 경영'의 폐해로 지적되온 한진그룹에 대해 이미지 쇄신을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국회 산업통상위원회 관계자 K는 "그동안 한진그룹의 가족들 모두 경영에 일정 부분 참여했는데 갑질 논란에 휩싸인데다 실적마저 나락으로 떨어졌던 것이 사실"이라며 "전문경영인 체제 선언을 통해 캐스팅 보트를 쥔 국민연금과 소액주주들의 표심을 잡기 위한 주주연합의 제안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반면 이번 주주연합의 제안에 실효성이 없다는 의견도 있다. 항공업 경험이 없는 사내이사를 주요 전문경영인으로 내세웠고, 사내이사 후보 중 조 전 부사장과 대한항공에서 오랫동안 같이 일했던 전직 임원이 포함된 점도 논란의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김신재 SK그룹 부회장과 배경태 전 삼성전자 부회장은 항공업 경험이 없고, 김치훈 전 대한항공 상무는 조 전 부사장과 1990년 말에서 2000년대 초까지 기판사업본부에서 함께 근무한 경력이 있다.

    이에 대해 K는 "그렇게 따지면 항공업 경험이 많아서 지금 (대한항공의) 실적이 이렇다는 것인가"반문하며 "항공업 경영이라는 것이 특수한 것도 아니고 일반 경영과 큰 차이는 없다고 본다. 그리고 조 전 부사장도 엄연한 주주고 항공업 경험자의 조언도 필요하기 때문에 (김치훈 전 대한항공 상무를) 추천한 건데 뭐가 문제가 되나"라고 반문했다.


    베타뉴스 곽정일 기자 (devine777@beta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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