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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투고] 돈벼락과 날벼락 사이 '줌마'의 땡볕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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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 2017-08-11 17:27:14

    조석 귀뚜라미 소리에 기승을 부리던 한여름 무더위가 언제였나는 듯, 서늘한 기운이 감돈다.

    우리 모두를 힘들게 한 올 여름, 나에게는 초대형 개인 금융사고가 돌발, 더 잊지 못할 여름이었다. 어릴 때부터 보물찾기 한 번 못 해 본 사람이 갑작스레 돈벼락을 맞은 사연. 특히 해당 은행에게는 '구시렁'일 수 있으나 감히 시작한다.

    무더위에 정신없이 돌아가는 직장 일에 온종일 휴대폰을 볼 여유가 없던 지난 7월. 파김치로 집에 돌아와 하루 신상 정리차원에서 핸드폰을 보니 금융사 콜센터가 보내온 문자메시지가 있었다.

    “신한은행 ○○지점입니다. 타행환자금반환 관련, 연락이 되지 않아 문자 남깁니다. 문자 확인하시고 ○○지점으로 연락주시면 됩니다.”

    뜨악한 문자였다. 올 봄 이사오면서 대출금을 모두 갚았는데 '잘못 처리 되었나' 하는 걱정이 앞섰다. 대출 계좌를 확인해보니 문제는 없었다.

    부재중 전화를 확인하니 같은 번호가 여러 번 찍혀 있었다. 도대체 타행환자금반환이 무엇인지, 인터넷 검색해보니 누군가 잘못 송금하여 내 계좌로 돈이 들어왔으니 이것을 반환하라는 것이었다.

    당장 계좌를 확인해보았다. 통장에 50,000,000원이라는 거금이 입금되어 있다. 입금자명은 ㈜에○○○○.

    순간 뉴스에서 듣던 사기대출이 의심되었다. 누군가 내 신상을 털어 대출을 일으킨 후, 내 통장에 대출금을 입금시켜 놓고 전화를 하여 '잘못 입금되었으니 안내한 계좌로 보내주라'하여 돈을 되돌려주면 결국 그 돈은 본인 명의의 대출로 꼼짝달싹 못하고 꼬박 갚아나가야 한다는….

    열대야 속 잠은 뒤척뒤척, 노심초사 다음 날 신한은행에 전화걸어 확인하니 잘못 입금된 금액이니 점심시간에 잠깐 나와서 그 돈을 되돌려 달라고 했다.

    '음... 근데 나는 아무 잘못도 없는 데 사람을 오라 가라 하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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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뜨거운 한여름에 돈벼락보다 날벼락을 면하게 해준 독자의 S은행 통장 잔고

    요즘 은행 문턱이 많이 낮아졌다는 데, 죄인 취급하듯 직접 환급하라는 은행 직원의 말에 살짝 기분이 상했다. 은행까지 오라고 하니 전화사기 보이스 피싱으로 여기기 않았으나 그래도 사기대출의 의심은 가시지 않았다.

    "사기대출이면 차장님이 책임을 지셔야 합니다"고 다짐을 받은 나는 요즘 통신사와 금융사들이 상담 시에 대화녹음 일방 통보가 생각나, 녹음을 하겠다고 말을 전한 뒤 해당 은행 갈 채비를 했다.

    '사기 대출은 아닌 모양이니 당연히 돌려주어야지'

    만 원짜리 한 장만 잃어버려도 오래오래 속상한데, 엉뚱한 데로 5천만 원의 거금을 보낸 것을 알고 있을텐데 그 회사는 얼마나 땅 꺼지게 걱정을 했을까. 주말 내내 잠도 편히 못 자고 자신을 책망했을 텐데, 서둘러 돌려주는 게 마땅하지 하는 이런 생각뿐이었다. 그 때까지는...

    한낮 은행 발걸음은 현실이었다. 금액이 커서 1000만원 한도인 인터넷뱅킹도 안되고, 직장에 매인 사람이 시간을 내서 은행까지 걸음해야 하는 불편함.

    '그래~! 좋은 일에는 수고를 아끼지 않아야 하는 거야' 그리 생각하고 오존 농도 높은 땡볕을 한참 걸어 신한은행 지점을 찾아 직원의 도움을 받아 온전히 찾아 반환을 부탁했다.

    내 통장에는 50,000,000원이 ‘타행반환’이라고 찍혀 빠져 나가고 다시 잔고는 266,351원. 홀가분했으나 뭔가 아쉬웠다.

    소액 잔고로 돌아간 탓만이 아니다. 선행 아닌 사람의 의무를 한 뒤에 보상심리도 있었지 않았을까 싶다. '말 한마디로 천냥 빚을 갚는다'는 식의 말을 듣고 싶었던 것이다.

    창구 뒷전에 들려오는 "더운데 수고하셨습니다."라는 사무적인 인사보다는 돈을 돌려받은 분이 고맙다는 말을 전할 수 있는 조치가 있었다면 하는 서운함이 컸다.

    '그랬다면 땡볕 흐른 땀이 시원하게 날라갔을텐데.'

    안도의 한숨을 내 쉴 원주인의 모습을 그리며 '앉아' 영업하는 은행측에 괘씸함을 달래는 사이, 돈벼락이 대출사기 날벼락으로 떨어졌다면 어떠했을까 하는 '끔찍한' 상황이 생각났다. 순간 몸서리 처졌다.

    거액의 입출금을 둘러싼 우발 사건에 줌마는 땡볕 대낮에 피서 아닌 피서를 경험한 지난 여름. 담보 대출로 집의 실질 소유가 은행인 가계 현실에 가위눌려 간 듯하면서도 그런 무의식이 사소한 선행으로 이어지고 본인에게는 대출사기를 면해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줌마. 소슬 바람이 부니 은행에 끌려갈 수밖에 없는 주부의 처지가 곱씹어진다.

    '그래도 돈벼락보다 날벼락을 면한게 어딘가' / 기고 = 김윤미 (54세, 서울 진관동 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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