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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보다 나은 아우, OCZ SSD ‘트리온 150’ 240GB


  • 신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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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 2016-03-16 21:50:55

    SSD 시장은 조금씩 평균적인 성능을 내는 보급형과 폭발적인 성능을 구현한 고성능 라인업으로 뚜렷하게 나뉘고 있는 분위기다. 무엇보다 메모리 설계 구조에 의한 라인업 전개가 이런 현상을 가속화하고 있다. 과거에는 자사의 설계 능력을 보여주기 위해 고성능 라인업을 중심으로 제품을 전개했다면, 최근에는 보급 역량의 확대를 위해 보급형 라인업 증대가 두드러진다.

    보급형 SSD가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는 것은 단연 TLC 메모리의 본격적인 양산이 시작되면서다. 기존 한 셀에 2비트 데이터를 저장할 수 있었던 MLC(Multi Level Cell) 방식과 달리, 한 셀에 3비트 데이터 저장이 가능한 TLC(Triple Level Cell)는 용량과 가격적 이점을 한 번에 제시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TLC 메모리는 셀에 대한 제어를 담당하는 컨트롤러의 더 정밀한 성능을 요구한다. 데이터를 주고받는 것부터 시작해 셀의 수명과 저장순서에 대한 알고리즘이 더 세밀해야 문제가 발생하지 않기 때문이다. 초기 모 SSD 제조사에서 보여준 문제는 이를 잘 보여주는 예라 하겠다. 하지만 그 이후, 여러 제조사들은 이를 반면교사 삼아 다양한 SSD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지금 소개할 OCZ 트리온(TRION) 150도 그런 제품 중 하나다. 앞서 출시된 트리온 100의 후속으로 선보인 이 제품은 기존 제품의 좋은 점은 이어 받고, 부족한 부분은 더 채웠다. 겉으로 보이는 사양은 차이가 없지만, 그만큼 내실을 더 다졌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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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트리온 100의 뒤를 잇는 트리온 150


    OCZ는 트리온 100 시리즈를 선보인 바 있다. 본격적인 TLC 낸드플래시 SSD 라인업으로 도시바 A19nm 공정이 적용됐다. 출시 당시 비교적 저렴한 가격과 안정적인 성능으로 주목받았고, 시장에서의 반응도 긍정적이었다. 트리온 150은 이 트리온 100의 후속 라인업으로 미세공정 메모리가 탑재된 점이 다르다.

    후속 제품이라는 점을 확실히 알 수 있는 부분은 패키지. 기존 트리온 100과 비교하면 화려한 느낌을 준다. 그럼에도 OCZ SSD라는 것을 인지할 수 있게끔 했다. 패키징만 놓고 본다면 어지간한 고급형 제품 못지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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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규격은 2.5인치, 두께 7mm 사양이라는 점은 변함없다. 일반 데스크톱 PC는 물론이고 울트라북이나 일반 노트북에 장착 가능한 규격이다. 이전과 마찬가지로 제품의 가격대나 성격 등을 고려해 두께를 2mm 높여 9mm로 변환해주는 스페이서는 제공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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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결 규격은 SATA 6Gbps를 따른다. 리뷰에 쓰인 240GB 제품 기준으로 순차 읽기 초당 550MB, 순차 쓰기 초당 520MB 가량의 성능을 제공한다. 무작위 읽기/쓰기 성능(4K QD32 기준)은 각각 9만/4만 3,000 IOPS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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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트리온 150의 컨트롤러는 TC58계열이다. 도시바에서 생산했는데, 이는 트리온 100에서 쓰였던 바 있다. 이전에는 코드명 아리산(Alishan)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컨트롤러는 트림(TRIM)과 폐영역 회수(Garbage Collection) 등의 주요 기능을 지원해 낸드 플래시의 성능과 수명을 최대한 쓸 수 있도록 돕는다.

    낸드 플래시도 도시바의 모듈을 사용한다. A19nm 공정이었던 전작과 달리 15nm로 더 미세해졌다. 눈에 보이는 사양은 그대로지만 전송속도를 개선해 실제 체감 성능 향상에 초점을 맞췄다. 도시바 측 자료에 따르면, 내부 전송 속도가 약 50%가량 개선되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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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시바 TLC 낸드플래시와 컨트롤러의 조합으로 트리온 150 240GB는 150만 시간의 신뢰도(MTBF)와 함께 쓰기 수명 60TB를 구현할 수 있게 됐다. 이는 하루에 55GB를 쓰는 것에 해당된다. 보증은 3년으로 OCZ 실드플러스(ShieldPlus) 프로그램이 적용된다.

    OCZ GURU로 꼼꼼하게 관리한다

    흥미로운 점은 보급형이지만 OCZ SSD 관리 애플리케이션인 'SSD 구루(GURU)'를 지원한다는 점이다. 이전 OCZ는 툴박스(Toolbox)라는 이름으로 관리 애플리케이션을 제공해 왔다.

    하지만 구루는 단순 정보 확인이나 펌웨어 업데이트 등 기본적인 것보다 상태 확인이나 인터페이스, 세부 지원을 위한 링크(OCZ 홈페이지) 등 더 세밀한 기능이 있어 한 번 사용해 보는 것을 추천한다.

    OCZ 홈페이지를 통해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하면 알아서 연결된 TRION 150 SSD를 알아챈다. 첫 화면에는 내부 용량과 상태, 온도 등을 보여주고, 연결 인터페이스나 펌웨어 버전 등도 쉽게 확인하도록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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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OCZ TRION 150의 완성도를 한층 높여주는 SSD GURU 애플리케이션.

    메뉴는 전반적인 상태를 보여주는 오버뷰(Overview), SSD 성능을 최적화하는 기능과 오버 프로비저닝(Over Provisioning)를 지원하는 튜너(Tuner), 펌웨어 업데이트와 보안 삭제를 지원하는 메인터넌스(Maintenance), SSD 구루의 설정을 위한 세팅(Setting), 온라인 지원이나 소프트웨어 확인을 위한 헬프(Help) 메뉴 등 5가지가 있다.


    무엇보다 보급형임에도 오버 프로비저닝을 지원한다는 것이 인상적이다. 이 기능은 SSD에 예비공간을 두어 상태가 안 좋은 영역(배드블록)이나 폐영역 회수(Garbage Collection), 데이터 균등 분배(Wear Leveling)가 되도록 만드는 것이다.

    내부와 외부 오버 프로비저닝으로 나누는데, 내부는 처음부터 SSD 자체에 공간이 할당되는 것이고 SSD 구루처럼 소프트웨어 방식으로 제어하는 방식을 외부라 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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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튜너 메뉴에서는 오버 프로비저닝 용량 분배를 위한 항목이 있다.

    하드웨어 자체로 구현되는 것은 아니지만 SSD의 수명이나 성능 유지를 위해 오버 프로비저닝을 지원한다는 것은 의미 있다 하겠다. 하지만 무조건 많은 용량을 오버 프로비저닝으로 할애한다고 도움되는 것은 아니니, 적당한 용량으로 설정하는 것이 좋다.

    ■  보급형이 가진 가치 이상의 성능


    차세대 보급형 SSD를 지향하고 있는 OCZ 트리온 150 240GB SSD. 성능은 어느 정도일까?

    인텔 코어 i7 5960X 프로세서와 DDR4 32GB 램, X99 칩셋 메인보드 등으로 꾸며진 시스템에서 테스트를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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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nvil's Storage Utilities에서는 테스트 사이즈 1GB 기준으로 순차 쓰기 528.52MB/s, 순차 읽기 489.25MB/s를 기록했다.

    제조사 기준 순차 읽기 550MB/s, 순차 쓰기 520MB/s의 사양인데 제원에 거의 다다른 성능을 보여준다. 단순 읽기, 쓰기 성능은 SATA 6Gbps 인터페이스에서 쓸 수 있는 성능을 최대한 끌어 쓰고 있는 수준이라 판단된다.

    SSD에서 중요한 성능 지표로 작용하는 4K 무작위 읽기/쓰기 테스트(QD16)에서는 쓰기 8만 7,396 IOPS, 읽기는 7만 5,453 IOPS를 기록했다.

    흥미롭게도 쓰기 속도가 제원인 4만 3,000 IOPS를 훌쩍 뛰어 넘는 수치다. 여러 번 테스트를 진행했음에도 결과에는 차이가 없었다. 읽기 속도는 9만 IOPS로 차이는 있으나 성능 자체로는 무난하다고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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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S SSD 벤치마크는 순차 읽기 528.3MB/s, 쓰기는 498.01MB/s를 기록했다. 테스트 성향 자체는 앞서 Anvil's Storage Utilities 테스트 결과와 다르지 않아 보인다.

    제조사가 밝힌 순차 읽기, 쓰기 속도와도 큰 차이가 없다. 4K 테스트 결과를 보자. 읽기 222.95MB/s, 쓰기는 323.11MB/s를 기록했다. 읽기 속도보다 쓰기 속도가 더 빠른 점이 인상적이다.

    테스트를 통해 확인해 보니, 순차 읽기/쓰기에서는 읽기 성능이 무작위 읽기/쓰기 항목에서는 쓰기 속도가 더 우위에 있었다.

    큰 파일을 주고 받거나 애플리케이션 또는 운영체제 구동을 위해 필요한 작은 파일 입출력, 상반되는 두 사항의 균형을 잡고자 한 흔적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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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D Tune 테스트를 통해 제품의 성향을 파악해 봤다. 먼저 읽기 성능을 보자. 테스트 결과, 일정한 흐름을 유지하고 있음이 확인됐다. 평균 460.7MB/s로 최소와 최대간 차이도 9MB 가량을 보였다. 파장이 갑자기 강하하거나 튀는 현상도 발견되지 않았다. 전반적으로 안정적인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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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쓰기 테스트 결과를 보자. 초반에 한 번 하락하는 현상이 있지만 읽기와 마찬가지로 일정한 파장을 그려나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단순 최소와 최대 속도를 비교하면 차이가 매우 크지만,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상황에서의 성능 차이는 약 50MB/s 정도였다. 읽기 속도와 비교하면 차이가 있지만, 제품의 성격을 어느 정도 감안하면 수긍될 수치다.

    SSD 입문하기에 알맞은 성능과 용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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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반적인 사양은 트리온 100과 비교해 큰 차이는 없지만, 안정성 측면에서는 개선된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현재 후속으로 나온 트리온 150이다.

    이전 제품과의 가격 차이도 크지 않아 시간이 흐를수록 특유의 매력이 더 살아날 것으로 예상된다. 기존 제품의 향방은 알기 어렵지만 세대 교체는 충분히 가능한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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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형 미칠 아우 없고 아비 미칠 아들 없다는 속담이 있다. 동생이 아무리 잘 났어도 형만 못하고, 아들이 잘 났어도 아버지만 못하다는 말이다. 하지만 IT 세계에서는 이 말은 통하지 않는다. 기술의 발전으로 이전 세대보다 나은 제품이 출시되고, 시간이 흐르면 또 이를 뛰어 넘는 후속 기술이 모습을 드러낸다.

    OCZ 트리온 150도 그렇다. 시기상으로 형일 트리온 100을 압도까지는 아니더라도 더 안정적인 성능을 낸다. 소비자 입장에서 두 제품을 놓고 비교했을 때, 같은 가격 또는 큰 차이 없는 수준이라면 이 제품을 선택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SSD 맛을 한 번 보고 싶다거나, 이미 맛을 봤는데 조금 더 합리적으로 접근하고 싶다면 한 번 고려해 봐도 좋을 것으로 보인다. OCZ의 국내 공식수입원은 인컴씨앤씨로 해당 제품에 한해 OCZ SSD 관련 문의나 보증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베타뉴스 신근호 기자 (danielbt@beta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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