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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만든 최신 윈도우, 붉은별3.0 직접 써 보니...


  • 이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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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 2014-12-31 16:56:04

    북한에서는 어떻게 컴퓨터를 쓸까? 마이크로소프트가 만든 윈도우를 북한에서도 쓰고 있을까? 궁금한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최근에 북한에서 붉은별3.0 이라는 운영체제를 내놨다고 해서 너무 궁금한 나머지 직접 구해서 설치해 보았다.

     붉은별은 리눅스를 약간 수정해서 만든 운영체제였다. 그래서 설치 방법도 리눅스와 똑 같았다. 약간의 디자인이 다르고, 문구가 북한식이라는 정도의 차이만 느껴졌다.

    설치는 VM웨어 웍스테이션(vmware workstation)에 가상 컴퓨터 방식으로 설치해 보았다. iso 파일을 다운로드 받은 후 VM웨어에 불러와서 설치하는 형태다. VM웨어에서 기본으로 제공하는 8GB 용량으로 시도하니 공간이 부족하다고 설치 안된다고 떠서 10GB 이상으로 늘린 후에야 설치를 완료할 수 있었다.

     

    붉은별 3.0 설치를 시작하니 "우리식 조작체계 붉은별"이라는 문구가 뜨는데, 좀 안타까운 생각이 들었다. 우리식을 강조하면 제대로 된 운영체제를 만들어 보던가, 겨우 만들었다는 것이 리눅스를 약간 수정한 정도에 지나지 않다니... 

    결국 북한은 우리식이라고 하면서 리눅스를 보급하는데 앞장서는 꼴이 된듯하다. 달리 말하면 운영체제를 만든다는 것이 수 많은 표준을 지원하고 수 많은 업체들과 협력해야 만들 수 있는 것인데, 북한처럼 고립되어 있는 나라에서는 자체 운영체제 개발이 불가능에 가깝다는 소리이기도 하다.

    리눅스를 수정해서 만든 붉은별 3.0

    심심한 붉은별 3.0 바탕화면

     

    VM웨어에 설치해 본 붉은별 3.0

    설치를 완료하고 부팅해 보니, 심심한 바탕화면이 뜨고, 시작버튼 위치에는 빨간색 별 모양이 위치해 있었다. 소프트웨어를 설치할 수 있는 앱스토어도 없고, 세상과 거의 단절 되어 있다 보니 독제국가인 북한에서 쓰기에는 적당한 운영체제가 아닌가 싶기도 하다.

     

    별다른 소프트웨어도 없고 하다 보니 북한에는 해커가 많을 수 밖에 없을꺼라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부터 컴퓨터는 리눅스로 배우고, 놀꺼리는 주지 않으니, 남한 아이들이 게임에 빠져 있는 동안 북한 아이들은 해커가 되어가고 있는 것이 아닐까?

    남한과 다른 컴퓨터 용어도 통일시대를 준비하기 위해서라도 맞춰가는 노력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그러나 다시 생각해 보면 서로가 자기쪽으로 맞추라고 요구할 것 같아 이것도 쉬운 일은 아닐듯 하다. 북한이 우리쪽에 맞추면 모를까, 우리가 컴퓨터 용어를 북한을 위해 바꿀 리는 없지 않을까?

    한동안 리눅스를 쓰지 않다가 이번 붉은별 3.0으로 인해 다시 리눅스를 써 보게 되니 감회가 새롭다. 요즘 우리 아이들이 게임에 너무 빠져 있는 것 같은데, 리눅스와 프로그래밍을 가르쳐 보면 경쟁력이 더 올라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조작탁'은 뭘까? 실행해 보기 전까지는 뭔지 감이 잘 오지 않았다. 조작탁은 윈도우에서는 '명령 프롬프트'같은 것이다. 도스 모드랄까. '탁'은 책상(데스크)이라는 뜻일까?

    PDF열람기가 기본으로 내장 되어 있는 것이 좀 신기했다. 북한에서도 PDF 문서를 많이 쓰는 것 같다.

    '화상열람기'는 그림판 같은 프로그램이다. 서버를 북한에서는 '봉사기'라고 한다. 봉사기감시는 서버감시다. 통합서버관리는 북한말로 통합봉사기관리다.

    웹브라우저를 북한에서는 '웨브열람기'라고 한다. 어설픈 한글화가 웃프다.

    '본문편집기'는 윈도우에서는 메모장에 해당된다. 그런데, 한글 키보드 순서가 우리와 달라 '본문편집기'로 글을 써 보려 했으나, 잘 되지 않아 잠시 시도하다가 포기했다. 등록정보를 보며 발견한 것, 북한에서도 소프트웨어 보호법이 있기는 있는 것같다.

    붉은별3.0을 처음 설치했을 때는 워낙 들어 있는 것이 없어 볼 것이 없는데, 그나마 눈에 띄는 것이 자세한 사용설명서다. 사용설명서 첫구절은 항상 김정일의 '우리식 프로그램 개발'을 강조하는 문구가 들어가 있는 것이 눈에 띄었다.

    이렇게 '우리식'을 강조하는 것은 바꿔 말하면, 가만히 놔두면 북한 사람들도 '우리식'이 아닌 '미국식'으로 쓰려고 하기에 이런 부분을 강조한 것이 아닐까? 컴퓨터가 서양에서 만들어진 것이라 '우리식'으로 하는데도 어려움이 많을 것같다.

    붉은별은 김책공업종합대학에서 만들었다. 이런 저런 프로그램을 보니 다 김책공업종합대학이라고 써져 있다. 이런 것을 보면서 북한 최고의 공대는 김책공대라는 것을 다시 느낄 수 있었다.

    잠시 붉은별3.0을 써 보면서 호기심 반 우려반의 심정이 느껴진다. 혹시나 북한에서 백도어를 설치해 놓은 것이 아닐까, 국가보안법에 걸리는 것은 아닐까, 내 비밀번호가 북한으로 넘어가는건 아닐까, 등 다양한 걱정이 들었다.

    이곳저곳에 써 놓은 '우리식 조작체계'라는 말도 북한 주민들을 현혹하는 부분이 아닐까 싶다. 리눅스를 살짝 수정해 내놓은 것이지, 이것이 어떻게 '우리식' 조작체계라는 것인가? 북한 사람들은 전체를 다 북한에서 만들었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베타뉴스 이직 기자 (leejik@beta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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