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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화학·한화케미칼 등 1군 발암물질 미세먼지 배출조작 '충격'


  • 조창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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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 2019-04-17 20:28:53

    여수 산업단지 사업장 적발…4년간 1만3천건 기록부 조작·허위 발급
    충격적인 카카오톡 내용…"보내주신 날짜·농도로 만들어 드리면 되나요?"
    1군 발암물질 미세먼지 정책 근본 뒤흔들어…LG화학 "관련 시설 폐쇄" 공식사과

    LG화학, 한화케미칼[009830]을 포함한 전남 여수 산업단지 사업장들이 대기오염 물질 측정대행업체와 짜고 미세먼지 원인물질 수치를 조작한 충격적인 실태가 드러났다.

    온 국민이 1군 발암물질인 미세먼지 공포로 떨고 있을 때 이들 업체는 정부와 국민을 속이기 위해 머리를 맞댄 것으로 조사됐다.

    환경부와 영산강유역환경청은 미세먼지 원인물질인 먼지, 황산화물 등의 배출량을 조작한 4곳의 측정대행업체와 측정을 의뢰한 사업장 235곳을 적발했다고 17일 밝혔다.

    영산강유역환경청은 지난해 3월부터 최근까지 광주, 전남 지역의 대기오염 물질 측정대행업체들을 조사한 결과 여수 산업단지 지역 4곳의 조작 사실을 확인했다.

    이 4곳은 측정을 의뢰한 235곳에 대해 2015년부터 4년간 대기오염 물질 측정값을 축소해 조작하거나 실제로 측정하지도 않고 허위 성적서를 발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4곳의 측정대행업체는 지구환경공사, 정우엔텍연구소, 동부그린환경, 에어릭스다.

    이들과 공모한 배출사업장은 LG화학 여수화치공장, 한화케미칼 여수 1·2·3공장, 에스엔엔씨, 대한시멘트 광양태인공장, 남해환경, 쌍우아스콘 등 6곳을 포함한 235곳이다.

    영산강유역환경청은 4곳의 측정대행업체와 6곳의 배출업체를 기소 의견으로 광주지방검찰청 순천지청에 지난 15일 송치했다.

    나머지 배출업체에 대해서는 현재 보강 수사를 진행 중으로, 수사가 마무리되는 대로 추가로 검찰에 송치할 계획이다.

    4곳의 측정대행업체는 235곳의 사업장으로부터 측정을 의뢰받아 2015년부터 4년간 총 1만3천96건의 대기오염도 측정 기록부를 조작하거나 허위로 발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측정대행업체의 대기측정 기록부를 조사한 결과 직원 1명이 같은 시간대에 여러 장소에서 측정한 것으로 기록한 8천843건은 실제 측정을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4천253건은 실제 측정값을 축소한 것으로 드러났다. 4천253건의 측정값은 실제 대기오염 물질 배출 농도의 33.6% 수준으로 조작됐다고 환경부는 전했다.

    심지어 LG화학은 염화비닐 배출 기준치를 173배 이상 초과했는데도 이상이 없다고 조작하기도 했다.

    먼지와 황산화물 측정값도 법적 기준의 30% 미만으로 조작해 대기기본배출 부과금도 면제받을 것으로 조사됐다.

    배출업체와 측정대행업체가 주고받은 카카오톡 메시지, 이메일 내용은 충격적이다.

    측정대행업체 직원은 카카오톡으로 "메일로 보내주신 날짜와 농도로 만들어 보내드리면 되나요?:라고 물었다. 이에 배출업체 직원은 측정대행업체 직원과 몇 마디 더 주고받은 뒤 "탄화수소 성적서 발행은 50언더로 다 맞춰주세요^^"라고 메시지를 보냈다.

    배출업체 직원은 "죄송하다"며 특정 기간의 수치도 조작해달라고 부탁하기도 했다.

    배출업체 관계자가 측정대행업체 직원한테 보낸 이메일에는 특정 날짜와 굴뚝, 항목을 언급하면서 '수치를 얼마로 바꿔달라'고 직접적으로 요청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배출업체와 측정대행업체 사이에 금품이 오간 정황은 파악된 바 없다. 이 같은 범법 행위의 배경에는 두 업종 사이 '갑을' 관계가 있다.

    최종원 영산강유역환경청장은 "측정대행업체는 배출업체로부터 수수료를 받기 때문에 배출업체의 요구를 충족해줘야 하는 측면이 있다"며 "차제에 이런 '갑을 관계'를 차단할 수 있는 근본적인 개선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처럼 측정·분석과 관련한 부당한 지시를 하면 1년 이하 징역·1천만원 이하 벌금, 측정 결과를 거짓으로 기록하면 500만원 이하 과태료를 부과하는 등 처벌 수위가 너무 낮은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이에 대해 신건일 환경부 대기관리과장은 "과태료나 벌칙을 강화하는 부분도 내부적으로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에 적발된 사례처럼 측정값을 조작하거나 허위로 기재하는 것은 온 국민의 관심사인 미세먼지 정책의 근본을 뒤흔드는 행위다.


    베타뉴스 조창용 (creator20@beta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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