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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버라이즌에 뺏길라...한밤중 5G '세계최초' 상용화 해프닝


  • 조창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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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 2019-04-04 06:08:38

    ▲SK텔레콤이 3일 5G 론칭 쇼케이스에서 세계 최초 5G 가입자를 소개하는 모습. 사진 왼쪽부터 SK텔레콤 박정호 사장, 김연아 선수, 페이커 이상혁 선수, 장애인 수영선수 윤성혁, 최장기 고객 박재원, EXO(엑소)의 백현과 카이. 이들은 당초 5일 개통 예정이었지만 과기정통부의 요청에 따라 3일 오후 11시에 5G 스마트폰을 기습 개통했다 © SK텔레콤 제공

    일반인 개통 5일 이전에는 1호 가입자들끼리만 5G 스마트폰 혜택을 누릴 수 있어

    일반인 대상 5G(5세대) 스마트폰 이동통신 서비스가 3일 국내에서 세계 최초로 개시됐다. 이로써 우리나라는 작년 12월 1일 세계 최초로 기업용 5G 상용화에 성공한 데 이어 일반용 5G 서비스도 '세계 첫 개시' 타이틀을 갖게 됐다. 하지만 정부가 세계최초 타이틀을 거머쥐는데 대한 조급증으로 무리한 '한밤중 5G 세계최초 상용화 개시' 행사를 벌인데 대해 국민들은 소비자를 혼란에 빠트리고도 '전과'에만 혈안이 돼있다는 비판을 하고 있다.

    4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5G 상용화 세계최초 타이틀을 뺏길 수 있다고 판단한 과기부는 3일 밤 이통 3사, 삼성전자 측과 개통 시기 앞당기기에 나섰다. 3일 오후 11시로 개통 시간이 결정된 데 대해 복수의 이통사 관계자들은 "자정을 넘기면 버라이즌과 같은 4일 상용화가 될 우려가 있기 때문에 3일에 하는 것이 안전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단 일반 소비자를 위한 5G 스마트폰 판매는 당초 계획대로 5일부터 시작한다.

    이날 통신3사는 이미 1호 가입자도 선정해놨고, 폰 테스트와 망 테스트도 해놓은 상황이었다. 한국 시간 3일을 넘기지 않기 위해 개통 시간은 오후 11시로 결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시간 4일을 하루 차이로 美 버라이즌을 제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SK텔레콤은 이날 오후 11시 아이돌 그룹 '엑소(EXO)', 월드스타 김연아, 'e스포츠계의 메시' 이상혁(페이커), 31년 최장기 고객 박재원씨, 뇌성마비를 극복한 수영선수 윤성혁씨 등 5명의 첫 5G 가입자에 대한 5G 서비스를 개통했다. 앞서 SKT는 이날 오전 이들 5명을 첫 5G 가입자 겸 홍보대사로 선임하고 '갤럭시S10 5G'를 전달해 스위치만 켜면 언제든 개통이 가능했다.

    KT도 이날 오후 11시에 1호 5G 가입자 개통 행사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LG유플러스는 서울 종로3가 대리점에서 1호 가입자인 유튜버 김민영과 개통 행사를 했다.

    이런 세계최초 해프닝은 삼성전자 미국 사업부가 “버라이즌이 상용화 시점을 11일에서 4일로 앞당긴다”는 동향을 삼성전자 한국 본사에 보고했고, 이 내용은 3일 오후 5시5분 과기정통부에 긴급히 전달됐기 때문에 일어난 것이다. 이런 내용을 보고받은 과기정통부는 3일 오후 긴급 회의를 열었다.

    해외 통신장비 회사와 한국 기업 현지 법인 등을 통해 다양한 경로로 진위 파악을 시도했다. 하지만 사실 관계를 확인할 수 없었다. 과기부는 그러나 버라이즌이 한국과 세계 최초 5G 상용화 타이틀을 위해 치열하게 다투고 있는 경쟁사인만큼 당초보다 사용화 시점을 앞당길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결론을 이날 오후 8시 내린다.

    하지만 한밤의 5G 기습 강행에 대해 과기정통부의 조급증이란 지적이 나온다. 미국 버라이즌의 상용화 방식은 LTE 단말기에 5G 모뎀을 추가한 방식으로 삼성전자의 갤럭시 S10 5G 모델처럼 5G 전용 모뎀칩을 담은 제품이 아니다. 또 서비스 지역 역시 시카고와 미니애폴리스 등 2개 지역 정도로 국내처럼 광범위한 지역에 2만~3만개 정도의 기지국을 깐 것과는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한 통신업계 관계자는 “이미 작년 12월 세계 첫 5G 상용화를 한 마당에 버라이즌의 상용화 방식은 국내 수준의 완성도 높은 5G 상용화가 아닌데도 정부가 무리하게 한밤에 기습적으로 일정을 강행해 소비자들을 혼란에 빠트렸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이동통신사가 모든 게 준비됐는데 늦출 필요가 없다고 요청해서 상용화 일정을 앞당겼다"고 설명했다.

    1호 가입자와 일반 가입자 개통일을 차별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각사가 준비하고 있던 1호 가입자에 개통이 이뤄진 것으로 알고 있다"며 즉답을 피했다.

    5G의 세계 최초 상용화를 기념하는 민관 합동 행사 '코리아 5G 데이'도 당초 계획대로 오는 8일 시행된다.


    베타뉴스 조창용 (creator20@beta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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