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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버스' 기획 송경동 시인, 2심 "국가 배상 책임 없다"


  • 이동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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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 2018-08-21 17:05:44

    ▲  21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송경동 시인(왼쪽) 등이 "희망버스에 대한 손해배상소송은 집회·시위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법원이 지난 2011년 한진중공업의 정리해고에 반대하며 '희망버스' 시위를 기획했던 시인 송경동씨에게 국가가 손해배상금을 청구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앞서 2014년 1심은 송씨가 국가에도 배상액을 물어야 한다고 판단했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이를 뒤집고 국가의 청구를 기각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항소6부(김행순 부장판사)는 21일 국가를 비롯해 경찰관 14명이 송씨와 박래군 인권재단 사람 상임이사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국가의 청구를 모두 기각했다.

    국가는 '희망버스' 시위 진압 과정에서 시위대들의 불법 행위로 경찰관 무전기 등 장비가 손상됐다며 송씨 등에게 배상을 요구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경찰이 일부 폭력 시위참가자를 진압·체포하는 혼란 상태였던 만큼 참가자들의 직접적인 불법행위와는 무관하게 장비가 손상되고 분실됐을 가능성이 높다"며 송씨 등의 책임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봤다.

    재판부는 다만 다친 경찰관 4명에 대해서는 송씨의 책임을 인정하고 총 488만여원을 지급하라고 판단했다. 1심이 국가와 경찰관에게 지급하라고 한 1528만원보다 책임 비중이 크게 줄었다.

    재판부는 "시위에서의 역할, 발언 내용 등을 보면 송씨는 시위 참가자들이 경찰에게 폭력을 행사할 걸 예견하고도 시위를 강행하고 격화시켰다"며 "비록 송씨가 경찰관들에게 직접 폭력을 행사하지 않았다 해도 마찬가지로 공모에 의한 불법행위가 인정된다"고 설명했다.

    2011년 한진중공업 정리해고를 반대하며 김진숙 전 민주노총 지도위원은 309일간 크레인 농성을 벌였다.

    송씨는 김 위원의 고공농성을 응원하기 위해 2011년 6월 11일부터 전세버스를 타고 농성 현장을 찾아가 연대 활동을 벌이는 '희망버스'를 조직했다.

    그해 7월 9일 2차 희망버스를 조직한 송씨는 부산역과 김 위원이 농성 중인 영도조선소 부근에서 7천명이 참여한 집회와 시위를 주도했다.

    그날 밤 11시 25분께 시위대는 경찰이 설치한 차단벽을 뚫고 김 위원이 있는 영도조선소로 들어가려다 경찰과 충돌했다.

    이 과정에서 일부 경찰이 시위대가 들고 있던 우산 등에 맞아 다쳤다. 갖고 있던 무전기나 비품을 빼앗기기도 했다.

    국가와 경찰관 14명은 시위대의 이런 행동으로 전치 1∼12주의 부상을 했고 무전기 등도 파손됐다며 송씨 등을 상대로 2011년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이날 항소심 선고 직후 송경동 시인은 기자회견을 열어 "국가의 '괴롭히기 소송' 탓에 수많은 사법 탄압 피해자들이 생겨나고 있다"며 "희망버스 시위 당시 경찰이 불법 댓글공작을 벌였다는 점에 대해 수사가 이뤄지는 만큼, 결과가 나오면 재심 청구 등 국가와 경찰에 책임을 묻겠다"고 말했다.


    베타뉴스 이동희 기자 (press@beta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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