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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민주당, 호남 후보들 안일함 다그치는 ‘경선 룰’ 만들어야


  • 박호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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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 2018-01-06 13:30:02

    해를 넘기며 6.13 지방선거가 카운트다운 됐다.

    긴장과 초조함에 쌓이는 느낌은 비단 후보들만의 것은 아닐 것이다. 유권자들 역시 여느 선거와는 차별화된 관심을 보여주고 있다. 새로운 여권의 탄생, 그리고 야당 발 정계 개편이 가파르게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늘 그렇지만, 호남은 중앙 정국의 동향과는 또 다른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국민의당의 위축에서 비롯된 변화다. 바른정당과의 통합이 호남에서도 약간의 지지세 상승으로 나타나곤 있지만, 지난 총선 때와 비교하면 현재 국민의당에 대한 호남의 지지세는 날개 없는 추락에 다를 바 없다.

    이는 곧바로 호남을 대하는 더 민주당의 자세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 고개가 쳐들어지고 어깨에 힘이 들어가는 중이다. 당의 위세에 그렇게 변화가 오니 민주당 간판을 걸고 선거에 나오는 후보들의 태도도 닮아간다. 한마디로 호남을 주머니속의 쌈짓돈으로 여기는 민주당의 고약한 호남 풍토병이 도지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한 불만의 수군거림이 벌써부터 번지고 있다.

    최근에 지인에게서 들었던 일화 하나를 소개한다.

    모 후보자가 연말이 다가올 즈음에 찾아와 다짜고짜 도와달라는 얘길 하더란다. 그래서 자신이 도움을 줄 게 뭐냐고 물었더니…ARS 여론조사 전화가 걸려오면 자신을 꼭 눌러달라는 부탁이었다. 그리고 끝까지 전화를 끊지 않아야 유효표가 된다는 말까지 덧붙이면서.

    지인은 한마디로 황당하고 불쾌했다고 말했다. 유권자인 자신을 전화 여론조사 한번 눌러주는 사람 정도로 가볍게 여기는 오만함이 풍겨왔던 탓이다. 최소한 지역을 위해 열심히 하겠으니 믿고 지지해달라는 정도의 인사만 정중히 갖췄어도 그렇게 화가 나진 않았을 것이라는 게 지인의 푸념이었다.

    당의 경선 통과가 곧 당선이라는 호남 민주당 후보들의 안일한 태도가 전형적으로 드러난 사례다. 이를 보며 오래도록 몸에 익은 잘못된 습벽은 한 번의 회초리로 당장 고쳐지진 않는다는 점을 새삼 실감한다.

    지난 총선에서 민주당은 출범한지 얼마 되지도 않은 신생정당인 국민의당에 호남의 전 지역구를 넘겨주는 수모를 감수해야 했다. 반성도 했다. 호남은 내 손아귀에 있다는 오만함이 싹쓸이 전패의 결과를 남겼다는 통렬한 자기 고백도 했다. 결국 이 같은 민주당의 발 빠른 성찰이 정권창출의 적잖은 동력이 됐다는 사실 또한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 반성문의 잉크가 채 마르기도 전에 민주당의 호남 후보들은 망각의 강을 건너기라도 하듯 못된 옛 습벽에 다시 빠져들고 있는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볼 때, 바른정당과의 통합과정에만 매달려 민주당의 호남 견제세력으로 존재했던 정체성을 내팽개치다시피 한 국민의당의 행보는 참으로 아쉬운 대목이다.

    정치는 생물이라는 한국 정치사의 잠언이 있다. 이는 곧 한번 죽었다고 영원히 죽는 것이 아니라는 말이기도 하지만 한번 살았다고 영원히 사는 것은 아니라는 역설의 의미 또한 내포하고 있음은 물론이다.

    민주당은 이미 호남 유권자들의 경고음이 울렸다는 사실을 결코 간과해선 안된다. 호남권 후보, 그 중에서도 특별히 광주 전남권 후보들의 안일함을 다그칠 수 있는 엄정한 ‘경선 룰’을 만들어야 한다는 얘기다.


    베타뉴스 박호재 (hjpark@beta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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