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들어 가상통화 비트코인 거래가 연초 대비 17배 이상 폭등한 가운데 일본 개인 투자자들이 가격 상승을 이끌었다는 분석이 나왔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의 11일 보도에 따르면 지난 10~11월 동안 전 세계 비트코인 거래의 40%를 일본 엔화가 차지, 달러를 제치고 세계 최대 점유율을 기록했다. 일본에서 가상 통화가 합법적인 결제 수단으로 인정된 이후 가격 상승을 노리는 개인 자금이 유입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비트코인 가격이 폭등하면서 투기적인 움직임도 다수 포착되고 있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이 신문이 전 세계 가상화폐 거래소에서 비트코인 거래량을 조사한 결과, 지난 2016년에는 중국 위안화가 전체의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었다. 그러나 중국 당국이 올해부터 가상 통화 거래를 규제하고 나서자 중국의 점유율은 거의 제로 수준까지 떨어졌다.

이후 주역으로 떠오른 것이 바로 '일본'. 지난 10월 통화 별 점유율에서 일본 엔화의 점유율은 42%로 미국 달러(36 %)을 제치고 세계 1위를 차지했다.

11월에도 일본 엔화는 41%로 선두 자리를 유지하고 있으며 엔화 거래가 전 세계의 50를 넘는 날도 있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지적했다.

이렇듯 엔화 거래가 급증하게 된 계기는 일본 정부의 자금결제법 개정안 시행 이후부터다. 일본 정부는 지난 4월 자금결제법을 개정, 비트코인을 합법적인 결제 수단으로 인정하고 가상화폐거래소를 허가했다.

피스코(Fiso) 디지털 자산그룹의 타시로 마사유키 애널리스트는 "이 개정안으로 거래소의 감사 및 고객 자산의 분별 관리가 의무화되면서 개인이 비트코인을 접하기 쉬워졌다"고 설명했다.

다만 결제 수단이 아닌 가격 상승을 노리는 투기성 자금이 개인 거래의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이 문제다. 비트코인의 가격 변동폭이 커지자 개인 투자자들이 주식이나 외환(FX)거래에서 비트코인 거래로 이동하고 있는 것이다.

일본 주요 거래소 중 하나인 비트 플라이어의 현재 이용자 수는 지난해 말보다 2.5배 증가한 상태다. 이 중 60%가 30대 이하다. 비트코인 거래소를 운영하는 테크뷰로(Tech Bureau)의 아사야마 타카오 사장은 "일본 거래 참가자는 100만 명이 넘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일본 내 개인투자자들이 가격 상승을 이끌면서 이달 1비트코인 가격은 연초보다 약 17배까지 치솟았다. 도쿄에 사는 한 30대 남성은 "보너스까지 합쳐 2주 전 800만엔 어치를 구매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투자자를 위한 보호 시스템은 아직 제대로 구축되지 않은 상태다. 매체에 따르면 차입금을 활용해 원금(증거금)보다 큰 규모의 거래를 하는 레버리지 거래를 하는 개인 투자자도 많다.

일본 내에서는 QUOINE이나 비트포인트 재팬, GMO코인 등으로 원금의 최대 25배까지 비트코인을 살 수 있다고 한다. 일본 금융청은 FX 거래에서 레버리지 한도를 25배에서 10 배로 낮추는 규제를 현재 검토 중이다.

또 비트코인의 가격 변동폭은 환율보다 심하지만 이를 막을 뚜렷한 규제는 현재 없는 상황이다. 이달들어 1일 변동률(종가 기준)이 평균 7%로 달러/엔 환율(0.3%)을 넘어서고 있지만 증거금 비율 이상의 가격이 하락할 경우 추가 증거금을 차입하지 않으면 전액을 잃게 된다게 이 신문의 설명이다.

미쓰비시UFJ리서치&컨설팅의 가도 사토루 수석연구원은 "시세 조종에 대한 규제도 없어 가격 형성을 감시하는 제도가 필요하다"고 경고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한국에서는 당국이 투자자를 보호하거나 거래소 규제를 강화하는 법령의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베타뉴스 박은주 (top515@beta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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