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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현확 전 총리 육성 증언록, "신군부로부터 대통령 제안 받아"


  • 이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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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 2017-09-21 08:30:03

    1980년의 봄 이전인 1~2월, 신군부가 과도정부 체제에서 최규하 대통령을 조기 퇴진시키고 국무총리 신현확을 새 대통령으로 추대하려 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신철식 전 국무조정실 정책조정차장은 21일 펴낸 ‘신현확의 증언’에서, 당시 전두환 보안사령관이 신현확 총리를 찾아와 대통령을 맡아달라고 제안했으며, 신 총리는 “하극상”이라며, 이를 일거에 거절했다고 밝혔다. 당시 전두환 보안사령관이 중앙정보부장을 겸직하면서 신군부가 정치 개입을 시작하자 주위에서 ‘신현확 체제’에 대한 논의가 다시 제기되자 출마를 며칠 고민한 뒤 결국 불출마로 가닥을 잡았다는 것이다.

    신 차장이 생전에 아버지 신현확 전 총리와 장장 40시간에 걸쳐 녹음한 20개의 테이프를 바탕으로 기록한 이 증언록에는 현대사의 주요 지점에서 새로 밝혀지는 이야기들이 다수 들어있다.

    신현확 전 총리, 신군부로부터 대통령 제안 받아_980062


    증언록에 따르면, 1987년 봄 박종철 고문치사사건 이후 국민들의 분노가 거세지고 전두환 대통령의 호헌을반대하는 시위가 들불처럼 번지자 신 총리는 노태우 당시 민정당 대표에게 직선제 개헌 수용으로 정국을 돌파할 것을 제안했다. 직선제를 통해 선거에서 이길 수 있을지 망설이는 노 대표에게 신 전총리는 3김의 야권분열로 승산이 있다고 설득했다는 것이다.

    노 전 대통령은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신 총리의 조언을 구했다. 그 중 정치자금과 관련된 대목도 있다. 1989년 3월 말 중간평가 공약이 야당과의 협의하에 유보되자 중간평가에 대비해 기업인으로부터 모은 정치자금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하는 노 대통령에게 재벌들에게 돌려주라고 했다는 것. 노 대통령은 이를 받아들여 실제로 돌려주려 했지만 받은 사람은 많지 않았다는 걸 나중에 기업인들로부 들었다고 했다.

    10.26 당일 밤, 신 총리의 행적도 기록돼 있다. 당시 신현확은 국무총리 최규하에게 비상계엄을 선포하되 계엄사령관이 대통령에게 직통 보고하는 전국계엄이 되지 않도록 제주도를 제외한 부분계엄을 제안했다.

    신군부는 1980년 5월16일 현역 장성 44인의 연명으로 비상계엄 확대와 국회 해산, 국보위 설치를 대통령 최규하와 국무총리 신현확에게 요구했다. 이 안건을 다룬 심야 대책회의는 반대하는 신현확과 밀어붙이려는 군 장성들 간의 입씨름으로 이어졌고, 결국 신현확은 다음날 국무회의에서 이 안건이 가결되자 총리직을 사퇴했다.

    ‘TK인맥의 대부’로 불린 신 총리는 1공화국부터 6공화국까지 대한민국현대사 곳곳에 흔적을 남겼다. 최연소 나이로 부흥부 장관에 임명,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설계하고 3·15 부정선거 관련 및 자유당 정권의 관련자로 2년7개월간 옥살이를 했다. 3공화국에선 박정희 대통령에게 발탁, 경제정책을 이끌었다.


    베타뉴스 이환 (press@beta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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