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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금한령 6개월… '요우커' 대신 '따이공' 가득한 면세점


  • 박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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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 2017-09-19 17:16:54

    [베타뉴스 박지수 기자] 지난 18일부터 19일까지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면세점에 방문해 보니 30여명이 넘는 사람들로 대기줄이 길게 이어졌다.

    중국 정부가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배치에 대한 보복으로 지난 3월 15일 자국민의 한국 단체관광을 금지하는 '금한령(禁韓令)'을 내리면서 면세점엔 중국인 단체 관광객(요우커)이 뚝 끊겼다.

    요우커가 떠난 면세점 안에는 내국인, 일본·대만·홍콩·동남아시아 관광객들과 이른바 '따이공'(代工)이라고 불리는 중국 보따리상이 채우고 있었다.

    ▲서울 중구의 한 대형 면세점 안에는 관광객들과 따이공들로 북적이고 있다. ©베타뉴스 박지수 기자

    따이공은 한국 단체 관광이 금지되면서 한국 화장품을 구매하고 싶은 이들에게 인터넷을 통해 선주문을 받고 대신 물건을 사다주는 역할을 한다.

    면세점 안에 들어서니 따이공들이 커다란 캐리어 안에 LG생활건강 '후', 아모레퍼시픽 '설화수' 등 국내에서 비교적 고가로 팔리는 제품들을 담고 있는 모습이 눈에 띈다.

    면세점 직원 A씨는 "중국어를 사용하는 손님 대부분은 따이공"이라며 "보따리나 캐리어 안에 물건을 담아간다"고 설명했다.

    서울 중구의 또 다른 면세점 역시 비슷한 풍경이다. 따이공들은 한쪽 구석에서 사야할 화장품과 개수가 적혀 있는 메모지를 손에 들고 구매한 제품을 체크했다.

    면세점 직원 B씨 역시 "중국인 단체 관광객이 끊긴 후 동남아시아 관광객들과 따이공들이 자리를 메우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면세점에서 따이공이 차지하는 매출 비중은 약 50%에 달한다. 과거에는 중국인 단체관광객 60%, 따이공 5% 수준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껑충 뛰어오른 셈이다.

    롯데·신라 등 대형 면세점들도 따이공 비중이 30~40%에 육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한국면세점협회에 따르면, 지난 7월 국내 면세점을 찾은 외국인수는 106만명으로, 1인당 구매금액이 654달러다. 지난해 7월 외국인 1인당 구매액 322달러의 두배에 육박한다.

    면세점 업계 관계자는 "중국인 단체 관광객이 전혀 없음에도 불구하고 매출은 크게 줄지 않았다"며 "이는 따이공들의 대량 구매 덕분"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국내 주요 화장품업계인 LG생활건강은 지난 8월부터, 아모레퍼시픽은 이달부터 특정 브랜드들의 면세품 판매 개수를 제한했다. 아모레퍼시픽은 시내면세점과 인터넷면세점에서 설화수, 라네즈, 아이오페, 아모레퍼시픽 브랜드의 구매개수를 브랜드별 5개로 줄였다. 구매 제한이 없었던 프리메라, 마몽드, 리리코스 등의 브랜드도 최대 10개까지만 살 수 있도록 했다.

    LG생활건강은 '후(천기단 화현·공진향 인양·진율향 진율·공진향설 미백·비첩 자생)'와 '숨37도 워터플 3종 세트' 등의 구매 개수를 5개로 제한했다.

    따이공이 급증하는 이유에 대해 면세점 업계는 사드배치로 인해 생긴 하나의 현상으로 보고 있다.

    면세점 업계 관계자는 "단체 관광이 금지된 가운데 한국제품을 찾는 중국인들의 니즈로 인해 생겨난 하나의 마켓"이라고 분석했다.

    또 다른 면세점 업계 관계자는 "사드배치로 인해 생겨난 일시적인 현상"이라며 "매출을 유지하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의 한 중소면세점 안에는 손님들이 없어 직원들이 휴대폰을 보거나 서로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다. 보따리상 역시 눈에 띈다. ©베타뉴스 박지수 기자

    대형 면세점과는 달리 중소면세점은 한산한 모습이다. 손님이 없는 매장 직원들은 열심히 주변을 단장했다. 핸드폰을 보거나 다른 직원들과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중소면세점 역시 따이공들이 한쪽에는 보따리를 두고 의자에 앉아 핸드폰을 보며 쉬는 모습이 쉽게 눈에 띈다.

    면세점 직원이 "어서오세요"라며 손님들께 밝은 모습으로 인사했지만 꼭 필요한 물건 외에는 그냥 지나가는 손님들이 대부분이다.

    면세점 업계가 따이공들을 위해 최대 30% 가량 할인해 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는 고객에게 주는 구매 혜택 중 하나이다.

    업계 관계자는 "따이공 역시 고객 중 하나"라며 "구매가 많으니 할인폭도 커진 것"이라고 밝혔다.


    베타뉴스 박지수 (pjs@beta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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