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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뱅 포비아'…카카오뱅크, 금융사고 연발에 고객 두려움 증폭


  • 전근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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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 2017-08-31 01:42:55

    ‘대출먹통’, ‘명의도용’, ‘보이스피싱’ 총체적 문제점 노출

    시중은행, 신용대출 금리인하 및 해외송금 수수료 할인 봇물

    타성 젖은 기 금융권 쇄신 '메기효과' 긍정적 평가 속 보완점 속출

    카뱅 “명의도용은 가족 간 일…우리가 어떻게 막나”

    [베타뉴스 전근홍 기자]인터넷뱅킹의 열풍을 몰고 온 카카오뱅크에 대한 공포증이 경쟁사인 시중은행과 이용고객들에게 확산되고 있다.

    출범 한 달 만에 신규계좌 수 3백만을 돌파하면서 기존 은행권에 큰 위협 상대로 급부상, 시중은행이 고객 이탈 방지를 위한 서비스 개선에 박차를 가하는 반면 인터넷뱅킹의 편리성과 금리혜택을 기대한 신규 고객이 넘치면서 시스템 오작동과 명의 도용 등 금융사고가 속출, '카뱅'마니아들의 인터넷뱅킹에 대한 두려움도 확산되는 상황이다. 이른바 '카뱅 포비아'다.

    31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지난 27일 출범한지 한 달이 된 카카오뱅크의 신규 고객 수는 307만 명이며, 예·적금 수신액은 1조 9580억 원, 대출액은 1조 4090억 원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 4월 출범한 케이뱅크의 여·수신액 기록을 한참 넘어 선 것이다.

    출범한지 한 달이 지나도록 신용대출과 마이너스통장 대출 서비스가 원활히 운영되지 않아 관련 민원도 급증하고 있다.(사진=베타뉴스DB)

    출범 한 달 만에 수 3백만을 돌파한 카카오뱅크가 시중은행의 신용대출 금리인하와 수수료할인, 모바일서비스 확대를 불러와 이른바 ‘메기효과(Catfish effect)’를 일으키고 있다. 

    하지만 잔고가 텅 빈 계좌가 절반 이상이나 되고 대출시스템 먹통, 명의도용, 보이스 피싱 등의 구조적인 문제가 불거져 향후 활성화 될 ‘비대면 거래’에 대한 신중론까지 등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 카카오뱅크의 ‘메기효과’…시중은행, 신용대출 금리인하 및 수수료할인 동참 봇물

    전국은행연합회에 따르면 16개 시중 은행의 8월 일반신용대출 평균금리는 연 4.73%다. 불과 한 달 전인 7월의 연 4.79%에 비해 0.06% 포인트 하락한 수치다.

    지난 6월 일반신용대출 평균금리 연 4.85%와 비교해도 0.12% 포인트 떨어진 수치로써 이는 최저 연 2.83% 금리를 제공하는 카카오뱅크 신용대출 상품이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카카오뱅크가 해외송금 수수료를 시중은행들의 10분의 1수준으로 책정하면서, 외환서비스 수수료 할인 경쟁도 치열한 상황이다.

    카카오뱅크의 해외송금수수료는 5000달러 이하일 경우 5000원이며, 이를 초과할 경우 1만원이다. 전신료, 중개수수료, 수취수수료는 전부 무료다.

    이에 따라 시중은행들도 일제히 고객 모시기에 나섰다.

    KB국민은행은 해외송금 수수료를 건당 1000원으로 인하했으며, 우리은행은 연말까지 인터넷뱅킹이나 모바일을 통해 3000달러 이하 금액을 해외로 송금할 경우 수수료를 2500원~5000원 선으로 인하했다.

    신한은행 또한 연말까지 모바일 앱을 이용해 3000달러 이하의 금액을 해외로 송금할 시 수수료를 면제할 방침이다. 기존에 8000원이던 전신료 역시 5000원으로 할인했다.

    @ 카카오뱅크 ‘비대면거래’ 허점 노출… 결국 “빛 좋은 개살구”

    이 같이 변화의 원동력으로써 긍정적인 평을 받고는 있지만 접속자가 몰려 시스템 과부하로 ‘대출먹통’에 ‘명의도용’과 ‘보이스피싱’까지 산적해 있는 문제가 너무 많다.

    더욱이 충성도 높은 고객 확보가 시급하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17일 기준 카카오뱅크 입출금통장 중 잔고가 0원인 계좌는 178만좌로 전체 입출금통장(265만좌) 중 67.2%를 차지했다. 계좌 10개 중 7개는 잔고가 없는 ‘깡통계좌’란 소리다.

    또 출범한지 한 달이 지나도록 신용대출과 마이너스통장 대출 서비스가 원활히 운영되지 않아 관련 민원도 급증하고 있다.

    실제 카카오뱅크 앱을 설치한 뒤 대출을 받기 위해 한도 조회 버튼을 누르면, ‘앞서 접수한 고객의 대출 신청이 진행 중이며 대기시간이 길어져 잠시 후 시도하라’는 문구가 반복적으로 뜬다.

    심각한 문제는 또 있다. 대출과 관련된 명의도용과 보이스피싱 사례가 발견된 것.

    카카오뱅크에 따르면 가족 간에 명의를 도용해 입출금 계좌를 개설하거나 소액대출 서비스를 받은 사례가 10건이나 접수됐다. 또 상담직원을 사칭해 고객들에게 전화를 걸어 대출상담을 이유로 개인정보를 요구한 사례가 잇따라 발생했다.

    현재 카카오뱅크는 모바일 앱 공지사항을 통해 ‘보이스 피싱 사례가 발견돼 주의가 필요하다’는 당부의 글을 안내하고 있다.

    황은재 카카오뱅크 홍보책임자는 “명의도용 사례의 경우 가족 간에 신분증을 도용하거나 모바일을 대여해 벌어진 일로 알고 있는데, 이 같은 일을 우리가 어떻게 막겠느냐”라며 “대출 시스템이 먹통이라는 지적과 보안상의 취약점이 지적된 만큼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카카오뱅크의 대출 먹통 사태는 은행창구를 폐쇄하는 일에 버금가는 행태”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은행 업무는 기본적으로 신뢰를 기반으로 하는 것"이라며 "비대면 거래의 구조적 취약성이 들어나 리스크 관리에 허점이 노출된 만큼 카카오뱅크가 역으로 시중은행의 업무 노하우를 배워야 할 시점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베타뉴스 전근홍 (jgh2174@beta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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