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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 첫 재계 간담회…'오뚜기' 콕 찝은 속내


  • 김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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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 2017-07-24 08:27:58

    [김세헌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오는 27~28일까지 취임 이후 첫 기업인과의 간담회인 '일자리 창출 상생협력 기업인과의 대화'를 개최한다.

    2일간 진행되는 이번 기업인 간담회는 총 15개 그룹이 8개 그룹과 7개 그룹으로 나뉘어 각각 참석한다.

    이번 간담회는 문재인 정부의 최우선 화두인 일자리 창출과 상생협력을 위해서는 민간기업의 손을 맞잡을 수밖에 없다는 현실인식이 반영된 결과로 볼 수 있다.

    간담회 참석그룹은 삼성, 현대자동차, SK, LG, 롯데, 포스코, GS, 한화, 현대중공업, 신세계, KT, 두산, 한진, CJ 등 농협을 제외한 민간 14개 그룹이고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일자리창출 상생협력 우수중견기업 오뚜기 등이 참여한다.

    정부 측에서는 경제부총리,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공정거래위원장, 금융위원장 등이 참석한다. 재계 입장에선 경제 전반의 밑그림을 그리는 국가경제 총사령탑이 모두 동원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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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재인 대통령

    특히 재계가 꺼려하는 공정거래위원장과 금융위원장이 한자리에 모임에 따라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기업인들이 우려했던 사안들에 대한 정부의 기본 틀을 다시한번 확인시켜주게 될 것으로 보인다.

    24일 청와대와 재계 등에 따르면 이번 간담회는 문재인 대통령이 한미정상회담으로 미국을 방문했을 때 구상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기업인과의 대화에서는 더불어 잘사는 경제, 사람중심의 경제 등 새 정부의 경제철학을 기업인들과 공유하고 일자리 창출 및 대(對)중소기업 상생협력을 위한 정부와 기업의 역할에 대해 상호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눌 것으로 보인다.

    이번 간담회는 형식면에서 과거 정부의 기업인 간담회와 차별화를 둘 것으로 예상된다. 과거의 형식적인 대통령과의 대화방식에서 탈피해 진솔하고 깊이 있는 대화가 가능한 형태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이를 통해 일자리와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등을 주제로 허심탄회한 대화가 이뤄질 전망이다.

    특히 이번 간담회에서는 과거 기계적 기준으로 작동해온 '15대 그룹'의 틀을 유지하되 정부와 밀접한 거리를 유지하고 있는 농협은 제외하고 오뚜기를 선택했다는 점이 주목된다. 오뚜기는 문재인 정부의 모토인 일자리 창출은 물론 협력사와의 상생에서도 모범적인 기업으로 꼽힌다.

    재계에서는 오뚜기의 '착한기업' 이미지가 현 정부의 중견기업 적폐청산 기조와 상당부분 부합된 때문으로 평가하고 있다. 오뚜기는 중견기업 오너들의 비정상적인 경영권 승계문제가 비판을 받고 있는 가운데 현 정부 들어 '착한 기업'으로 다시금 조명을 받고 있다.

    편법적 수단을 동원, 오너 2세들에게 경영권을 넘기는 일부 중견기업들과는 달리 자산 1조6500억원대 오뚜기를 상속받으며 상속세 1500억원을 낸 함영준 회장의 행보가 명확하게 대비되기 때문이다.

    특히 소비자들은 최근 상속세 납부,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라면값 동결 등의 행보를 보인 오뚜기에 대해 '갓(God)뚜기'라는 애칭을 붙이는 등 오뚜기에 찬사를 보내기도 했다.

    실제로 오뚜기 함영준 회장은 지난해 12월22일 선대회장인 고(故) 함태호 명예회장으로부터 오뚜기 46만5543주(13.53%)와 계열사 조흥 주식(1만8080주, 3.01%)을 상속받았다. 선대회장이 별세한 지 3개월만이었다.

    함영준 회장은 기존에 보유하고 있던 오뚜기 지분 15.38%에 상속받은 주식을 더해 28.91%의 지분을 확보, 최대주주에 올랐다. 정직하게 기업을 물려받은 함 회장이 내야할 상속세는 1500억원에 이르렀다. 상속세·증여세법에 따라 30억원 이상의 상장 주식을 증여하면 증여세 50%가 부과되기 때문이다.

    함영준 회장은 1500억원의 상속세를 5년동안 분납키로 했다. 기업을 상속받으며 상속세를 내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하지만 대다수의 기업이 일감몰아주기 등 편법을 동원해 경영승계를 하는 것이 일반화돼 있는 탓에 소비자들은 함 회장의 '정직한 상속'을 신선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마트 시식사원 등 모든 직원을 100% 정규직으로 고용하고 있는 것과 식품업계들이 잇달아 가격인상에 나선 상황에서 라면값 동결을 결정한 것 역시 오뚜기에 대한 소비자들의 호감을 높이는 요소다.

    심장병 어린이 수술비용 지원과 장애인 재활지원 사업 후원 등 오뚜기가 벌이는 사회공헌 활동 역시 소비자들로부터 호평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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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28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헤이 아담스 호텔에서 열린 방미 참여 경제인과의 차담회에서 참석자들과 환담을 나누고 있다.

    무엇보다 이번 간담회에서는 각 기업들이 어떤 선물 보따리를 풀지 여부에 관심이 모아진다.

    앞서 기업들이 일자리위원회와의 정책간담회에서 문재인 정부 일자리 확대 정책에 적극 공감하며 하반기 채용 규모를 늘리겠다고 밝힌 만큼, 문재인 대통령과의 회담에서도 이 같은 방침을 재확인할 것으로 보인다.

    기존에 추진하려던 계획 중심으로 문재인 대통령에게 설명하되 이번 간담회에서 기업별로 깜짝 투자 계획을 발표를 할 가능성도 있다.

    먼저 삼성그룹은 전자를 필두로 계열사별 일자리 창출에 적극 노력한다는 방침을 내놓을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이 반도체와 디스플레이패널(DP) 분야, 소프트웨어 분야 등에 대한 투자 계획도 내놓을 지 주목된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부터 2018년까지 3년동안 3만6000명을 신규채용한다는 계획을 이행할 지 여부가 관심이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에만 1만여명 채용에 나섰으나, 최근 판매실적 부진에 처한 상황에서 채용규모를 늘려나갈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

    올해 대규모 투자로 울산 1공장에 이어 2공장 개선에 나서며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다는 점을 부각할 것으로 예상된다.

    SK그룹은 올해 채용 규모를 지난해보다 100여명 늘어난 8200여명으로 밝힌 바 있다. 하반기에는 기존 목표보다 더 많은 채용을 진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또 17조원을 투자해 에너지, 화학, ICT(정보통신기술)로 구성된 그룹의 사업 포트폴리오를 더욱 강화한다는 투자 계획을 언급할 것으로 예상된다.

    LG그룹도 채용과 관련된 구체적인 계획을 내놓을 주목된다. LG전자는 로봇 핵심 부품과 시스템 설계, 제작, 구동 시스템 설계 분야 전문가를 찾고 있다. 또 전지 자동화장비와 모듈장비, 디스플레이 장비, 전장(VC)사업 전반의 연구개발(R&D) 인력을 폭넓게 확보하고 있는 중이다.

    LG디스플레이도 플라스틱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모듈 공정, 장비개발 분야 등의 인력을 수혈 중이다. 최근 사업매각과 자회사 수익개선으로 충분한 자금여력을 확보한 만큼 전장사업 성장을 위한 투자 계획을 발표할 것으로 관측된다.

    KT그룹은 올해 상반기에 6000명을 채용한 데 이어 하반기에 4000여명을 추가 채용할 계획이다. 투자 부문과 관련해서는 5G(5세대) 이동통신 시대를 맞아 사업영역 확대 및 선두 자리를 확고히 할 수 있는 계획을 내놓을 지 주목된다.

    포스코, 현대중공업 등도 하반기 채용 및 투자계획 등을 밝힐 수 있을 지 관심이 모아진다.

    한편 문재인대통령의 이번 기업인과의 대화는 우선 15대 그룹을 주축으로 이뤄지고, 조만간 노동계 중소중견기업 및 소상공인과의 간담회를 별도로 가질 예정이다.


    베타뉴스 김세헌 (betterman8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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