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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한화생명 체험기]'짜고치는' 보상…일감몰아주기에 소비자는 '봉'


  • 전근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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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 2017-07-04 21:57:50

    한화생명 상품에 직접 청구해보니…자회사 손해사정법인 '합의'종용

    일감몰아주기 논란을 넘어…가입자 피해 주목해야

    근본적인 개선피해 시 구제시스템 구축

    [베타뉴스 전근홍 기자] [편집자 주] 본지 기자는 체력단련을 위해 다소 과격한 운동을 즐긴다. 운동 중에 얼굴 부위의 코뼈가 반복적으로 부러졌고, 가입한 한화생명 ‘변액 CI 종신보험’의 골절담보를 청구했으나 자회사 소속 손해사정사의 ‘현장심사’가 필요하며, 지급처리가 어렵지만 50% 삭감된 금액으로는 가능하다는 답변을 들었다.

    손해사정사의 업무 범위는 보험 사고 발생 시 보험약관 내에서 손해액과 보험금을 산정하는 역할이다. 하지만 보험사 편에서 기계적으로 피보험자와의 합의를 이끌어내는 일까지 벌어지는 것이다.

    이들 자회사 손해사정법인의 수익은 모기업의 일감에서 나오고 있으며, 모기업의 영향력 아래에 있어 보험금 산정 과정에서 제대로 된 역할을 할 수 있겠냐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기자가 겪은 사례처럼 결국 피해는 고스란히 가입자의 몫이다.

    “진단서를 첨부했는데, 왜 50% 삭감된 금액으로 합의를 해야 하는 거죠”

    운동 중에 반복적으로 코뼈가 부러졌다. 다친 부위와 시기가 겹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이에 보험금을 청구했지만 지급을 위한 확인이 필요하다는 답변을 들었다. 이후 현장심사를 나온 손해사정사가 합의를 종용해 푸념하듯이 던진 말이다.

    기자는 경제적으로 어렵다고 하더라도 미래에 닥칠 위험을 대비해야 한다고 생각해 한화생명의 변액 CI 종신보험에 가입했다. 열악한 삶의 질이 더 떨어져서는 안 된다는 절박함이 앞선 것이다.

    실상은 “보장하는 담보 구성이 괜찮기에 가입하는 것이 낫다”는 설계사의 답변과는 달랐다. 확인이 필요해서 자회사 소속의 손해사정사가 현장심사를 하겠다는 취지는 십분 이해가 되지만 50% 삭감된 금액으로 합의하면 지급하겠다니 허상을 몸소 느끼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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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확인이 필요해서 자회사 소속의 손해사정사가 현장심사를 하겠다는 취지는 십분 이해되지만 50% 삭감된 금액으로 합의하면 지급하겠다니 허상을 몸소 느끼는 순간이었다.[사진=베타뉴스 DB]

    @ 100% 자회사 손해사정법인 설립은 체계적인 손해사정 업무를 위해서다

    문재인 정부가 대기업의 자회사 일감몰아주기를 강력하게 규제 하겠노라 천명하면서 보험사들이 자회사인 손해사정법인에 대부분의 일감을 몰아줬다는 논란이 뜨거운 감자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한화생명(한화손해사정, 100%)을 위시한 대부분의 보험사들이 자회사로 손해사정법인을 두고 적정보험금을 산출하도록 하고 있다.

    삼성생명은 삼성생명서비스손해사정을 99.78%, 교보생명은 케이씨에이손해사정을 100% 지배하고 있다.

    손해보험사들 역시 동일한 지배구조를 보인다. 삼성화재는 삼성화재서비스손해사정과 삼성애니카손해사정을 100% 지배하고 있다. 현대해상은 현대하이카손해사정을, 동부화재는 동부씨에이에스손해사정을 100% 지배하고 있다.

    문제는 이들 손해사정법인의 매출이 모두 모기업인 보험사로부터 발생했다는 것이다.

    이들 손해사정법인의 지난해 매출 중 97.2%인 8750억원은 모회사 혹은 같은 기업집단 계열사들과의 거래에서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매출전체를 자회사인 보험사로부터 벌어들였다고 봐도 무방한 것.

    이 같은 사안에 대해 보험사들은 “손해사정법인이 난립해 있는 상황에서 개별 법인들의 업무능력에 대해 검증되지 않아 체계적이고 전문적인 시스템을 갖추고자 자회사 형태로 운영 중”이라고 항변했다.

    다소 논리에 맞지 않다는 지적이 거세다. 자회사 형태로 운영하지 않고도 아무런 문제가 없는 보험사도 분명 존재하기 때문이다.

    @ 손해사정업무 폐단 시정을 위한 입법논의 활발

    보험사가 체계적으로 손해사정 업무를 수행하겠다며 자회사 형태로 설립한 손해사정법인의 폐단이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 기자가 경험한 한화생명의 '합의종용' 폐단 역시 이를 방증하는 단편적인 사례 중 하나다.  

    이 같은 내용을 개선하겠다는 움직임은 문재인 정부 들어 더욱 활발하게 진행되는 모양새다.

    지난 5월 최도자 국민의당 의원은 보험계약자들이 손해사정사가 작성한 손해사정서를 받아볼 수 있도록 하는 보험업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손해사정사가 손해사정한 내용에 오류가 있더라도 이를 보험계약자가 알 수 없어 피해를 입는 것을 막겠다는 취지다.

    이와 함께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보험사가 손해사정을 자사에 유리하게 하도록 손해사정사에게 강요하는 행위 등 이른바 갑질을 방지하도록 하는 내용의 보험업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 ‘일감몰아주기’보다 가입자의 피해가 문제의 본질이다

    금융소비자연맹 이기욱 사무처장은 “대부분의 보험사가 자회사인 손해사정법인을 통해 보험금 지급 산정을 위한 심사를 맡기고 있다”며 “손해사정사가 보험금 지급을 최대한 삭감하도록 유도하기 위해 인사고과에 반영하는 제도를 운용하거나 성과급을 지급해 금융감독원에 적발된 사례도 있다”고 말했다.

    이 사무처장은 또 “일감몰아주기가 본질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라며 “결국 소비자의 피해를 막기 위한 제도적 정비가 필요한 상황인데, 보험사와 가입자간의 분쟁이 발생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구조적으로 손해사정 업무가 보험사에 종속돼 자회사 형태로 운용되기 때문이다”라고 지적했다.

    오세헌 금융소비자원 보험국장 또한 “보험사가 자회사로 손해사정법인을 운영하면서 지적됐던 사안들은 이미 10년도 넘었다”며 “일감몰아주기 논란보다 중요한 것은 가입자에 대한 피해를 막겠다는 제도적인 움직임”이라고 강조했다.

    오 국장은 또 “기자님이 겪은 사례처럼, 보험사에 종속된 손해사정법인이 제대로 된 업무를 수행 할 수 있겠느냐”며 “보험사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구조 속에서 가입자의 피해는 현재진행형일 수밖에 없다”고 일갈했다.


    베타뉴스 전근홍 (jgh2174@beta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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