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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닻 내리는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침몰한 '현대정신'


  • 김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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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 2017-06-27 09:45:10

    [김세헌기자]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 가동 중단이 현실화되자 불안감이 커지면서 지역사회의 우려 섞인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달까지 일감이 끝나면 일단 군산조선소는 다음 달부터 가동 중단이 본격화 되고 그 이후로는 시황에 따라서 또 회사가 가지고 있는 경쟁력에 따라 좌우될 전망이다.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는 도크 가동 중단이 가져올 지역경제 악영향을 고려하면 시황과 경쟁력으로 결정될 수밖에 없는 사안이 돼버렸다.

    군산지역에 총 1조4600억원을 투자한 현대중공업으로선 회사의 자산을 지키는 것이 가장 중요한 과제인 만큼 이를 위해 고심을 거듭했다는 입장이다.

    군산조선소의 선박 건조는 1년 기준으로 통상 5~6개의 공정으로 나뉘어 2개월여씩 작업에 들어가기 때문에 최소 6~7척의 선박이 수주돼야 안정적으로 운영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당초에는 일감 감소로 인해 현대중공업 정규직 6000여명의 유휴인력이 발생될 것으로 전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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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2월 전북 군산시 롯데마트 사거리에서 열린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 존치 범도민 총 결의대회'에서 손피켓을 든 시민 등 1만여명이 참여해 군산조선소 폐쇄 방침 철회'를 외치고 있다.

    이에 그동안 군산시 등은 “오는 2018년 중반 이후에는 조선업계가 회복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면서 경제 논리에 입각해 도크 가동을 중단하는 최악의 선택이 아니라 지역사회와 상생 발전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며 현대중은 물론 정부와 정치권에 지속적으로 요구해 왔다.

    2010년 준공한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는 25만톤급 선박 4척을 동시 건조할 수 있는 세계 최대 규모의 130만톤급 도크 1기와 1650톤급 골리앗 크레인을 보유하고 있다.

    조선업계에서는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가 일감 부족으로 폐쇄 위기에 임박하면서 국내 조선산업의 대표적 투자 실패 사례로 남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증폭되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지난 2008년 세계 금융위기가 터지며 미래 전망이 불투명한 상황에도 1조원 넘게 들여 군산조선소 건설을 강행했다.

    하지만 군산조선소가 가동을 시작한 2009년부터 조선 경기는 지속 내리막을 걸었고 최근 완전 바닥을 찍으면서 존폐가 거론되는 상황에까지 오게 됐다.

    폐쇄 가능성이 현실화되면서 현대중공업이 불황기 무리하게 과잉투자를 벌였다가 결국 상투를 잡은 것 아니냐는 시각이 업계에서 제기되기도 했다.

    현대중공업이 1조2000억원 규모의 군산조선소 건립 계획을 발표한 것은 2008년 1월이다. 직전 해인 2007년 조선업이 최호황기를 맞았던 만큼 처음 분위기는 나쁘지 않았다.

    같은 해 5월 착공이 시작된 시점에서 세계 금융위기라는 암초가 등장하며 문제가 발생했다. 향후 글로벌 경기 침체로 인한 선박 발주 급감 등의 상황이 예측됐기 때문이다.

    때문에 군산조선소 투자가 중단될 것이라는 이야기도 있었지만 현대중공업은 어떤 역경도 이겨낼 수 있다는 '현대정신'을 강조하며 해당 사업을 밀어붙였다.

    당시 이 사업을 적극 추진했던 것은 최길선 현대중공업 회장(당시 대표이사 사장)이다. 그는 한국경제의 미래를 위해 꼭 필요하다는 사명감과 군산조선소를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곳으로 성장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공언한 바 있다.

    그렇지만 현대중공업의 큰 기대와 달리 조선경기는 지난 2009년부터 급속히 나빠지기 시작했다. 해양플랜트 발주로 인해 수주가 잠시 살아난 적은 있었지만 군산조선소의 경우 일반 선박 건조만 가능해 큰 수혜를 누리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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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중공업 대주주인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

    조선업계에서는 국내 일자리 창출, 지역경제 발전 등 취지 자체는 좋았지만 불황기에 무리하게 투자를 강행한 것은 사실 자체가 의외였다는 평이다.

    아울러 정몽준 현대중공업 대주주가 대선 등을 염두에 두고 전북 지역 표심을 위해 군산에 통 큰 투자를 결정한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실제로 조선소는 협력사 등을 포함해 수천, 수만명의 고용효과를 내기 때문에 지역 경제와 민심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다. 정몽준 대주주는 지난 2014년 지방선거 당시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해 박원순 시장에게 패한 바 있다.

    당시 공식적으로 사업을 총괄했던 최길선 회장이 군산 태생이라는 점도 주목된다. 고등학교를 군산에서 다년던 그는 지난 2009년 11월 현대중공업 사장직에서 물러난 이후인 2011년 3월에는 군산대학교 석좌교수로 임명되기도 했다.

    최길선 회장이 다시 회사로 복귀한 것은 지난 2014년 8월이다. 현대중공업이 심각한 적자 늪에 빠지면서 구원 투수 격으로 대표이사 회장으로 회사로 복귀했다.

    그러다가 최 회장은 지난해 11월 임원인사에서 대표이사직을 강환구 신임 사장에게 내줬다. 현대중공업이 군산 도크 가동 중단 등을 적극 검토하는 시기에서 일어난 일이다.

    현대중공업 방침에 따르면 군산조선소는 이달까지 남아있는 건조 물량을 끝마친 뒤 가동 중단에 들어갈 예정이다. 가동 중단 시기에는 군산조선소 설비 유지 및 보수를 실시키로 했다.

    현대중공업 측도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그동안 현대상선이 발주하는 물량 확보 등을 통해 군산조선소를 유지하려고 했지만 더 이상은 공장가동으로 인한 손실이 더 큰 상황이기 때문에 가동을 일시적으로 중단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울산지역 사업장을 통해 선박 등의 제조를 지속할 예정이기 때문에 군산조선소 일시가동중단에 따른 생산차질 등 영향은 미미하다"고 했다.


    베타뉴스 김세헌 (betterman8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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