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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씨 '리니지2', MMORPG의 새로운 서사 패러다임 출현


  • 서삼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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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 2017-06-15 14:59:11

    MMORPG는 이제 온라인을 넘어 모바일게임 시장에서도 주목받는 장르다. 특히 이 장르를 개척하는데 앞장선 엔씨소프트가 모바일 MMORPG ‘리니지M’ 출시를 준비하면서 주목도는 고점을 찍었다. 본지는 ‘리니지M’ 출시에 앞서 ‘엔씨소프트와 MMORPG’를 통해 엔씨소프트의 주요 IP의 사례를 통해 MMORPG 장르의 태동과 흐름을 되짚어 보기로 했다. [편집자 주]

    “한국의 MMORPG ‘리니지2’는 게임의 미래일 뿐만 아니라 미래의 인간 커뮤니케이션 형식을 만들어낼 거대한 사회적 실험이다. 게임이라는 장르를 넘어 이제까지 인류사에 존재했던 어떤 이야기 예술과도 다른, 전혀 새로운 서사 패러다임을 출현시켰다.” -게임학(ludology)석학 에스펜 아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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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에 온라인게임 2막이 열린 건 언제일까. 많은 의견이 있지만 한국에서는 ‘리니지2’ 출시를 기준으로 나누는 것이 옳을 것이다.

    엔씨소프트가 지난 2003년 야심차게 출시한 ‘리니지2’. 이 작품은 오랜 서비스 기간과 함께 MMORPG 장르에 끼친 영향이 막대하다. 그래픽 표현 수단이 2D에서 3D로 넘어가는 기폭제가 됐다. 기술적으로는 언리얼엔진2로 구현된 심리스(Seamless)로딩 방식을 개발-사용해 가상세계의 폭을 넓혔다.

    엔씨소프트 ‘리니지2’ 개발팀은 심리스 로딩 방식을 ‘리니지2’에 적용했다. 심리스 로딩은 캐릭터의 이동방향을 예측해 배경을 미리 로딩하는 기법이다. 따라서 캐릭터가 어디로 이동하든 로딩시간을 기다리지 않고 끊임없이 사냥과 전투를 할 수 있다.

    당시 언리얼엔진2로 MMORPG를 개발하는 시도가 없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FPS를 위해 만든 3D엔진에 광활한 필드와 심리스 로딩까지 요구하는 것은 미친 짓이나 다름없었다. 미친 짓에는 대가가 따른다. 지금은 기술과 기법(테크닉)의 발전으로 심리스 로딩과 오픈월드를 구현하는데 ‘리니지2’ 개발진만큼 고생하지 않을 것이다. 당시를 기억하는 업계인의 말을 빌리면 ‘리니지2’는 기술적 한계를 넘기 위해 엄청난 연구를 했으며, 언리얼엔진2를 개발한 에픽게임즈가 놀랄 정도로 많은 아이디어가 도입됐다고 한다.

    콘텐츠 적으로는 한국에 RPG=역할에 따른 파티플레이란 공식을 알리고, MMORPG의 상호작용과 자유도의 중요함도 보여줬다. RPG의 시작인 역할을 확실히 구현됐고, 진정한 의미의 협동 ‘파티플레이’의 재미를 인식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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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츠해방전쟁 기념 아트컷

     

    사실 MMORPG 1세대와 2세대의 중간쯤에 위치한 ‘리니지2’는 빈틈이 많은 게임이다. 1세대의 핵앤슬래쉬 방식을 기반으로 2세대의 스토리텔링과 가이드를 차용했다. 이용자는 가이드를 따라 사냥해도 되고, 닥치는 대로 몬스터를 사냥해도 육성이란 목표를 달성 할 수 있다. 이런 자유도는 단점도 크다. 이용자에게 명확한 목표를 제시하지 못하기 때문. 그런데 바꿔 말하면 뭘 해도 상관없다는 뜻이 된다. 가능과 불가능, 자유와 통제는 작지만 큰 차이다. 이용자가 만들고 즐기고 격분한 ‘바츠해방전쟁’은 이런 자유도가 있었기에 가능했기 때문이다.

    2004년 ‘리니지2’ 속 가상세계에서 전쟁이 벌어졌다. 지배계층을 향한 피지배계층의 역습이다. 이용자가 만들고 키우면서 엔씨소프트는 이를 지켜보며 심판을 자처했다. 후세에 ‘바츠해방전쟁’으로 명명된 민중봉기다.

    이 사건은 비단 ‘리니지2’ 뿐만 아니라 한국 온라인게임 역사에 한 획을 그었다. 가상세계에서 독재와 민주주의가 어떻게 그려지는지 제대로 보여줬다. 이에 대항하는 민주주의의 발생과 전파 과정도 목격됐다. 학계가 이 사건을 주목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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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츠해방전쟁에 참가한 내복단

    콘텐츠 측면으로 살펴봐도 독특하다. 기득권을 장악한 거대 혈맹(길드)에 대항해 갖가지 방법이 사용됐다. 1레벨 캐릭터의 기본 장비로 인간 장벽을 친 ‘내복단’을 시작으로, 거대 혈맹의 팀워크를 깨뜨리는 이간계까지 도입됐다.

    이는 ‘리니지2’ 개발진이 의도하지 않은 방식이다. 하지만 실제로 사용됐고 효율적이기까지 했다. 이는 기술적 용어로 넓은 세계를 뜻하는 오픈월드가, 이용자가 원하는 것은 뭐든 할 수 있는 열린 세계(오픈월드)와 같은 뜻으로 사용하게 된 것과 같은 선상에서 사용되는 계기가 됐다.

    이후 개발자들은 ‘리니지2’가 보여준 특징을 답습했다. 여기에 저마다 맛을 더해 한국 MMORPG의 기틀을 마련했다. 틀에 부어진 많은 영감과 아이디어는 곧 상품으로 완성됐다. 한국적인 MMORPG의 토대는 이렇게 만들어 졌다.


    베타뉴스 서삼광 (seosk.beta@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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