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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장애인 보험 차별 '넘사벽'만은 아니다


  • 전근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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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 2017-06-12 01:18:50

    [베타뉴스 전근홍 기자] “장애인 대상의 별도 인수기준은 없다” 삼성생명 등 국내 상위의 생명·손해보험사들이 장애인 보험가입에는 특별한 제약이나 별도의 인수계정을 두고 있지 않다며 답변한 말이다.

    실상은 커다란 철벽이 펼쳐져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보험인수 심사과정에서 장애를 입은 부위와 관련 없는 내과질환까지도 담보 가입을 거절하는 식의 행태가 만연했던 것.

    따라서 업계의 해명은 옹색해 보인다. 말못할 속사정을 터놓는 게 옳다.

    장애인권익보호 단체 등은 “가입을 문의하는 단계에서는 큰 애로사항은 없으나 인수 심사 단계를 거치게 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며 “장애가 있다는 단 한 가지 이유만으로 보험료 할증과 부담보 조건을 제시해 가입을 할 수 없도록 한다”고 설명했다.

    이른바 ‘할 테면 해봐라’라는 방식으로 가입 거절이 만연해 있다는 소리다.

    보험사의 입장도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은 아니다. 보편적으로 장애를 가졌을 경우 일반인에 비해 상해 위험이나 질병에 노출될 확률이 높을 수 있다는 것은 틀린 소리가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장애요인과 사고위험간의 인과관계를 설명할 만한 근거자료가 없는 상태에서 보험사 재량으로 인수심사를 한다는 것 자체가 문제다.

    차별을 하지 않기 위해 근거 기준 등을 마련해두고 있지 않다는데, 결국 일반인과 동일한 기준을 적용하고 있어 스스로 차별을 한다고 자인하는 셈이기 때문이다.

    사실 장애인가입 차별 논란은 어제 오늘일은 아니다. 개선을 위해 학계를 비롯한 관련단체 등은 새로운 공제보험의 도입을 주장하기도 한다.

    생존을 위해 영리를 극대화해야 하는 금융자본주의의 첨병, 생명·손해 보험업계는 종교 단체와 다르다. 넓은 아량과 도량을 요구하는 건  무리다. 비장애인과 같이 장애인에게도 '고객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환경을 만들어주면 될 일이다.

    국민이 어렵고 힘들 때 힘이 되고 믿을 수 있는 나라. 보험이 모든 국민을 지키는 최후의 보루가 되는 사회. '차별없는 나라'는 선진 외국에서나 볼 수 있는 거창한 구호가 아니다. 장애인 보험에 정부와 보험업계가 머리를 맞댈 때, 지금이다.


    베타뉴스 전근홍 (jgh2174@beta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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