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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컨슈머에 멍드는 게임산업, 무리한 환불요구-부정적 시선 ‘이중고’


  • 서삼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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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 2016-03-17 09:54:22

    모바일게임 시장에 적색등이 커졌다. 결제 시스템을 악용한 ‘어뷰징’ 행위가 늘어나는 것을 포함해, 게임을 중단하면서 그동안 사용한 아이템을 환불하는 이른바 ‘블랙컨슈머’가 급증하고 있어서다.

    게다가 게임을 바라보는 부정적인 사회적 시선을 악용해 환불을 요구하는 것은 물론, 이들을 옹호하는 듯 한 보도도 이어져 피해를 키우고 있다. 국내 모바일게임의 글로벌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시급함에도 ‘게임죽이기’에 가속도를 붙이는 모양새다.

    모바일게임 업계에서는 블랙컨슈머로 발생하는 피해액은 한해 270억원 규모로 보고 있다. 사회통념상 인정받을 수 없는 이유로 환불을 요구 하는 등 갈수록 그 강도가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 업계의 주장이다.

    ◆모바일게임 블랙컨슈머-어뷰징 행위 심각, 국감서 지적

     ▲모바일게임 어뷰징 도식(자료출처=박혜자 의원 홈페이지)

    블랙컨슈머는 악성사용자를 뜻하는 ‘블랙리스트’와 고객을 뜻하는 ‘컨슈머’의 합성어다. 전자상거래에서는 악의적인 민원을 제기하는 이용자를 뜻하는 단어로 사용된다.

    모바일게임 업체가 꼽는 블랙컨슈머는 크게 두 가지다. 게임을 중단하면서 그동안 결제한 아이템의 환불을 요구하는 경우와 결제업체-플랫폼 사업자-퍼블리셔로 이어지는 결제단계의 허점을 노린 악의적인 이용자다. 후자는 모바일게임 ‘어뷰징’ 행위로 지난해 9월 국감에서 이슈가 된 바 있으며, 게임을 즐기면서 결제-사용한 아이템의 전액환불을 요구하는 경우도 크게 늘고 있다.

    ‘어뷰징’은 게임업체를 대상으로 한 일종의 사기다. 아이템을 구매한 뒤 즉시 결제를 취소하면, 대금을 지불하지 않고도 아이템을 획득할 수 있다는 점을 악용한 것이기 때문. 지난 2013년 1월에는 이러한 수법을 총 2546차례에 걸쳐 시행, 2억3730만원 상당의 부당이득을 취한 이용자에게 법원이 실형을 선고한 바 있다.

    이 사례를 지적한 더불어민주당(당시 새정치민주연합) 박혜자 의원은 지난해 9월 11일 세종시 정부청사에서 진행된 문화체육관광부 국정감사에서 “모바일게임 아이템의 불법적 취득과 거래는 중소 모바일게임 업체의 생존을 위협하는 문제인 만큼 반드시 근절돼야 한다”고 지적한바 있다.

    게임업계에서 블랙컨슈머로 정의하는 부류는 이미 결재해 사용한 모든 행위에 대해 환불을 이용하는 이용자가 대표적으로 꼽힌다. 게임을 중단할 시점에서 그동안 결재한 아이템을 돌려달라고 요청하는 것. 이는 한 입 베어 먹은 과일이나, 케익을 환불 요청하는 사회통념상 이해하기 힘든 행위와 비견된다.

    게임은 영화, 음악 등과 같이 정신적인 즐거움과 만족을 주는 문화콘텐츠다. 게임아이템을 사는 행위도 영화관에서 영화티켓을 구입하는 것과 같이 문화여가수단으로서 대가를 정당히 지불해야하는 것이다. 블랙컨슈머는 이런 기본적인 전자상거래를 위반하는 행위다.

    이용자들 사이에서도 이런 행태에 대해 해서는 안 되는 일이라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한 커뮤니티에는 게임을 중단하면서 게임아이템 구매 전액을 환불해 달라는 이용자에 대해 ‘예의가 없다’ ‘즐길거 다 즐겨놓고 환불?’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아이템 환불, 어떻게 진행되나

    통상적으로 모바일게임 아이템 환불은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소비자보호법)’에 따라 진행된다. 게임 아이템이 재화로 거래되는 상품으로서 취급되기 때문. 모바일게임 아이템은 소비자보호법 17조에 의거해 구입과 재화가 지급된 시점을 기준으로 7일내에 환불을 신청하면 전액을 돌려받을 수 있다.

    단, 게임 아이템은 소모성으로 취급되기에 이미 사용한 상품은 환불이 진행되지 않는다. 여러 아이템을 묶은 패키지 구성품을 사용하면 환불은 되지 않는다. 이런 사례는 복제가가 가능한 콘텐츠(음악 CD 등)와 사용시점에서 가치가 급락하는 무형의 재화 등이 포함된다.

    이런 피해를 줄이기 위해 게임업체들은 상품을 판매하기 전, 최종 확인단계에 걸쳐 수차례에 걸쳐 환불이 가능한 경우를 고지하고 있다. 소비자보호법에서 정하는 기준보다 높은 수준에서 고지를 진행하는 것. 또, 업계에서는 자율적으로 청소년의 경우 1인 1회에 한해 전액환불을 보장하는 등 강력한 안전장치를 마련해 운영 중이다.

    이는 부당한 결제로 발생하는 피해를 줄이려는 업계차원의 노력이 반영된 결과다. 한국게임 산업을 업체 스스로 이용자의 권익과 정당한 상거래를 위해 노력한 사례기도 하다.

    ◆게임은 사회악? 블랙컨슈머도 피해자로 둔갑

     ▲22일 공중파 뉴스에서는 여전히 게임=도박이라는 식으로 보도되고 있다

    사정이 이럼에도 모바일게임 업체들은 이런 블랙컨슈머 문제들에 대해서는 속수무책이라는 입장이다. 게임이 사회악이라는 분위기가 형성됐고, 무형의 재산에 대한 구매와 소비의 개념이 약해 항상 약자의 입장이 되는 것 외에 방법이 없다는 분위기다.

    특히, 최근에는 공중파 방송에서는 블랙컨슈머 사례에 속하는 이용행태를 도박과 연관시켜 부각한 보도가 나와 업계의 논란이 됐다.

    지난달 한 공중파 방송 뉴스 프로그램에서는 모바일게임 업체들이 도박 콘텐츠를 탑재해 사실상 모바일 도박처럼 운영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특히 확률성 아이템을 도박이라고 못박았으며, 정식으로 유통 중인 모바일게임을 불법사설토토(비인가 인터넷 도박중독사이트)와 같이 언급했다.

    보도에 따르면 A씨의 자녀는 수차례에 걸쳐 7000만원 가량의 게임 아이템을 구매했으며, 이를 게임콘텐츠에 사용했다. A씨는 본인이 아닌 자녀에 의한 결재라고 주장했다.

    업계에서는 A씨가 주장한 청소년 자녀가 보호자의 동의 없이 결제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A씨가 이미 게임 서비스업체에 민원을 요청한 기록이 있어, 자녀가 무단으로 결제했다는 주장은 신빙성이 없다고 분석했다. 또, 한국업체였다면 민원에 따라 100% 환불이 진행됐을 것으라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업계에서는 A씨의 자녀가 결제했다고 주장한 게임을 중국게임업체가 서비스 중인 작품으로 파악했으며, 국내법과 안정장치의 한계에서 벗어난 경우라는 것이다.

    한국업체라면 마땅히 발동돼야 할 안전장치가 발동되지 않은 것을 한국 모바일게임 시장 전체의 문제로 비약하는 방송사의 잘못된 인식도 문제를 키운다고 말했다. 모바일게임을 도박으로 몰고감으로써 대다수의 선량한 게임산업, 특히 한국업체 죽이기에 나선 것과 다를 바 없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게다가 이런 사례가 늘어나면 결국 해외업체의 잘못으로 파생된 잘못된 규제가 대표적인 한류 콘텐츠이자 수많은 규제에도 자생기반을 마련한 게임산업에 또 한 번의 파장을 일으킬까 노심초사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문화 콘텐츠로 성장한 게임에 대한 부정적인 선입견과 모바일게임 글로벌 서비스 시장 환경에 대한 몰이해가 반영된 촌극”이라며 “블랙컨슈머 문제로 고통 받는 모바일게임 업체들이 늘어나는 것은 물론, 게이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커져 잘못된 규제의 단초를 제공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베타뉴스 서삼광 (seosk.beta@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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