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의 발전은 멈추지 않는다. 어떠한 방법으로든 진화를 거부하지 않는다. 단점은 최소화하고, 장점은 극대화되고 있다. 우리가 누리고 있는 지금은 다윈의 진화론처럼 꾸준히 성장하고 진화 중인 기술이 있어 가능한 것이리라. 결과적으로 기술의 진화는 우리의 생활을 윤택하게 만들어 주고 있다. 그것이 몸으로 느껴지는 체감적인 부분이건, 감성적으로 다가가는 부분이건 말이다.

PC 시장에서도 진화는 이뤄지고 있다. 불과 몇 년 사이, CPU나 GPU는 성능은 점차 높여가면서도 전력 소모는 줄여가고 있다. 이는 모바일도 마찬가지다. 발전이 더디던 저장장치 역시 SSD의 등장으로 엄청난 반전이 일어났다. 더 이상 한참을 기다릴 필요가 없어졌으니 말이다.

그런데 이들은 모두 반도체다. CPU, GPU, 메모리(RAM), SSD 모두 미세공정과 설계의 전환으로 성능을 높일 수 있다. 반면, 이 흐름에 뒤처진 장치가 있으니 바로 하드디스크드라이브(HDD)다.

반도체라곤 컨트롤러와 캐시 메모리, 진동 센서 정도인 하드디스크의 본질은 데이터를 담는 자기원판(플래터)과 이를 돌리는 모터, 데이터를 읽고 쓰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는 헤드다. 디지털은 자료일 뿐, 모든 과정은 아날로그로 움직인다. 이 과정에서 반도체는 사실상 없다고 봐도 된다. 물리적인 장치이기에 기술 발전에는 한계가 따랐다.

그런데 이것도 이제 옛 말인 듯 하다. 씨게이트가 선보인 8TB 하드디스크, ST8000VN0002를 놓고 하는 이야기다. 그 동안 하드디스크는 특별한 기록 기술이 없는 한 용량을 늘리기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됐었다. 그러나 시간이 약이라고 어느덧 8TB 용량을 갖춘 하드디스크가 모습을 드러냈다. 8000GB, 여유롭게 5GB 정도의 풀HD 영상이라고 하면 1,600여 편을 담을 수 있는 수준이다.

■ 평범하지만 다르다

씨게이트 NAS 8TB 하드디스크의 형태는 여느 동일 제품들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하드디스크 전면에 붙어 있는 8000GB라는 문구를 보기 전까지는 말이다. 데이터를 담는 자기 원판(플래터)은 1.33TB 용량으로 총 6매 구성이다. 회전은 분당 7,200회(rpm)로 빠르다. 일부 제품군에는 5,900rpm인 경우가 있는데, 이 제품은 그보다 빠른 성능을 기대해 볼 수 있겠다.

이 하드디스크는 네트워크 결합 저장장치(NAS)에 최적화한 제품이다. 최근 씨게이트는 기업용인 엔터프라이즈 외에 NAS, 서베일런스 등 변화하는 시장에 맞춰 설계한 하드디스크를 다양하게 선보이고 있다. 내구성이나 품질은 제품 목적에 맞게 확보하면서도 가격적 부담을 최대한 덜기 위해서다. 8TB라는 숫자로 제품 자체의 가격은 높지만 엔터프라이즈 하드디스크였다면 이보다 더 높았을 가능성도 있다.

제품 자체에 특별한 부분은 눈에 띄지 않는다. 하루 24시간 1주일 내내 돌아간다는 의미의 24/7 기준에 만족하기 위해 내구성과 충격 방지 기술, 진동감지(RV) 센서 채용 등 기존 NAS 하드디스크에 탑재되는 것들은 모두 갖추고 있다. 버퍼 메모리는 128MB에 달한다.

겉만 봐서 모를 제품의 특성은 바닥을 봤을 때 나타난다. 바닥 자체도 상단과 마찬가지로 평면에 가깝게 설계된 것이다. 일반 하드디스크는 바닥의 굴곡이 많은 편인데, 상대적으로 진동이나 발열에 민감한 제품군이니 그에 맞는 설계로 인해 공간을 채웠다고 보면 된다. 그만큼 동급 하드디스크 대비 무게가 더 나간다. 이 제품의 무게는 780g에 달한다. 동일한 4TB 제품이 610g이라는 점을 감안해도 차이가 뚜렷하다.

내구성에 대해 언급할 필요가 있겠다. 일반 하드디스크는 하루 8시간 5일 작동을 고려해 설계한다. 반면, 단 1분 1초도 쉴 수 없는 NAS 하드디스크는 그에 맞는 내구성을 갖춰야 한다. 실제 이 제품은 로드/언로드 신뢰성이 60만 회에 달한다. MTBF도 100만 시간이라는 점에도 주목하자. 하지만 이는 확률에 대한 것이지 이 제품 자체에 대한 이야기는 아니라는 점 참고하자.

연결 인터페이스는 SATA 6Gbps 규격이다. 일반 데스크톱 PC에 연결도 가능하지만, 제품의 성격이나 가격대비 용량을 감안하자.

■ 안정적인 성능과 용량

씨게이트 NAS 8TB, ST8000VN0002의 성능을 알아볼 차례다. 테스트는 인텔 코어 i7 5960X와 X99 칩셋 메인보드, 32GB DDR4 메모리 등으로 구성된 시스템에서 진행했다. 성능은 HD Tune을 통해 쓰기와 읽기 성능을 확인했다.

▲ 씨게이트 8TB NAS의 쓰기 성능. 특정 구간을 제외하면 무난한 성능을 보여준다

먼저 쓰기 성능을 보자. 그래프는 일반적인 하드디스크 성향을 보여준다. 플래터를 구동하는 하드디스크의 물리적 특성상 초반에 성능이 몰리고 점차 하락한다. 자기원반의 끝으로 갈수록 헤드의 이동시간이 길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평균 187.9MB/s, 최대 239.2MB/s를 기록할 정도로 성능은 낮은 용량 제품군 대비 상승한 모습이다. 계속 데이터가 오가는 NAS 하드디스크라 기본 속도가 높다.

다만, 흥미로운 부분은 특정 구간에서의 성능 저하가 눈에 띈다는 것. 디스크 모니터링을 통해 확인한 결과, 제품 자체에 큰 영향은 없는 것으로 봐서 애플리케이션 버전에 의한 것으로 예상된다. 이 때문에 최소 속도는 1.7MB/s로 떨어졌지만 일반적으로 봤을 때 최저 수치는 75MB/s 부근이다.

▲ 씨게이트 8TB의 읽기 성능, 하드디스크라는 점을 감안하면 좋은 모습이다

읽기 성능을 측정한 결과를 보자. 최소 114.9MB/s에서 최대 240.6MB/s, 평균 191.4MB/s를 기록했다. 기록밀도가 높고 용량을 높인 구성이다 보니까 속도 자체는 향상된 모습이다. 물론 계속 데이터 입출력이 이뤄지는 NAS 하드디스크의 설계도 한 몫 할 것이다.

읽기와 쓰기 모두 접근 속도는 SSD와 비교했을 때 빠른 편이 아니다. 대신, 읽기에 대한 접근시간을 6.02ms로 최대한 당긴 점은 인상적이다. 일반 하드디스크는 빨라야 읽기와 비슷한 10ms 수준이기 때문이다.

▲ 플래터 구조 때문인지 발열은 조금 높은 편이다

좁은 공간에 6장의 플래터가 옹기종기 모여 있으니 발열은 조금 높은 편이다. 처음 테스트 진행 전 25도 가량 기록하던 하드디스크는 최대 41도까지 상승하는 모습을 보였다. NAS나 기타 장비는 좁은 공간에서 작동하게 되므로 실제는 온도가 더 오를 수 있다. 그러나 그에 대한 내구 및 방열 설계가 되어 있으므로 크게 걱정할 부분은 아니다.

■ 대용량 찾는 소비자에게 딱!

씨게이트 NAS 8TB의 성능은 충분히 인상적이다. SSD 만큼은 아니지만 하드디스크 중에서는 빠르게 읽고 쓸 수 있다. 항시 작동하면서 데이터를 주고 받는 NAS 환경에 맞춘 설계가 돋보인다. 대규모 네트워크 저장장치를 구성하려는 소비자에게 알맞은 제품이라고 보여진다. 최대 용량으로 시스템을 확보할 수 있으니 말이다.

참고로 이 제품은 씨게이트의 복구 솔루션인 +Rescue 대응 제품은 아니다. 동일한 사양에 +Rescue 지원 제품의 코드명은 ST8000VN0012에 해당한다. 만약, 중요한 데이터를 다루면서 예상치 못한 문제가 생겼을 때 데이터 복구까지 원한다면 가급적 +Rescue 제품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가격 차이가 생각보다 크지 않기 때문이다.

가격은 최저가 기준으로 약 48만 원대, 평균으로 치면 50만 원대에 달한다. 일반인이 쉽게 구매하긴 어려운 수준이고, 단순히 따져보면 4TB 하드디스크 2개를 구매하는게 나을 수 있다. 그러나 두 공간을 차지해 확보한 8TB와 한 공간으로 구현한 8TB의 무게감은 다르다. 이런 공간 활용 요소와 가격적인 부분 등을 충분히 고려해 제품을 선택하는 지혜가 필요해 보인다.

베타뉴스 신근호 기자 (danielbt@beta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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