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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현실 아키에이지, "노동력 팝니다"


  • 최선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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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 2013-02-11 11:14:54

    오래전부터 노동력은 돈이었다. 농경 시대에는 모자란 노동력을 구하기 위해 품앗이를 했으며, 대량 생산이 시작된 후로는 '노동력의 상품화'가 본격화됐다. 오늘날에도 많은 사람이 '직장인'으로 일하며 노동력을 제공하고 돈을 벌고 있다.


    이런 노동력의 상품화 현상이 온라인 게임에도 등장했다. 엑스엘게임즈의 '아키에이지'에서 돈을 벌기 위해 노동력을 파는 이용자가 등장한 것이다.


    기존 MMORPG에서는 던전을 함께 돌아주고 돈을 받는 소위 ‘버스’ 형태의 노동력 판매가 존재했다. 그러나 아키에이지의 노동력 판매는 기존 게임의 노동력 판매와는 의미가 다르다. 다른 게임에서는 자신이 제작한 상품을 판매하거나 돈을 받고 함께 던전을 돌아주는 정도였다면, 아키에이지는 고용자가 필요한 행동을 대신해주는 ‘행위’ 자체가 상품화됐다.

     

    아키에이지에 '노동자'가 등장한 까닭은 아키에이지 특유의 시스템 때문이다. 아키에이지는 기존 MMORPG와는 다르게 사냥을 통해 얻는 돈과 채집, 제작을 통해 얻는 돈의 차이가 크지 않다. 오히려 후자가 돈을 더 벌기도 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이용자는 게임머니를 모으기 위해 채집과 제작을 적극 활용하게 된다.

     

    문제는 채집과 제작을 할 수 있는 양이 한정되어 있다는 것이다. 아키에이지에는 '노동력'이라는 수치가 있어서, 노동력을 다 소비하면 더 이상 채집과 제작 활동을 할 수 없다. 자신이 가진 땅이 넓어서 혼자 관리하기 어렵거나, 돈이 되는 상위 아이템을 만들기 위해 재료를 제작하다 정작 상위 아이템을 만들 노동력이 부족해지는 일이 발생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돈은 있고 노동력은 부족한 이용자는 잡무를 대신해 줄 또 다른 노동력을 필요로 하게 된다. 반면 돈이 없어 채집과 제작 활동을 시작할 자본이 없는 이용자는 밑천을 마련하기 위해 자신의 넘치는 노동력을 팔게 된다. 특유의 시스템과 높은 자유도에 의해 ‘노동자’라는 새로운 직업군이 탄생한 것이다.


    실제로 아키에이지 채팅창과 관련 카페에는 자신의 노동력을 판다는 글이 심심치 않게 등장한다. 재료를 주면 제품으로 만들어준다는 사람부터, 벌목이나 채집 같은 단순 노동을 지원하는 사람까지 종류도 다양하다.

     

    극한의 자유도를 구현한 아키에이지에서 삶의 축소판이 펼쳐지고 있다. 서리꾼, 해적이 되어 한탕을 노리거나, 노동자로 땀 흘려 번 돈을 살뜰히 모아 내 집 마련의 꿈을 이루는 일도 가능하다. 때로는 열심히 제작한 상품의 시세가 폭락해 큰 손실을 볼 수도 있다. 현실이 아닌 또 다른 현실에서 자신이 경험하고 싶은 삶을 실현해가는 것, 거기에 아키에이지의 매력이 있다.




    베타뉴스 최선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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