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기사

내리막길 접어든 데스크톱 PC 업계, 이제 믿을 건 ‘게임’뿐?


  • 방일도
    • 기사
    • 프린트하기
    • 크게
    • 작게

    입력 : 2012-02-07 17:44:37


    최근 데스크톱 PC 업계가 ‘게이머’를 잡느라 혈안이 됐다. 업계 매출이 전반적으로 눈에 띄게 줄었지만 PC 게임 마니아들은 꾸준한 소비 형태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 데스크톱 PC는 ‘PC의 정석’ 그 자체였다. PC가 필요한 이들은 대부분 데스크톱 PC를 골랐다. 성능과 확장성이 뛰어나고 가격 경쟁력마저 훌륭하니 당연한 선택이었다.


    요즘엔 데스크톱 PC의 입지가 예전만 못하다. 시대가 변한 탓이다. 일단 노트북 PC의 값이 크게 내린 것이 직격탄으로 작용했다.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같은, PC의 역할을 일부 대체하는 기기의 보급이 늘어난 것 역시 이유로 꼽힌다.


    시장이 축소되는 상황에서 데스크톱 PC 관련 업계가 타깃으로 삼은 층이 바로 게임 마니아다. 하향세를 보이는 데스크톱 PC 시장이지만 게이머의 씀씀이는 여전하다. 이들에게 잘만 보이면 이후 시장 상황이 더 어려워져도 지속적인 수익 창출이 가능하다는 것이 관련 업계의 공통된 견해다.

     

    ▲ 데스크톱 PC 업계가 게임으로 대동단결하고 있다

     

    ◇ PC 업그레이드 이유 1순위는 ‘게임’ = PC의 성능이 아쉽다고 느낄 때가 언제일까? PC를 구입한 지 오래 되었거나 동영상 편집‧시뮬레이션 등 강력한 연산 성능을 필요로 하는 작업을 할 때면 PC를 바꿔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지만 많은 사람들이 PC의 성능 향상을 절실하게 원할 때는 따로 있다. 바로 ‘게임이 잘 안 될 때’다.


    예나 지금이나 PC 업그레이드를 결심하게 되는 가장 큰 이유는 게임이다. 게임을 쾌적하게 즐기려면 PC 성능이 제대로 뒷받침되어야 한다. 때문에 게임을 조금 더 원활하게 즐기고자 하는 욕구는 자연스레 새로운 PC 하드웨어 구매로 직결된다.

    취미 생활을 제대로 즐기려면 그만큼 장비에 투자하는 것이 보통이다. 게임에 푹 빠진 마니아에게 있어 PC란 취미 생활을 위한 ‘장비’다. 장비가 빵빵할수록 남보다 유리한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


    게임 마니아가 PC 부품에 투자를 아끼지 않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게임을 조금 더 쾌적하게 즐길 수 있다면 기꺼이 돈을 쓴다. 소비가 줄어든 데스크톱 PC 시장이라지만 게이머만큼은 예외다.


    ◇ PC 게임 즐기기엔 여전히 ‘데스크톱’이 최고 = 최근 데스크톱 PC 판매량 곡선은 점점 내려가는 반면 노트북 PC 판매는 꾸준히 늘고 있다. 이런 추세라면 몇 년 내로 데스크톱 PC가 귀한 존재가 될지도 모를 일이다.


    그렇지만 여전히 데스크톱 PC는 ‘성능’이란 강점을 무기로 PC 게임 시장을 이끌고 있다. 제 아무리 노트북 PC의 성능이 좋아졌다지만 결코 데스크톱 PC의 상대가 되진 못한다. 상황에 따라 필요한 부품만 적절히 업그레이드해서 쓸 수 있다는 점 또한 매력이다.


    굳이 게임을 하기 위해 비싼 돈을 들여서 데스크톱 PC를 장만할 이유가 있냐고 반문하는 이들도 있다. 플레이스테이션 3나 엑스박스 360 같은 게임 콘솔을 따로 구매하거나, 태블릿‧스마트폰으로 게임을 구매하는 것이 더 합리적인 소비라는 게 이들의 말이다.


    게임 하나 때문에 PC에 큰 돈을 들이는 것이 이해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오로지 PC에서만 즐길 수 있는 게임이 너무나도 많다는 점이 문제라면 문제다. ‘아이온’,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와 같은 게임을 신나게 즐기려면 성능이 뛰어난 데스크톱 PC가 꼭 필요하다.


    게임 콘솔에서 즐길 수 있는 게임이라도 PC에서 즐기면 그 감동이 배가 된다. PC 뿐 아니라 플레이스테이션 3와 엑스박스 360으로도 나온 게임 ‘배틀필드 3’가 대표적인 예다.

     

    ▲ 배틀필드 3는 PC 그래픽의 진수를 맛볼 수 있는 게임이다


    고성능 PC에서 그려내는 영상은 게임 콘솔의 그것과 수준을 달리한다. 2,560x1,600 해상도에 울트라 옵션으로 돌린 게임 그래픽은 그야말로 현실을 방불케 한다. 이를 부드럽게 그려내려면 고성능 그래픽카드가 필요하지만 일단 그 매력을 한 번 맛보면 빠져나오기가 쉽지 않다. PC 게임은 하드웨어에 투자한 만큼 보답한다. 까칠하지만 그게 또 매력이다.

     


    ◇ 풍성한 신작 게임 ‘출격 준비’ 데스크톱 시장 호재로 작용 = 2012년은 게임 마니아에겐 꿈만 같은 한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 손꼽아 기다리던 대작 게임이 줄줄이 쏟아져 나올 예정이기 때문이다. 디아블로 3, 블레이드 앤 소울, 아키에이지가 대표적이다.


    가장 먼저 모습을 드러낼 것으로 예상되는 게임은 ‘디아블로 3’다. 현재 북미에서 대규모 베타 테스트를 하고 있으며 게임물등급위원회의 심의 판정도 받은 상태다. 대작으로 평가받는 ‘블레이드 앤 소울’도 1분기 내 3차 클로즈 베타 서비스가 예정되어 있다. 최근 4차 클로즈 베타 서비스까지 마친 엑스엘게임즈의 야심작 ‘아키에이지’ 역시 순조로운 항해를 계속하고 있다.

     

    ▲ 올해 기대작 중 하나인 ‘블레이드 앤 소울’


    이들 게임을 제대로 즐기려면 PC 성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때문에 신규 PC 구매와 업그레이드 수요가 대폭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PC 하드웨어 업계 또한 이 대목을 제대로 공략할 뜻을 내비치고 있다.

     

    ◇ 이상적인 PC 교체 시기는? ‘4월’ 이후 유리해 = 그렇다면 데스크톱 PC 교체나 업그레이드는 언제 하는 것이 좋을까? 가능하다면 4월이 지난 뒤에 선택하는 쪽이 낫다.


    일단 3세대 다이렉트X 11 그래픽 카드의 본격적인 싸움이 시작된다. AMD는 더욱 빠른 성능을 뽐내는 라데온 HD 7900 시리즈를 최근 출시했다. 엔비디아도 이에 맞서 차세대 그래픽 프로세서인 코드명 케플러(Kepler)를 준비 중에 있다. 출시 일정이 계속 미뤄지고 있지만 4월 출시가 유력하다.

     

    ▲ 2012년 PC 시장 변혁을 꾀한 라데온 HD 7900 시리즈


    4월엔 또 인텔이 아이비 브리지(Ivy Bridge)라는 새 아키텍처를 적용한 CPU를 내놓을 예정이다. 실속을 차리는 게이머라면 곧 출시될 2세대 A-시리즈 APU인 코드명 트리니티(Trinity)를 눈여겨보는 것도 괜찮다. 불도저의 후속작으로 알려진 2세대 FX CPU인 코드명 비셰라(Vishera)는 3분기에 모습을 드러낼 예정이다.


    4월부터 데스크톱 PC 시장에 새로운 판이 형성되는 것은 분명하지만 신제품이 나올 때까지 마냥 기다리는 것이 꼭 좋다고만 할 순 없다. 기다림엔 끝이 없기 때문이다. 역시 필요할 때 딱 맞춰 구입하는 것이 최선이다.


    ◇ 게이밍 PC 시대, 부품 고급화도 두드러져 = 데스크톱 PC 업계가 게이머를 노리기 시작했다. 이와 더불어 부품의 고급화가 두드러진다. 예전엔 PC를 구입할 때 CPU, 그래픽 카드 등 성능에 영향을 미치는 제품을 최우선으로 꼽았지만 요즘엔 조금 상황이 바뀌었다. PC 주요 부품 외의 영역에서도 게이머를 타깃으로 한 고가 제품들이 대폭 늘었다.


    특히 최근엔 케이스와 전원공급장치 쪽이 ‘고급화’로 승부를 꾀한 모습을 많이 볼 수 있다. 강력한 성능을 내는 PC 부품을 뒷받침하려면 든든한 출력을 갖춘 전원공급장치와 이를 품는 케이스를 쓰는 것이 좋다. 요즘엔 이들 제품이 PC 주요 부품보다도 비싼 경우를 어렵잖게 볼 수 있다.

     

    ▲ 오존 게이밍 헤드셋 ONDA 3HX
     

    게임에 최적화된 주변기기인 게이밍 기어(Gaming Gear)도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일부 브랜드만 보이던 게이밍 마우스 시장에 보급형 제품으로 느지막이 진입한 신규 업체가 꽤 많다. 기계식 키보드가 게이밍 키보드의 새로운 유행으로 자리 잡은 점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헤드셋 또한 게임에 특화된, 고급형 제품이 대폭 늘었다.

     

    어려워진 데스크톱 PC 시장, 앞으로도 업계는 게이머를 잡는 데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예상된다. 눈에 띄게 줄어든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여전히 건재한 게이머를 공략하는 것이 답이다.


    베타뉴스 방일도 (idroom@betanews.net)
    Copyrights ⓒ BetaNews.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