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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세대 다이렉트X 11 시대 열렸다! AMD 라데온 HD 7970


  • 강형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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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 2011-12-29 19:33:34

    3세대 DX11 그래픽카드... AMD가 먼저 포문 열다.

    2009년, 그래픽카드 시장에 대격변이 일어났다. 그 동안 부진했던 AMD가 침묵을 깨고 본격적인 다이렉트X 11 그래픽 시대를 열었기 때문이다. 당시 선보인 라데온 HD 5800 시리즈는 경쟁사를 압도하는 성능과 뛰어난 전력 효율을 보이며 시장 점유율을 끌어 올리는 일등공신으로 자리 잡았다. 이 제품은 현재도 현역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흔히 ‘명기’로 손꼽힌다.


    이후에 내놓은 2세대 다이렉트X 11 그래픽카드 ‘라데온 HD 6900’ 시리즈는 기대에 못미치는 모습을 보였다. 물론 HD 5800 시리즈대비 성능 향상은 있었지만 시장의 기대치에는 미치지 못했던게 사실. 한편, 엔비디아는 지포스 GTX 500 시리즈로 빼앗긴 왕좌의 자리를 되찾은 터였다.


    AMD와 엔비디아의 자존심 싸움은 우리에게 항상 즐거움을 선사한다. 라데온과 지포스가 서로 엎치락 뒤치락 하면서 PC 게이밍 성능은 계속 향상돼 왔기 때문일 것이다. 지금 우리가 현실에 가까운 그래픽 효과로 게임을 즐길 수 있는 것도 두 그래픽 프로세서 브랜드가 열심히 싸워주고 있어 가능한게 아닐까 싶다.


    1세대 다이렉트X 11 그래픽 시장은 AMD가 압도적으로 유리하게 이끌어 갔다. 이후 2세대에서는 엔비디아가 유리한 고지를 점령했는데, 이제 싸움은 3세대에 접어들게 됐다. 다이렉트X 11이 아닌 다이렉트X 11.1의 싸움이다.


     

    ▲ AMD가 먼저 3세대 다이렉트X 11 그래픽카드를 선보이며 경쟁력 확보에 나섰다. 

     

    아직 본격적으로 쓰이는 다이렉트X 11.1은 아니지만 향후 다이렉트X 10이나 10.1, 11과 같이 자연스레 흐름이 옮겨갈 것이므로 그래픽 프로세서 제조사는 이에 대응하는 타이밍이 중요하다.


    먼저 포문을 연 것은 AMD. 발 빠르게 라데온 HD 7900 시리즈를 선보이며 아직 차세대 그래픽 프로세서를 준비하지 못한 엔비디아의 기선 제압에 나섰다. 마치 라데온 HD 5800이 나온 배경과 비슷한 그림이 펼쳐지고 있다.


    ‘변화’ 그 중심에 있는 AMD 라데온 HD 7970

     

    라데온 HD 7970은 서던 아일랜드(Southern Islands)라는 설계 코드명으로 알려진 그래픽 프로세서다. 이는 전체적인 설계 코드의 이름을 말하고 라데온 HD 7970 자체의 코드명은 타히티(Tahiti)로 남태평양에 위치한 섬의 이름을 따왔다.


    서던 아일랜드는 우선 이전 세대의 라데온 그래픽 프로세서와는 큰 차이가 있다. 설계 자체가 변경 됐는데, 여기에 적용된 Graphics Core Next는 범용 컴퓨팅의 성능과 그래픽 가속 성능 모두 향상시키는 것에 초점을 맞췄다.


    이는 사양을 살펴보면 알 수 있다. 2,000개가 넘는 스트림 프로세서를 가지고 있는 것과 3GB 대용량 메모리, 384비트 메모리 인터페이스, 논리 벡터 연산 스레드를 64개로 유지하고 있는게 대표적인 사례일 것이다. 넉넉한 대역폭과 그에 맞는 성능을 갖춘 그래픽 프로세서를 얹어 대부분 성능은 지포스 GTX 580을 앞설 것으로 예상된다.



    ▲ 라데온 HD 7970 그래픽 프로세서의 구조. 컴퓨팅 및 그래픽 가속 구조 등 많은 부분에서

    개선이 이뤄졌다.


    뚜렷한 차이점으로는 라데온 HD 6000 시리즈까지 이어져 오던 VLIW(Very Long Instruction Words) 구조를 쓰지 않는다는 것이다. 오히려 엔비디아의 페르미(Fermi) 설계 구조에 더 가까워졌다. 하지만 페르미와 다르게 범용 컴퓨팅에 최적화한 디자인을 하고 있는 점이 눈에 띈다.


    GPU 연산 유닛의 명령 실행과 제어가 중앙 집중형에서 코어 분산형으로 변경됐다. 라데온 HD 6900(케이먼) 시리즈는 디스펫처 엔진 2개로 SIMD 어레이 명령의 실행과 제어를 실행했지만 GCN은 32개의 컴퓨트 유닛(Compute Unit)이 나눠 처리하는 구조로 더 세밀하고 빠른 데이터 처리가 가능하다.


    컴퓨트 유닛은 SIMD형 벡터 연산 유닛 네 개와 한 개의 스칼라 연산 유닛을 갖추고 있는 형태다. 여기에는 텍스처 전용 유닛 필터도 있다. VLIW가 하던 일도 컴퓨트 유닛으로 처리한다. 연산 유닛은 16 레인으로 부동 소수점과 정수 연산 모두 병렬 실행 가능하다. 각각 독립된 64KB 용량의 벡터 레지스터를 갖고 있는 점도 눈에 띈다.


    연산 효율을 개선해 컴퓨팅은 물론 그래픽 가속 성능까지 확보했고 향후 가속처리장치(APU)에 쉽게 집적할 수 있도록 유연성까지 갖추려고 한 흔적이 서던 아일랜드 설계에 녹아 있는 것으로 보인다.


    ▲ 라데온 HD 7970에 적용된 28나노미터 공정은 제품의 속성을 바꾸는데 큰 도움을 줬다.


    ◇ ‘고성능·저발열·저전력’ 세 마리 토끼 잡은 28나노미터 미세공정 = 타히티에는 그래픽 프로세서로는 처음으로 28나노미터 미세 공정이 적용됐다. 55나노미터에서 40나노미터, 그리고 28나노미터로 이어지면서 동일한 웨이퍼 공간에 더 많은 트랜지스터를 담을 수 있게 됐다. 타히티에는 365㎟ 공간에 43억 개의 트랜지스터를 집적했다.


    많은 트랜지스터를 집적하면 성능을 높일 수 있다. 동시에 전력 효율이나 발열에 이점을 갖는다. 라데온 HD 7970은 AMD 발표 기준으로 대기 전력 최소 3W, 최대 250W의 전기를 쓴다. 적은 전력을 쓰기 때문에 발열 억제에도 유리한 모습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전력은 AMD의 ‘제로코어 파워(ZeroCore Power)’ 기술로 효율을 높였다. 기본적으로 유휴 상태의 HD 7970은 15W의 전기를 쓰지만 제로코어 파워는 극한으로 전력을 아낀다. 심지어는 그래픽카드에 달린 쿨링팬도 돌리지 않을 정도로 자린고비 상태로 만든다. 이는 크로스파이어 작동 시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성능적 측면, 라데온 HD 7970은 라데온 HD 6970의 1,536개 보다 많은 2,048개의 스트림 프로세서를 갖췄다. 설계 변경으로 인한 성능 향상에 많은 수의 스트림 프로세서 확보는 폭발적 성능 향상으로 이어진다.

     

    ▲ 경쟁사 상위 제품을 압도하는 제원을 갖춘 AMD 라데온 HD 7970.


    라데온 HD 7970의 성능은?

    라데온 HD 7970에는 유난히 ‘첫’이라는 수식어가 많이 따른다. 다이렉트X 11.1 지원, PCI-익스프레스 3.0 지원, 28나노미터 공정 등 모두 처음 도입되는 것들이다. 그렇다면 이들이 성능에 어떤 영향을 줄지 테스트를 통해 알아봤다.


    ▲ 처음이라는 수식어가 많이 붙는 라데온 HD 7970. 성능에 대한 기대감도 높다.


    테스트에는 라데온 HD 7970을 포함해, 엔비디아의 지포스 GTX 570, GTX 580 등 최상위 제품과 붙였다. 기존 라데온 HD 6970 대비 성능 향상도 눈여겨 볼 부분이어서 비교군에 포함했다. 크로스파이어 성능 테스트도 곁들였으니 참조하자.


    ◆ 3D마크 11 테스트

     

    3D마크 11 테스트부터 파격적인 행보를 보이는 라데온 HD 7970. 익스트림 테스트 결과, 엔비디아 지포스 GTX 580을 가볍게 앞서는 모습을 보인다. 총점 기준으로 약 22% 가량의 성능 차를 보였고 그래픽 항목에서는 24% 차이로 HD 7970이 빠르다.


    해상도가 낮은 엔트리 항목에서는 성능 차가 12% 정도로 적었지만 해상도가 커지면서 차이는 크게 벌어졌다. 다수의 스트림 프로세서(컴퓨트 유닛)와 GTX 580과 동일한 384비트 메모리 인터페이스가 어느정도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그래픽 점수만 따로 놓은 것은 라데온 HD 7970의 크로스파이어 효율을 언급하기 위함이다. 3D마크 11의 총점은 여러가지 부분을 종합해 환산하기 때문에 크로스파이어를 적용해도 큰 체감을 느끼기 어려운 면이 있다. 그래픽 점수는 순수하게 그래픽에 대한 점수를 측정하기 때문에 성능을 가늠하기에 좋다.

     

    그래프에서도 알 수 있듯, 대체로 크로스파이어 효율은 두 배를 넘어서고 있다. 라데온 HD 6900 시리즈의 크로스파이어 효율도 좋았지만 7000 시리즈에 와서는 더 개선된 모습을 보여준다. 게임을 많이 즐기는 하드코어 게이머라면 눈여겨 보자.


    ◆ 헤븐 벤치마크 2.5 테스트

     

    헤븐 벤치마크 2.5 버전에서 테스트 했을 때, 라데온 HD 7970의 성능은 안정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2,560 x 1,440 해상도에서 안티앨리어싱을 제외하고 비등방 필터링 x16을 설정한 상태로 초당 30프레임을 돌파한 것이 눈에 띈다. 지포스 GTX 580은 28.4 프레임으로 30프레임에 못미친 성능을 보인다. 차이는 17% 정도다.


    라데온 HD 6970과 비교해도 성능 차가 뚜렷하다. 37% 가량의 차이를 보여주고 있는데, 현재 HD 6900 시리즈를 쓰고 있거나 HD 5800 시리즈에서 업그레이드를 고려하는 소비자는 이 제품에 매력을 느낄 것으로 분석된다.


    ◆ 배틀필드3 테스트


    최근 인기를 얻고 있는 게임 배틀필드3에서의 성능 비교다. 미션 소드브레이커 진행으로 어느정도 차이를 보이는지 높음과 울트라 옵션을 적용해 지켜봤다. 해상도는 1,920 x 1,080과 2,560 x 1,440 해상도 모두 적용했다.


    테스트 결과 2,560 x 1,440 해상도의 높음 옵션에서 19%, 울트라 옵션에서 15%의 차이로 라데온 HD 7970이 빨랐다. 대형 화면에서 더 안정적인 프레임으로 게임을 즐길 수 있게 됐다. 1,920 x 1,080 해상도에서는 높음에서 19%, 울트라에서 8%의 차이를 보였다.


    역시 눈여겨 볼 부분은 크로스파이어X의 효율이다. 과거 다중 그래픽 가속 솔루션은 1+1=1.5~1.8 정도의 공식이었지만 테스트에서는 두 배가 넘는 효율을 보였다. 이제 본격적으로 게임을 제대로 즐기려는 소비자들은 라데온 HD 7970 크로스파이어 구성을 염두해야 하지 않을까 예상된다.


    발열과 전력 효율

    28나노미터 공정으로 업그레이드 된 라데온 HD 7970. 앞서 언급했지만 미세 공정 적용으로 발열이나 전력 소모 등에서 이점이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과연 테스트에서는 미세 공정의 이점을 제대로 살렸을지 알아보자.


    ◆ 유휴 상태 전력 소모 비교


    AMD가 밝힌 제원 상으로는 유휴 상태에서 15W의 전력을 쓴다. 물론 상태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이 정도면 꽤 낮은 수준이다. 테스트 결과로도 유휴 상태에서 평균 약 142W로 159W를 쓴 지포스 GTX 580보다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153W를 쓴 라데온 HD 6970과도 비교된다.


    눈에 띄는 점은 크로스파이어를 했을 때에도 유휴 상태에서는 149W를 기록한 점이다. 제로코어 파워의 위력이 돋보이는 순간이다. 실제로 크로스파이어 연결 중, 한 개의 그래픽카드는 냉각팬 자체를 돌리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 게임 플레이 중 전력 소모 비교


    배틀필드3 내의 미션 ‘사냥시작’을 기준으로 전력 사용량을 측정했다. 여기서 지포스 GTX 580은 약 400W에 가까운 392W의 전기를 썼다. 지형이나 캐릭터가 표시되는 것보다 구름이나 안개 효과 등이 나올 때 전력소모가 더 컸다. 이 때 최대 427W까지 쓰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라데온 HD 7970은 평균 355W 수준의 전기를 썼다. GTX 580보다 37W를 덜 쓴다. 최대 전력 소모도 381W 수준으로 400W를 넘지 않는 모습이다. 이 정도면 일반적인 80플러스 규격의 600~650W 전원공급장치로도 무난히 쓸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크로스파이어X를 할 경우, 최대 600W의 전기를 쓰는 모습이다. 하이엔드 사용자가 여러 개의 하드디스크를 연결하고 이 제품을 쓸 경우에는 약 1,000W 이상의 전원공급장치가 필요하고 세 개의 그래픽카드를 연결한다면 1,200W 이상을 권장한다.


    ◆ 발열 상태 비교


    유휴 상태를 15분간 유지한 뒤, 퍼마크(FurMark)를 통해 그래픽카드에 최대한 부하를 주면서 발열 억제 능력을 비교했다.


    30분간 테스트한 결과, 라데온 HD 7970은 지포스 GTX 580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유휴 상태에서의 온도는 47도로 라데온이 조금 더 낮게 측정됐다. HD 6970과 GTX 570은 85도를 넘나들 정도로 높은 온도를 보였고 라데온 HD 7970과 GTX 580은 상대적으로 발열 대책이 잘 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라데온 HD 5800 시리즈의 영광 재현 불가능은 아니다




    테스트 결과로 알아 본 라데온 HD 7970의 성능은 기대한 만큼이다. 지포스 GTX 580은 가볍게 압도하고 있고 전력 소모 측면에서도 유리하다. 흔히 말하는 ‘전력소모 대비 성능’은 우위에 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전력 소모량으로 고민인 소비자들도 어느정도 납득할 수 있는 수준이다.


    ‘환상적인 와트당 성능’ 라데온 HD 7970은 이 한마디로 정의할 수 있을 듯 하다. 제품 자체만으로 본다면 파격변신으로 충격을 준 바 있는 라데온 HD 5800 시리즈의 재림이라고 할까?


    2011년이 마무리되는 이 때, AMD는 라데온 HD 7970을 선보였다. 조금 억지스럽지만 ‘1년에 한 번’ 차세대 그래픽카드를 내놓는 그림이 됐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실제 2012년 1월 9일부터 판매가 이뤄진다. 라데온 HD 7970을 시작으로 HD 7950 등 하위 그래픽카드가 꾸준히 발매될 예정이다.


    우려되는 부분은 현재 TSMC의 28나노미터 제조 수율이다. 해외 소식통에 따르면, 예상보다 제조 수율은 좋지 않은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이는 시장 판매나 가격에 그대로 영향을 줄 것이고 첫 40나노미터 공정이 도입됐던 라데온 HD 5800 때와 비슷한 흐름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있다. AMD는 이 점을 기억해 원활한 공급에 힘을 쏟아야 할 것이다.


    인텔과의 CPU 경쟁에서 쓴 잔을 마신 AMD, 그래픽 프로세서에서는 모처럼 활짝 웃으며 커피잔을 들 수 있게 됐다. 과연 라데온 HD 7970이 2년 전, AMD에게 영광을 안겨 준 라데온 HD 5800 시리즈처럼 비상할 수 있을지 기대된다.


    베타뉴스 강형석 (kanghs@beta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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