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방 인터뷰

한국컴판협 김대준 이사장 “PC 판매업계, 어려울 때일수록 뭉쳐야…”


  • 방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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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 2011-12-08 16:40:05

     

    요즘 PC 관련 업계에선 ‘어렵다’는 소리가 끊이질 않는다. 과거에 비해 데스크톱 PC 시장이 많이 위축된 탓이다. 값을 낮춘 노트북 PC를 시작으로 스마트폰, 태블릿 등 PC의 역할을 일부 대체하는 휴대기기가 대거 등장한 현재 데스크톱 PC의 미래는 솔직히 그리 밝지 않다.

     

    그렇다고 어려운 현실 탓만 할 순 없는 노릇이다. 뭔가 변화가 필요한 시점임이 분명하다. 이런 때 “PC 관련 업종에 종사하는 소상공인끼리 뭉치자”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그 중심에 선 것이 바로 한국컴퓨터판매업협동조합이다. 한국컴퓨터판매업협동조합은 컴퓨터 판매업을 하는 소상공인을 위한 대변 기구 역할을 수행하는 곳이다. 이들의 애로사항을 파악, 필요한 개선 사항을 정부나 관련 기관에 건의하는 일을 한다.

     

    ▲ 한국컴퓨터판매업헙동조합 김대준 이사장

     

    ◇ 한국컴퓨터판매업협동조합, PC 판매업 종사자의 대변 기구  = “한국컴퓨터판매업협동조합은 중소기업조합법에 의해 만들어진, 중소기업중앙회 소속의 조합입니다.” 한국컴퓨터판매업협동조합 김대준 이사장은 처음 만날 때부터 이를 강조한다. 아직도 의심의 눈초리를 보이는 이들이 많단다. 워낙 세상이 흉흉한 탓이다.

     

    지금까진 PC 판매업을 하는 사람 중 상당수가 한국컴퓨터판매업협동조합의 존재 자체를 몰랐다. 단체 행동을 할 만한 상황이 딱히 없었던 것이 이유다. 굳이 뭉치지 않아도 그런대로 먹고 살 만했기 때문이다.

     

    이젠 상황이 달라졌다. PC 업계가 부쩍 얼어붙은 탓이다. 특히 스마트폰과 태블릿이 등장한 이후로 더욱 힘들어졌다. 요동치는 환율 문제, 최근 태국 홍수 사태 등 그 밖의 요인도 많다. PC 부품 수입사나 제조사는 물론 모든 PC 관련 업종들이 어려움을 호소한다. 뭉쳐야 할 때가 온 것이다.

     

    안 그래도 좁아진 시장인데 대기업이 여전히 건재하다는 것 역시 소상공인의 목을 옥죄는 부분이다. 이에 한국판매업협동조합은 동반성장위원회의 중소기업 적합업종에 데스크톱 PC 분야를 추가하는 것을 2011년 최우선 사업으로 삼았다.

     

    중소기업 적합업종과 관련해선 현재까지도 많은 논의가 오가고 있다. 현재 중소기업 적합업종 선정과 관련해 1차·2차 발표까지 마친 상태이며 이제 13일에 3차 적합업종 발표만 남았다.

     

    특히 데스크톱 PC는 주요 쟁점 항목 가운데 하나인 탓에 1차와 2차 발표 때 모두 유보된 상태다. 지난 7일 최종 협상도 결국 결렬될 정도로 갈등이 심각하다. 최종 선정은 동방성장위원회의 직권으로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분위기론 대기업이 어느 정도 물러서게 될 확률이 높아 보인다. 시장 자체가 축소되고 단순 조립 형태에 가까워진 데스크톱 PC 분야까지 굳이 대기업이 장악할 필요는 없다는 목소리가 높다. 김대준 이사장은 “조달시장이나 공공시장에서 일부 시장만 이양돼도 어느 정도 소상공인의 숨통이 트일 것”이라고 말한다.

     

    한국컴퓨터판매업협동조합이 추진하는 두 번째 사업은 유통 시장 독립이다. 질서가 무너진 유통 시장을 바로 세우겠다며 의욕이 충천하다. 조합의 목표는 2013년까지 2만 소상공인이 별도의 유통 라인을 갖는 것이다.

     

    김 이사장은 “제조업체와 수입업체가 소상공인에게 바로 제품을 넘겨주는 유통 형태가 세워져야 소비자 가격과 사업자 가격 따로 정책을 펼 수 있다”고 강조한다.

     

    최근엔 사업자가 구입하는 가격이나 소비자가 구입하는 가격이나 차이가 없는 경우가 많다. 인터넷이란 접근 수단 탓에 중간 과정이 생략된 것이다. 당장에야 괜찮아보일지 몰라도 길게 내다보면 이는 그리 바람직한 형태라고 할 수 없다는 것이 그의 말이다.

     

    중간 단계가 없으면 마진이야 줄겠지만 사후 지원 등이 제대로 이뤄지기 어렵다. 급기야 시장에서 마케팅도 제대로 통하지 않게 된다. 중간자가 나가떨어진 후 제조업체의 판로가 사라지고 나서 뒤늦게 후회해도 되돌리기가 쉽지 않다. 시장을 바로 세워야 할 필요가 있다. 사태가 심각해지자 정부도 최근 이에 대한 대응책을 고심 중이다.

     

    세 번째로 추진하는 사업은 카드 수수료 인하다. 대형상점, 대기업과 소상공인 간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가 천차만별인 현 상황에서 카드 수수료를 1.5% 수준으로 낮추는 것이 목표다. 소상공인단체가 단합한 덕에 이 부분은 비교적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한국컴퓨터판매업협동조합의 네 번째 사업은 시장 가격을 바로 세우는 일이다. 김대준 이사장은 “최근 온라인에서 성행하는 무자료 거래를 뿌리 뽑아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부가가치세가 제대로 포함된 가격이 표기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일부 업체가 온라인에서 세금계산서 없이 상품을 사고파는 무자료 거래를 하는 와중에서 소비자가 이를 일반적인 가격으로 착각하는 일이 많다고 김 이사장은 말한다. “이런 식의 온라인 판매가 성행되면 지방 시장은 다 죽는다”며 사태의 심각성을 강조했다. 분쟁을 야기시킬 만한 부분을 원천 차단한다는 목적도 있다.

     

    그는 과거 ‘택배 비용 뻥튀기’ 사건을 일례로 들었다. 제품 가격을 낮춘 대신 택배 비용을 올려받는 편법을 취한 일부 업체로 인해 대다수의 선량한 업체가 큰 피해를 봤다는 것이다. 실제로 소비자가 구입하는 비용이 같은데도 정상적인 판매자가 비싸게 파는 것처럼 느끼는 것이 문제다. 올바른 가격 표기는 곧 건전한 소비 생활로 이어진다.

     

    ▲ PC 판매업에 종사하는 소상공인은 곧 그의 자화상이나 다름없다
     

    ◇ 어려운 시기일수록 소상공인의 단합 필요해 = 김대준 이사장은 한국컴퓨터판매업협동조합의 이사장이기 이전에 TGIC 컴퓨터의 대표다. 올해 2월 이사장으로 취임한 그는 이제 4년의 임기 중 1년 가까이 소화한 상태다. 비록 영리집단은 아니라지만 누구보다 열심히 뛰고 있다. 충분한 명분이 있기 때문이다.

     

    그는 “현업에서 뛰고 있는 만큼 현재 시장의 모순을 피부로 직접 느낀다”며 조합 일에 열심인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소상공인으로 시작해 1997년부터 지금까지 15년 가까이 컴퓨터 업계에 몸담고 있는 만큼 소상공인의 어려움을 누구보다도 잘 아는 그다.

     

    현재 한국컴퓨터판매업협동조합의 조합원은 800명 정도다. 아직까지 그리 많은 편은 아니지만 어려운 시기인 만큼 힘을 모으는 이들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2012년엔 5,000명, 2013년엔 2만 소상공인을 조합이란 둥지로 불러들이는 것이 그의 목표다.

     

    특별한 수익사업이 없어 조합 운영이 만만치 않았지만 이 역시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 7월부턴 유통 시장의 독립을 위한 조합 B2B몰 운영을 시작했다. 현재 50여 수입사와 제조사, 800회원이 함께 하고 있다.

     

    점차 축소되고 있는 데스크톱 PC 시장에서 눈을 돌릴 필요가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이제 데스크톱 PC 하나만 바라보고 살긴 힘든 시대다. 유통의 힘을 높여 데스크톱 PC 외에도 다른 아이템까지 바라봐야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그는 “유통 질서가 제대로 잡힌다면 대기업 제품도 얼마든지 취급할 수 있다”며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했다. 여건만 받쳐진다면 스마트폰, 태블릿 등 새로운 시대에 맞는 제품을 유통하면 된다. 블랙리스트 제도가 시행되면 소매 시장에서 휴대전화를 구입하고 유심만 바꾸면 되니 문제될 일이 없다.

     

    많은 소상공인들이 현 처지를 비관만 할 뿐 개선을 할 의지가 별로 없다고 지적한 그는 어려울 때일수록 머리를 맞대고 힘을 모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조합이 잘 활성화된 시장은 어려운 시기에도 굳건히 살아남을 수 있으며 조직화된 조합이 있어야 PC 판매업도 블랙 컨슈머나 잘못된 유통의 희생양으로 전락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국컴퓨터판매업협동조합은 힘든 시기를 겪고 있는 PC 판매업 종사자를 품고자 두 팔을 벌렸다. 과연 소상공인들이 힘을 모아 이 어려운 시기를 헤쳐갈 수 있을까. 김 이사장이 열심히 뛰는 만큼 조금 더 나은 미래를 기대해도 될 듯하다.


    베타뉴스 방일도 (idroom@beta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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