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칼럼

[컬럼] 미래 게임기술은 정녕 현실화 될 수 없는가


  • 이덕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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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 2010-10-12 18:07:10

    가상현실로 구축된 전장 속. 화약 냄새가 코를 찌른다. 맹렬한 태양 볕 아래, 손가락 사이의 뿌연 모래가루가 미세하게 느껴진다. 저 멀리 포탄소리와 함께 잡음 섞인 교신이 이어진다. 잠시 후 공격 명령이 하달된다. 수많은 전우들이 나와 함께 적진으로 진격한다. 죽음의 고지, 힘겹게 점령한 우리들에게는 높은 경험치와 레벨 업이라는 성과물이 하사된다.

     

    꿈같지만, 결코 먼 미래 이야기가 아니다. 당초 의학을 중심으로 개발됐던 미래 핵심기술들은 질량과 물리, 촉각과 후각 및 가상현실과 뇌파 기술을 앞세우며 이미 우리네 코앞까지 다가와 있다.

    일례로 뇌파로 움직이는 휠체어(개발 완료)는 내 생각에 따라 행동하는 게임 내 아바타로, 시각장애인을 위한 촉각 인터페이스 기술(개발 완료)은 게임 내 사실적인 질감 및 물리엔진으로, 생체기술을 기반으로 한 전자 코(개발 완료)는 가상현실과 더불어 사실적인 게임 환경 구축의 밑거름이 되고 있다.

     

    이처럼 비록 게임이 목적은 아닐지라도 게임 분야에 응용, 접목시킬 수 있는 미래 핵심기술만 현재 수백여 가지에 달한다. 이 분야 전문가들은 기술 개발 속도만을 본다면 상당수의 미래 기술들이 앞으로 10년 내 실용화, 대중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개중에는 이미 현실화 단계에 다다른 기술들도 적지 않다. 키넥트, 무브 같이 초보적인 동작인식 센서를 이용한 게임들도 일반화 됐다. 이대로라면 PC방을 대신한 VR(가상현실)방이 등장하는 것도 시간문제로 보인다.

     

    하지만 장밋빛 미래는 기술이 아닌 다른 부분에서 제동이 걸렸다. 개발이 완료된 기술조차 현실화는 계속해서 미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미래 핵심기술의 대중화가 ‘여전히 먼 미래’일 수밖에 없는 이유. 왜일까.

     

    대표적인 이유로는 심각한 밥그릇 싸움을 들 수 있다. 일례로 한 개발자가 뇌파 기술을 개발했다고 치자. 이후 뇌파 센서를 통해 가동될 뇌파 수신형 전자기기 개발자와의 연계가 이뤄져야만 실용화가 완성된다. 다행히 두 가지 기술이 모두 개발이 완료된 상태라고 할지라도, 두 개발자 간 협력관계가 이뤄지는 경우는 흔치 않다. 이해타산이 앞서기 때문이다.

     

    여기에 미래 기술을 로또로 생각하는 일부 개발자들의 풍토도 문제다. 물론 힘들게 완성한 만큼 이에 대한 보상은 필요하다. 하지만 기술에 대한 엄청난 로열티 부과는 대중화의 발목을 잡는 복병이 될 수밖에 없다. 원천기술은 완성됐으되, 그림의 떡 마냥 현실화되지 못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또한 결과물에만 집중하는 과열경쟁도 난제가 아닐 수 없다. 현재 최첨단 미래 핵심기술 분야에는 전 세계 의료·과학계가 동참하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자신이나 자국의 우월성을 알리기 위한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 단계적인 기술 확보 및 보완 차원을 벗어난 기술경쟁 양상은 기술선점 전쟁으로만 이어질 뿐, 대중화와는 거리가 멀다. 

     

    익명을 요구한 한 개발자는 “아무리 뛰어난 하드웨어가 있다 할지라도, 마땅한 소프트웨어가 없다면 고물 덩어리에 불과하다”면서 “실용화하기까지의 과정 역시 기술 개발 못지않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만큼, 보다 많은 파이를 요구하기에 앞서 우선은 완성된 제품 개발과 임상실험 등 산재된 숙제부터 해결해야할 일”이라고 지적했다.

     

    분명 기술개발의 완성은 개발자들의 눈물과도 같은 성과물임에 분명하다. 그렇다고 하여 미래 핵심기술들을 일확천금의 기회로 인식하는 분위기는 옳지 않다. 이 때문일까. 최근에는 산업스파이와 같은 기술 개발 날치기도 점차 증가 추세에 있다.

     

    이제 개발자들은 개발뿐만 아니라 다른 개발자와의 이해관계와 동시에 보완까지 신경 써야 하는 삼중고를 감내해야만 하는 실정이다. 그리고 이로 인한 폐해는 고스란히 우리들에게 되돌아올 수밖에 없다. 의료, 과학계는 물론 게임업계 모두에게.

     

    [기고] 윤영진(게임 칼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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