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방/인터뷰

[GC특집 엔진편③]"자체엔진 쓰는 회사가 경쟁자" 에픽게임스 마크레인 부사장


  • 김태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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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 2010-08-19 19:54:53

    블레이드 앤 소울’, ‘테라’, ‘스페셜포스2’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신작? 기대작? 눈치가 빠른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모두 에픽게임스의 최신 엔진인 언리얼3로 개발 중인 게임이다. 일찍이 ‘리니지2’와 ‘아바’로 당대 한국 온라인 게임 그래픽의 지평을 열었던 에픽게임스는 한국에서 또 한 번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플레이포럼은 16일, GDC 유럽 현장에서 마크 레인 에픽게임스 부사장을 만났다. 그는 북미와 유럽에서 언리얼 엔진 관련 비즈니스를 총괄하고 있으며, 현재 에픽게임스의 이사회 멤버이기도 하다. 언리얼 엔진에 관심 있는 해외 게이머들 사이에서는 직설적인 화법으로 널리 알려졌다. 그는 경쾌한 어조로 스티브 잡스의 멘트를 인용하며 “에픽의 경쟁상대는 엔진개발사가 아니다.  (무리하게 어떤 것을) 하지 않았다는 것을 자랑스러워한다”며 회사의 특성을 강조했다.

     

     

    18년 전 ‘지하실 창업’ 동참, 한국에도 관심많은 지한파


    마크 레인 부사장과 팀 스위니 대표의 인연은 18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팀 스위니 대표는 1991년, 부모님의 집 지하실에서 창업을 시도했고, 이듬해에 마크 부사장이 합류했다. “임시직을 제외하고 당시 지하실에서 함께 일했던 사람 몇 명을 핵심 창업멤버로 인정해준다”며 마크 부사장은 특유의 웃음을 터뜨리며 밝게 이야기했다.


    유저들로부터 “에픽하면 마크, 애 같은 사람”이라는 말을 듣기도 하는 마크 레인 부사장은 유쾌한 분위기를 단번에 감염시키는 인물이었다. 인터뷰에도 농담을 하는 경우가 많았다. 예를 들면 이런 경우다. “언리얼 엔진으로 개발된 한국 온라인 게임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무엇인가?” “대답하기 어렵다. ‘엄마, 아빠 중에 누가 더 좋은가?’, ‘여러 명의 자녀들 중에 누가 더 좋은가?’라는 질문과 같지 않은가?”우문현답의 순간이다.


    에픽게임스는 지난해 세계 최초로 한국에 지사를 설립했다. 중국의 경우 2006년 상하이에 지사가 아닌 합작회사로 창립했고, 일본은 올해 초 지사를 설립했다. 한국 지사의 경우 설립 이후 엔진 개발자를 상주시키며 본격적인 지원 사업을 하고 있다. 지난 16일 발표된 에픽게임스의 한국인 개발자 모집 공고에서도 확인할 수 있지만, 이들의 역할은 개발사를 위한 QA나 지원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언리얼 엔진 개발’이다.


    이 정도면 지극 정성이 아닐 수 없다. 물론 중화권(중국, 대만)에 언리얼 엔진을 쓰는 게임이 17개인데 비해, 한국은 지사 설립 전 8~9년간 20여개가 보급되었고 지사 개설 이후에 공식 보도자료로 발표한 것만 7개나 돼 이미 30여개를 육박할 만큼 한국개발자들의 언리얼 선호도가 높다. 에픽도 지사 설립을 통해 한국과 밀월관계에 만족해 하고 있다. 박성철 에픽게임스 한국 지사장의 설명에 따르면, 한국 지사의 개발자는 파격적으로 언리얼 최신 엔진 개발에 참여하게 된다.


    마크 부사장도 이를 잘 알고 있었다. “한국 개발사에서 MMO에 맞는 개발툴을 원하면 한국지사에서 언리얼 엔진의 최신 버전에 적용하는 것을 개발하는 거죠.” 한국형 엔진이 따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온라인게임 개발력이 우수한 한국에서 나온 피드백을 반영한 버전으로 엔진이 업그레이드되는 셈이다.


    아이폰-안드로이드-3D 입체 영상, “언리얼은 멀티 플레이어”


    전세계를 돌아다니며 언리얼 엔진의 뛰어난 기능을 설명하는 그에게 노트북을 비롯한 각종 전자기기는 필수품이었다. 그의 가방에는 맥북에 아이패드, 아이폰(3GS와 4G), 타블렛PC까지, 없는 게 없었다. 그는 각종 휴대기기를 이용하여 기자에게 언리얼 엔진의 발전된 모습을 시연해주었다.


    마크 부사장이 가장 신나 했던 대목은 아이폰3GS에서 언리얼3.0 엔진으로 만들어진 게임의 테크데모(일종의 테스트버전)를 보여주었을 때다. 중세의 마을을 배경으로 마치 FPS게임처럼 활을 쏠 수 있는 게임이었다. 모바일 기반이었지만 실시간으로 렌더링이 이루어졌고, 게임 플레이도 상당히 가볍게 느껴졌다. 그는 같은 게임을 아이폰 4.0 버전과 아이패드로도 이용할 수 있는 것을 보여주었다. 심지어 안드로이드 기반으로도 만들어지고 있다며, 아직 개발중인 아이패드와 비슷한 타블렛PC 기반에서도 게임을 시연해주었다.


    “아직 개발 중이기 때문에 정확히 말할 수는 없지만 올해 안에는 공개할 수 있을 것”이라며 아직 공개촬영은 어렵다고 손사래를 쳤다.


    그러나 솔직한 답변을 선호하는 그도 특정 화제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말할 수 없다는 입장을 취했다. 특히 상장회사가 아니기 때문에 회사의 운영이나 개발자 숫자, 게임/엔진 판매 수익 비율 같은 부분에서는 입을 다물었다. 하지만 언리얼 엔진 관련 이슈가 나오면 밝고 적극적인 본연의 자세로 돌아왔다.


    “언리얼은 현존하는 엔진 중에 가장 성숙한 엔진이다. 퀄리티가 높은 것이 장점이다. 지속적으로 업데이트를 진행하고 있다. 다양한 디바이스를 기반으로 엔진을 시험 중이며, 최근 화제가 되고 있는 3D 입체영상 기술도 이미 적용되어 상용화된 게임까지 있다.


    마크 레인 부사장은 종종 비교대상이 되는 크라이 엔진과의 차별성에 대해 물었을 때도 자신감을 보였다. “(크라이 엔진과 비교해도) 언리얼 엔진으로 많은 MMO게임이 만들어졌고, 앞으로도 더 많은 MMO게임이 만들어질 것”이라고 했다. 다양한 온라인 게임 개발에 적용되어 쌓아온 사례와 경험이 언리얼 엔진의 큰 장점이라는 의미다.

     

                                      ▲ 언리얼엔진3로 개발중인 기어즈오브워3

     

    “경쟁상대요? 엔진개발사 아닌 자체엔진 가진 게임사”


    미국 노스 캐롤리아나에 위치한 에픽게임스의 본사 스튜디오에는 총 140명의 직원이 일하고 있다. 언리얼 시리즈를 비롯하여 엔진 개발, ‘기어즈오브워3’, ‘블릿스톰’ 같은 신작 개발까지 고려하면 규모 면에서 매우 적은 숫자의 개발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의아해진 기자가 “어떻게 그렇게 소수의 인원으로 개발을 할 수 있느냐”라고 물었다.


    그는 특유의 농담으로 “우리 직원들이 매우 스마트(똑똑)하기 때문이다”고 답했다. 그는 “사실은 효율적인 시스템과 언리얼 엔진을 사용하기 때문에 가능하다”라고 했다. “엔진 개발과 게임 개발은 불가분의 관계다. 좋은 엔진이 있어야만 좋은 게임을 만들 수 있고, 반대의 관계도 마찬가지”라는 것. 당연한 얘기지만 좋은 게임을 개발하면서 얻은 아이디어와 발 빠른 적용을 통해 더 나은 엔진으로 발전할 수 있게 된다.


    기자는 얼마 전 인터뷰한 크라이텍을 떠올리며, “에픽게임스의 경쟁자는 어떤 회사인가?”라고 물었다. “우리의 경쟁자는 다른 엔진 개발사가 아니다. 엔진을 직접 개발하고 자체적으로 만들어서 쓰는 회사다. 그들에게 언리얼 엔진을 쓰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설득시키고 그 효과를 느끼게 해주는 것이 우리의 목표다.” 두 번째 우문현답이다. 


    마크 레인 부사장은 스티브 잡스 애플 대표가 말한  "(무리하게 어떤 것을) 하지 않았다는 것을 자랑스러워한다”란 말을 좋아한다. ‘하지 않은 일을 후회하지 않는다’ 정도로 생각했던 인식을 뛰어넘어, 이 슬로건은 의외로 욕심을 내지 않는 소박한 철학을 내세우고 있다. 성공을 경험하면 갑작스러운 제의나 의외의 유혹이 많아지는 것이 기술 기반의 벤처회사의 특징이다. 그런 사례는 도처에 있다.


    "하지 않았다는 것을 자랑스러워한다" 이 말은 항상 가장 옳은 선택을 했다는 이야기를 역설적으로 증명한다. 에픽게임스가 결코 짧지 않은 시간 동안 독립 스튜디오로서 성공과 독립성을 유지할 수 있었던 비결이다. “우리는 최고의 직업을 가지고 있다.” 천진난만한 어린아이 같은 마크 레인 부사장이 남긴 자존심 섞인 말이다.


    김명희 (플레이포럼) <playforum.net>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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