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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게임월드컵 E3, 한국게임 만만치 않은 이유


  • 이덕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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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 2010-06-16 17:54:04

    게임계의 월드컵 E3 게임쇼가 열렸다. 세계적인 게임쇼 만큼 닌텐도, 마이크로소프트, 소니 등 정상급 게임사들이 앞다투어 나왔다. E3 참여에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던 닌텐도까지 참가한 것만 봐도 이번 E3의 의미를 실감케 한다.

     

    이번 E3는 전반적으로 하드웨어 강세와 소프트웨어 약세로 압축된다. MS의 키넥트, 닌텐도의 3DS, 소니의 무브 등 차세대 게임기들이 한꺼번에 소개됐다. 이들 삼인방은 E3 이슈를 선점하기 위해 행사전부터 치열한 마케팅전을 펼쳐왔다. 그러나 소프트웨어로 가면 고만고만하다. 매년 나오는 콜로브듀티의 새시리즈가 나왔고, 파이널판타지 14편이 공개됐다.

     

    때가되면 한번씩 나올만한 게임들이 연례행사 치르듯 나왔다. 특별이 이거다! 하며 눈에 띌만한 게임은 없다. 기술의 진보가 콘텐츠의 발전으로 이어져야 하지만 아직은 그 단계가 아닌듯 하다. 축구로 따지자면 특별한 스타 플레이어 없이 밋밋하게 치뤄지는 월드컵 정도다. 그래서 이번 E3에서 온라인게임의 선전은 남다른 의미가 있다.

     

    판에 팍힌 콘솔게임과는 달리 온라인게임은 몇년 사이에 엄청난 발전을 거듭했다. 외국 사람들도 스스로 놀랄 정도다. 온라인게임이 콘솔게임에 열등감을 느끼는 것은 그래픽이었다. 콘솔의 화려한 그래픽과 연출을 따라잡지 못했다.

     

    그러나 이번 E3에 공개된 테라나 빈딕터스(한국명: 마비노기 영웅전) 같은 게임은 콘솔이상의 그래픽을 보여준다. 테라 같은 경우 콘솔게임으로 착각하는 유저들도 많았다. 게다가 이런 게임을 무료로 즐길 수 있다니 외국 게이머로썬 ‘원더풀!’을 외칠만 하다. 한국게임 대표선수의 면면은 이렇다.

     

    먼저 해외파 주전선수 ‘던전앤파이터’가 든든한 스위퍼로 뛴다. 던전앤파이터는 한국, 일본, 중국에서 동시접속자수 240만 명을 기록한 글로벌 게임이다. 완벽한 현지화로 아시아권 시장을 석권했다. 그 여세를 몰아 지난해 9월 미국에 진출, 본격적인 북미시장 공략에 나섰다.

     

    과거 오락실 게임의 추억을 살린 게임화면은 동서양 모든 이용자들의 공감을 사고 있다. 성능 좋은 컴퓨터가 없이도 즐길 수 있는 대중적인 게임성은 인터넷 환경이 열악한 미국에서도 통하는 이점이다. ‘드래곤네스트’는 견고한 미드필더다. 화려한 그래픽과 호쾌한 액션을 무기로 미국 비디오게임에 도전장을 냈다.

     

    이 게임은 작년 9월에 열린 팍스2009 박람회에 출전해 ‘반지의 제왕’, ‘던전앤드래곤’ 등을 제치고 ‘최고의 게임’으로 선정됐다. 아기자기한 동양 캐릭터의 이미지와 빠르고 강력한 서양식 액션으로 호평을 받고 있다.

     

    액션게임 마비노기 영웅전은 솜씨좋은 공격수다. 미국인기 가장 선호하는 사실적인 그래픽과 격렬한 액션을 전명에 내세웠다. 미국 진출에 앞서 제목을 거칠고 강인하다는 의미의 ‘빈딕터스’로 바꾸었다. 지난 3월 미국에서 열린 게임개발자 컨퍼런스에서 미국 비디오게임에 비해 손색이 없다는 평가를 받았다. 실제로 넥슨 부스에서 호응이 가장 높았다.

     

    블루홀스튜디오의 테라도 강력한 멀티플에이어다. 테라는 국내에서 최고 대작으로 인정받고 있으며 현지반응도 긍정적이다. 서양인의 손에 맞게 컨트롤러 플레이를 추가하는 등 현지화에 신경을 쓴 모습이다. 테라는 하반기 국내 정식 서비스되고, 2011년에 북미와 유럽시장에 출시할 예정이다.

     

    한국 온라인게임이 국제시장에서 인정받기까지 어려움도 많았다. 그동안 국제전시회에서 한국게임은 늘 약체였다. 지난 10년간 비디오게임 중심인 미국시장에서 한국온라인게임은 주목 받지 못했다. 그런 인식은 지금도 있다. 그러나 넥슨, 엔씨소프트 등 한국게임사가 미국에 진출하면서, 온라인게임에 대한 인식도 달라졌다.

     

    한국게임사는 미국시장의 저변부터 바꾸었다. 넥슨은 온라인게임 부분유료화 서비스를 처음으로 미국에 정착시켰다. 처음엔 무형의 게임아이템을 유료로 판매하는 방식에 미국 게임사들은 고개를 저었다. 그러나 부분유료화 서비스는 보수적인 미국시장을 뒤흔들었다. 미국과 캐나다에 발매한 캐시아이템 카드는 애플의 아이튠즈 카드 다음으로 많이 팔리는 선물카드로 인기다.

     

    마이크로소프트나 소니 등 주요 게임업체들도 넥슨이 제시한 아이템 부분유료를 도입하고 있다. 닌텐도, MS 같은 메이저 게임사들이 넥슨을 인정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미국시장에 토양을 마련한 한국은 이번 E3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온라인게임 스타플레이어를 내보냈다. 축구로 따지면 한국게임은 미국에서 이제 막 첫승을 거둔 셈이다. 충분한 경쟁력을 갖춘 한국게임이 E3의 메인 부스를 차지할 날도 얼마 남지 않았다.






    베타뉴스 이덕규 (press@beta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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