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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린터보다 비싼 잉크에 두 번 우는 소비자


  • 김현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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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 2009-11-04 16:14:11

    프린터보다 비싼 잉크에 두 번 우는 소비자

    ‘고유가 시대, 아직도 비싼 잉크 쓰세요?’

     

    디지털 카메라 보급 열풍에 때 아닌 잉크젯 프린터가 수혜 대상으로 부상하고 있다. 사진 출력을 위해 프린터 구입을 고려하는 사람이 늘면서 잉크젯이 대용품으로 지목된 것.

     

    전문 출력소를 이용하는 것과 비슷한 비용에 품질 또한 크게 차이나지 않는다는 평가와 함께 기기 가격 또한 저렴해진 것이 주된 이유다.

     

    최근에는 젊은 엄마들 사이에서 아이 돌잔치나 기념일에 사진을 직접 찍고 출력해 앨범을 만드는 일이 잦아지면서 잉크젯 프린터의 인기는 하루가 다르게 높아지고 있다.

     

    직장인 김승현(31, 가명)씨 또한 비슷한 이유로 얼마 전 잉크젯 프린터를 구입했다. 김씨가 구입한 프린터는 H사의 보급형 제품.

     

    사진 출력을 돕는 유틸리티 프로그램을 포함하고  해당 제품의 인화지를 사용할 경우 사진관에서 출력하는 것 못지않은 품질을 자랑한다는 판매자의 말을 믿고 제품을 구매했다. 그러나 결국 얼마 못가 김씨는 자신의 선택이 잘못 되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특히 몇 장 출력하지 않았으나 잉크 잔량이 없다고 표시 되었으며, 잉크를 추가 구입하려고 확인한 바 프린터를 새로 구입하는 것과 큰 차이가 없었다고.

     

    H사의 초기 잉크량이 생각보다 작다고 느낀 것이다. 이에 김씨는 C사의 제품을 사용하는 주변 사람들에게 조언을 요청했고, 이야기를 들어보니 H사의 초기 잉크량과 달리 C사의 초기 잉크량은 정품 잉크량과 동일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점 외에도 김씨는 프린터 제조사가 표기했던 출력량에 의심이 들었다. 유독 잉크 잔량이 부족하다는 표시가 빠른 H사의 프린터 잉크가 이상하다는 것.

     

    “두 제품 모두 사진 출력은 비슷하게 했는데, 구입했던 H사 프린터는 잉크량이 빨리 줄어든 것 같은 느낌”이라며, “프린터 가격을 낮추기 위해 잉크량도 줄일 수 있냐?”고 반문했다.

     

    이어 “프로그램 상으로는 가득 찬것으로 표기 되는데 C사 잉크에 비해 소모량이 너무 빠른 것 같다”고 의심했다.

     

    이 같은 내용에 대해 한 업계 관계자는 “H사 잉크는 저용량 카트리지를 기본으로 제공한 것에 반해, C사는 표준용량 카트리지를 기본으로 제공해서 초기 잉크량을 통한 출력량이 차이가 난다”고 설명했다.

     

    ▲ 번들 잉크 용량을 줄여 값을 낮춘 일부 프린터 업체의 상술은 비단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 저가 프린터, 유지비에 사용자 골병든다.

     

    실제 시중에서 판매되는 보급형 프린터로 판매되는 대다수 제품은 프린터 가격과 잉크 교체 비용에서 큰 차이가 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H사에서 나온 보급형 프린터 복합기 F2410 모델의 거래 가격은 평균 6만 7,000원. 사용되는 잉크는 흑백과 컬러 2가지이며 흑백으로는 2가지 제품이 거래되고 있다.

     

    CC640WA 제품은 평균 1만 5,000원 이며, CC641WA는 평균 3만원 인 것으로 확인됐다. 두 제품의 차이는 용량. HP측은 전자의 경우 200페이지를 인쇄할 수 있으며, 후자의 경우 600페이지를 인쇄할 수 있다고 표기하고 있다.

     

    컬러 또한 용량에 따라 CC643WA와 CC644WA 두 가지로 나뉘며 3색으로 구성되며 165페이지 출력 가능한 제품은 1만 8,000원, 후자는 440 페이지 출력 가능하며 가격은 3만 5,000원 으로 확인됐다.

     

    두 잉크를 모두 교체할 경우 들어가는 비용은 용량이 적은 제품을 기준으로 했을 때는 1만 5,000원 + 1만 8,000원 = 3만 3,000원 이지만, 용량이 많은 모델을 기준으로 살펴봤을 때에는 3만원 + 3만 5,000원 = 6만 5,000원이 들었다.

     

    저용량을 기준으로 비교 했을 때 3만 4,000원 이며, 고용량을 기준으로 비교했을 때에는 2,000원 정도의 차이를 보인다. 결국 제조사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프린터 가격은 3만 4,000원이 될 수도 있고, 2,000원이 될 수도 있다는 것.

     

    업계 전문가는 이 같은 현상을 두고 “프린터는 공짜로 보급하고, 잉크로 프린터 비용을 충당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사용자는 새로운 프린터를 구입하는 것 보다 보유하고 있는 제품을 선호하며, 유지비용을 줄이기 위해 잉크만 교체하는 심리를 교묘히 악용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또한 “기본 잉크 용량을 줄일 경우 사용자는 유지비용이 늘어나지만 제조사 입장에서는 수익이 늘어나는 형상”이라며, “H사 제품에서 자주 지적되는 특이한 모습”이라고 말했다.

     

    C사 또한 마찬가지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보급형 프린터 복합기 MP258 모델 거래 가격이 평균 6만 9,000원. 사용되는 잉크도 용량별로 컬러와 흑백 2가지로 나뉜다.

     

    기본 지급되는 잉크는 안료잉크인 흑백과 염료잉크인 컬러이며 각각 PG-810과 CL-811 2가지. 가격은 각각 2만 4,900원과 3만 300원. 대용량은 CL-810XL과 CL-811XL로 나뉘며 가격은 각각 3만 300원과 3만 8,400원으로 판매되고 있다.

     

    안료 잉크는 유성 잉크를 말하는 것으로 물에 번짐이 없어 장기간 보관해야 하는 중요한 문서ㄹ르 출력하는데 적합하다. 반면 염료 잉크는 수성 잉크로 물에 번짐은 있으나 색상 대역이 안료 보다 풍부해 사진 출력에 적합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상하게 여겨 테스트를 해봤다는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출력량에서 H사는 큰 차이를 보였고, 잉크 또한 용량이 작은 것 같다”며, “반면, C사 제품에서는 출력 매수는 물론 잉크량 변화도 완만한 곡선을 그렸다”고 언급했다.

     

    두 제조사 모두 표준 잉크를 지급하는 것에는 동일하다. 그러나 실제 출력량에서는 H사와 C사가  차이를 보였다.

     

    ◆ 유난히 빨리 줄어드는 표준잉크. 설마?

     

    뿐만 아니라 최근 포털 커뮤니티와 가격 비교 사이트에는 잉크량에 대한 의문성 게시물이 지속적으로 등록되고 있다.

     

    게시물을 등록하는 네티즌은 잉크량이 시중에 판매되는 제품의 50% 수준에 불과한 제품이 번들로 제공되고 있다는 의문을 공통적으로 제기하고 있다. 또한 프린터 속에 들어가는 잉크량 또한 신제품이 출시될수록 점점 줄어들고 있으며 최근 출시된 제품은 5ml 에 불과하다는 것.

     

    닉네임 캐리엄마님은 “1992년 처음 구입한 HP-500K 모델에서는 35ml 제공되던 잉크량이 지금은 5ml 미만으로 줄어들었다. 번들 잉크는 여기에서 50%가 줄어든 용량을 담고 있다고 하니 잉크 팔아서 장사하려는 속셈이다”고 분노했다.

     

    닉네임 나만브라보님은 “HP의 모든 잉크젯 제품은 기본 잉크 용량이 50% 내외”라며, “처음부터 부족한 부분을 돈으로 환산하면 1만 5,000원~2만원 가량 금전적 손실을 부담한다”고 토로했다.

     

    ◆ “모든 환경에서 동일한 유지비 기준 적용할 수 없다”

     

    일각에서는 프린터 업계의 이 같은 ‘꼼수’ 논란은 수익성 악화일로에 접어든 PC업계의 불황이 적잖이 영향을 줬다고 말하고 있다.

     

    HP는 지난 10월 ‘PC+프린터’라는 공식을 ‘디지털 프린터’라는 공식화하기 위한 움직임에 들어간 바 있다. PC에 연동해야만 움직이는 기기가 아닌 독자적으로 작동할 수 있는 기능을 내장한 제품을 주력으로 내놓은 것.

     

    당시 HP 관계자는 ‘그린’과 ‘전력 소모량 최소화’ 그리고 ‘기능’에 대해서 중점으로 설명을 진행했으며, 유지비에 대해서는 “모든 환경에서 동일한 유지비 기준을 적용할 수 없다”며, “작은 용량의 카트리지로도 많은 출력물을 얻을 수 있다”는 뉘앙스를 풍긴 바 있다.

     

    문제는 실 사용자가 체감하는 부분은 그렇지 않다는 것. 기업체를 위한 대용량 제품에는 잉크량을 늘린 카트리지를 적용하고 동시에 프린터 가격도 올렸으며, 일반 사용자를 대상으로 한 보급형 제품에는 잉크량도 줄이고 프린터 가격도 낮췄다는 논리다. 즉 프린터 가격에 따라 잉크 용량도 천차만별이라는 논쟁에 불을 당긴 것.

     

    당시 HP 발표회에 참석했던 한 언론인은 “고용량 잉크 사용 제품은 프린터가 고가, 저용량 잉크 사용 제품은 프린터도 저가”라며, “잉크젯 프린터는 돈 먹는 프린터”라고 비꼬았다.

     

    한편, HP는 최근 보급형이라는 명패를 단 저용량 잉크를 출시했다. 출력량 기준으로 봤을 때 1/3에 불과한 잉크가 담긴 해당 제품을 정상 제품의 반 값 정도에 살 수 있게 한 것.

     

    해당 제품에 대해 HP측은 “서로 다른 환경의 사용자를 배려한 조치”라고 언급했으며, “정품 잉크가 리필 등 비정품으로 판매되는 제품 보다 유지비와 품질 수준에서 월등히 앞선다”는 발표 자료를 공개하기도 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HP 관계자는 “최근 HP 프린터는 번들잉크를 제공하지 않는다. 신제품에 잉크를 제공하더라도 정품잉크와 동일한 용량이 제공되고 있다”며, 기존 제품에서는 문제가 있었을 가능성을 남겼다. 또한 “용량을 고의적으로 줄이는 일은 없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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