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4-07-11 12:42:29
[베타뉴스=유주영 기자] 일본 노토반도는 지진으로 아수라장이지만 영상 작업 속 도쿄 사람들에겐 먼 나라 얘기일 뿐이다. -리슨투더시티, <재난 이후>
천장에 매달린 거대한 꽃송이들은 아름답지만 일견 기괴하다. 코로나 바이러스의 모습이 마치 꽃이 뭉쳐진 모습처럼 보이는 것에서 착안한 작가의 아이디어는 공동묘지에서 사용된 조화를 그 재료로 한다. -송성진, <조화 바이러스>
용산역 연결통로를 일상적인 모습처렴 안내하는 영상 속에는 내재돼 있는 재난이 잊혀지고 그 속에서 희생된 사람들이 사라진 현실이 드러난다. -봄로야, <연결통로 가이드의 하루>
코팡(Copang) 노동자들이 밀폐된 공간에서 존재하고 있는 모습을 형상화한 미니 스튜디오 속 작업을 영상으로 기록한 물류센터 노동자의 상황. -치명타, <코팡 물류센터>
미디어에서 접하는 재난은 멀기만 하고, 그 속에 피어오르는 연기는 비극적이지만 멀리서 보면 마치 국화 꽃송이 같기도, 구름 같기도 한 몽화전 현실을 담고 있다. -송수민, <하얀 조각>, <하얀 덩어리>
전시공간 미학관은 카모플라쥬처럼 모습을 감추고 일상화된 재난의 역설을 드러내는 전시 《MAY DAY MAY DAY MAY DAY》를 (재)수원문화재단의 협력으로 오는 12일부터 9월 8일까지 수원 장안구에 위치한 복합문화공간 111CM에서 개최한다.
미학관은 전시에 앞서 11일 오전 복합문화공간 111CM에서 기자간담회 겸 전시 개막식을 가졌다. 이 자리에는 미학관 이슬비 디렉터 및 출품 작가 치명타, 송성진, 봄로야, 정혜정이 참석했다.
국제 조난신호로 알려진 ‘메이데이(Mayday)’로 위급상황을 전달하기 위해서는 “메이데이-메이데이-메이데이” 동일한 음절을 세 번 반복해야 한다. 노동절을 뜻하는 ‘메이데이(May Day)’와 다른 의미이지만 노동절 세 번을 외쳐애 구조신호가 된다.
그런 의미에서 전시명 《MAY DAY MAY DAY MAY DAY》는 꽤나 긴급하게 구조요청을 보내고 있는 듯 보이지만 전부 대문자로 쓰여 목소리가 소거된 채 위급상황을 알리는 역할도, 노동절을 뜻하는 단어의 의미전달도 수행하지 못하게 된 음절의 껍데기일 뿐이다.
이 신호는 이미 와 있지만 아직 오지 않은 것처럼 보이는 일상화된 재난이 보내는 것이다. 이번 전시는 별안간 닥쳐오는 천재지변이나 불의의 사건·사고가 아닌 주변에서 마주할 수 있지만 차별과 외면, 무관심 속 모습을 감추고 있는 일상도 재난으로 볼 수 있다고 말한다.
《MAY DAY MAY DAY MAY DAY》는 현실을 마주하며 차분히 돌아보고, 사회 시스템 외부에 놓인 자들, 정치적으로 누락된 개개인을 호출하는 신호이기도 하다.
회복력 있는 도시 공동체를 위해 목소리 없는 자들에게 목소리를 부여하는 리슨투더시티, 사적 경험이 다른 사건으로 발화되는 지점을 가시화하는 봄로야,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을 도시개발, 이주, 난민, 환경오염, 생태 등의 키워드로 풀어내는 송성진, 상반된 의미의 이미지를 조형적 유사성으로 묶으며 새로운 화면을 만드는 송수민, 장소와 기억의 연관성에 대한 이야기를 영상 매체로 변사하는 정여름, 자연과 미디어, 인간과 비인간, 유기물과 무기물로 분리되던 개념들을 횡단하며 다종다양한 세계의 상호작용을 탐색하는 정혜정, 시스템 바깥에 놓인 이들이 스스로의 존엄을 천명할 때 발생하는 사건을 주목하는 치명타, 퍼포먼스를 중심으로 소수자 이슈에 접근하고 있는 흑표범 총 8명(팀)의 작가들은 섣부른 정의나 심판 없이, 그저 자신이 목격한 재난을 덤덤히 서술하는 관찰자의 시선을 유지하며, 침묵(당)하는 이들의 목소리를 작업에 담아 전시장에서 들려준다.
이처럼 일상 속 재난을 주목한 《MAY DAY MAY DAY MAY DAY》 전시는 독립기획자이자 전시공간 ‘미학관’ 디렉터인 이슬비가 기획했다.
작가로도 활동하고 있는 이슬비 디렉터는 "이번 전시회는 천재지변만을 비극으로 다루고 있지 않는다. 주변에서, 일상에서 볼 수 있는 고통을 외면하는 시선도 재난이라는 개념으로 풀고 있다"며 "이번 전시회의 키워드를 잡고 여러 작가들의 작품을 염두에 두고 구작과 신작을 전시에 아우르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당초 연초제조창에서 '문화제조창'으로 변신한 복합문화공간111에서 작품을 전시한다는 것은 다소 모험이 필요한 것이었다"며 "완전히 막혀있지 않은 이 공간의 특성을 살리기 위해 시시각각 변하는 자연채광을 활용해 작품 동선을 짜고, 모니터를 배치해야 했다"고 덧붙였다.
전시기간은 7월 12일(금)부터 9월 8일(일)이다. 관람시간은 10:00~18:00이며, 월요일과 공휴일(8월 15일)은 휴관한다. 전시 기간 중 평일 13시에는 정규 도슨트 프로그램이 운영된다. 전시 정보 및 관련 프로그램의 일정 등 상세한 정보는 추후 미학관 SNS에서 확인할 수 있다.
베타뉴스 유주영 기자 (boa@beta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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