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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산곤돌라 설치 계획 반대 시민운동 이어져... “남산은 서울시의 허파...오세훈 소유물 아냐”


  • 유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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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 2023-12-26 00:42:49

    ▲ 지난달 23일 환경단체 및 학부모연대 소속 시민들이 중구 리라초등학교 앞에서 남산곤돌라 설치계획 반대 집회를 하고 있다. ©베타뉴스
    [베타뉴스=유주영 기자] 남산곤돌라와 남산스카이워크 설치에 반대하는 시민들의 움직임이 지속적으로 일고 있다. 이에 서울시의 이른바 '지속 가능한 남산 프로젝트'가 난항에 부딪힐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환경단체 및 학부모연대 소속 회원 100여명은 26일 오전 서울시청 신청사 앞에서 서울시민의 힐링공간 남산을 유원지로 만들려는 남산곤돌라, 남산스카이워크 건설계획을 즉각 철회하라며 집회를 열었다.
     
    이날 모인 참가자들은 남산 생태환경을 훼손하고 수십년간 회복해온 남산 경관을 일거에 망가뜨리는 것은 물론, 예장자락 소재 수천명 학생들의 학습권을 침해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며 남산곤돌라 설치 백지화를 강력하게 촉구했다. 
     
    이날 합동기자회견은 녹색청년봉사단 이원준 단장의 사회로 진행됐으며, 전국 45개 시민환경단체 연합체인 전국환경단체협의회(상임대표 한재욱)와 23개 환경단체장들의 연합체인 한국환경단체장협의회(회장 한만정) 등 환경단체 회원들과 '서울학부모연대' 등 학부모단체회원들, 그리고 예장자락 학교의 학부모들 100여명이 참석했다.

    ▲ ©베타뉴스
    성명서를 낭독한 한재욱 전국환경단체협의회 대표는 "'지속 가능한'이라는 허울좋은 표현 아래 남산곤돌라는 물론 남산스카이워크까지 시설물을 토목삽질하여 남산 생태와 경관을 파괴하여 남산을 오히려 '지속 불가능'하게 파괴하는 행위는 마치 전쟁을 평화로 명명한 조지오웰식 명명법"이라며 서울시의 설치 계획을 강력 규탄했다.
     
    이날 집회에 참석한 한 시민은 “남산곤돌라 25대의 리프트가 오르락내리락하는 구간의 일부는 생태환경과 자연경관이 절대적으로 보전되어야 하는 ‘비오톱’ 지역인데, 남산곤돌라를 설치하면 생태 환경과 자연 경관이 훼손될 것이 불보듯 뻔하다”며 남산곤돌라 설치의 부당성을 역설했다.
     
    다음은 이날 서울학부모연대 임정원 위원과 전국환경단체협의회 한재욱 대표가 발표한 기자회견 전문.
     

    ▲ 지난 7월 환경단체 및 학부모연대 소속 시민들이 서울시청 신청사 앞에서 남산곤돌라 설치계획 반대 집회를 하고 있다.©베타뉴스
     
    "서울시민의 힐링공간 남산을 유원지로 만들려는 남산곤돌라, 남산스카이워크 건설은 즉각 백지화되어야 한다” 
     
     
    서울시는 국민 여론조사 결과 과반이 반대함에도 그리고 시민환경단체들의 생태경관 파괴 우려 및 학부모단체의 학습권 침해 우려 주장이 줄기차게 제기되고 있음에도 이를 깡그리 무시하고 남산곤돌라 건설을 밀어붙이고 있다. 
     
    남산은 서울 도심의 녹색 공간으로서 서울시민들의 힐링 공간이다. 수십년에 걸쳐 남산 곳곳에 있던 주택들과 빌딩들을 철거하고 남산순환도로에 자동차 진입을 통제한 것도 바로 이 남산의 힐링 기능을 극대화하기 위함이었다.
     
    그런데 이 수십년의 서울시와 서울시민의 노력을 일거에 물거품으로 만들려는 토목삽질을 오세훈 서울시장이 벌이려 하고 있다. 무슨 권리로 힐링공간을 하루 아침에 유원지로 바꾸겠다는 건가? 
     

    더욱더 황당한 것은 “지속 가능한 남산프로젝트”란 명명이다. 남산곤돌라에다가 남산스카이워크까지 시설물을 건설하겠다는 이 프로젝트는 남산 생태와 경관을 파괴하여 남산을 “지속 불가능”하게 할 토목삽질일 뿐이다. 이는 마치 ‘전쟁’을 ‘평화’로 명명한 조지오웰식 명명법이 아닐 수 없다. 
     
    게다가 남산 경관 확보를 위해 멀쩡한 교통방송 건물을 철거한 바로 그 자리에 25대의 곤돌라가 오르락내리락하는 남산곤돌라를 설치하겠다는 건 오세훈식 자기모순의 극치다. 경관확보를 위해 철거한 건물 그 자리에 그보다 더 심한 경관 파괴를 하는 곤돌라를 짓겠다? 그야말로 자기모순이 아닐 수 없는 것이다. 
     
    서울시가 남산곤돌라 설치 이유로 내세우는 것 가운데 하나는 기존의 케이블카가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것인데 이 역시 참으로 황당하다. 새로 만들 남산곤돌라는 명동역 1번출구에서 200미터인데, 기존의 남산케이블카는 명동역 4번출구에서 560미터이다. 고작 360미터 거리를 단축하기 위해 270여 미터밖에 안되는 남산에 케이블카에 이어 곤돌라를 추가 설치하겠다고 하니, 이 논리대로라면 설악산 같은 큰 산에는 수십 수백 개 케이블카가 만들어져야 할 판이다. 
     
    백번 양보해서 굳이 남산곤돌라를 설치하려 한다면 민간업자에게 건설과 운영을 맡겨야 할 것이다. 대체 어떤 근거로 서울시가 서울시민의 혈세를 들여 수익사업을 하겠다고 발벗고 나선단 말인가! 게다가 환경을 파괴하여 만든 곤돌라의 수익으로 남산의 생태환경을 보전하겠다고 한다. 곤돌라 수익이 날 것이란 건 요즘 말로 뇌피셜이 아니고 뭔가? 우리는 지자체들이 곤돌라를 건설하여 한두해 반짝 수익을 내다가 시민의 혈세를 잡아먹는 애물단지로 전락한 수많은 예를 보고 있다. 남산곤돌라가 수익이 난다는 보장을 어떻게 함부로 할 수 있단 말인가! 
     
    한편, 남산곤돌라 건설 과정과 운행으로 인해 아동 학습권과 학생 인권을 심각하게 초래 받을 남산 예장자락 수천명 학생들과 수만명 학부모들의 동의를 얻어냈는가? 
     
    만에 일이라도 학생들과 학부모의 동의도 받지 않고 학교장들의 동의를 받은 것으로 마치 전학교 구성원이 동의한 것으로 둔갑시키려 한다면 이는 서울시가 약자와의 동행이 아니라 강자와의 동행을 하겠다고 선포한 것이나 다름없다. 이 역시 자기모순이며 대국민 기만행위이다.
     
    거듭 강조하거니와, 남산곤돌라는 리라유치원, 숭의여대부설유치원, 리라초등학교, 남산초등학교, 숭의초등학교, 리라아트고등학교, 숭의여자대학교 등 수천명 학생들의 학습 분위기를 ‘놀자’ 분위기로 바꿀 뿐 아니라, 쉬지않고 오르락내리락하는 곤돌라 탑승객들이 학생들을 ‘볼거리’ 삼아 아래로 내려다보게 하게 하여 아동 인권과 학습권, 그리고 생활권을 심각하게 침해하게 할 것이다. 
     
    25대의 곤돌라가 남산의 경관을 훼손하면서 유치원, 초등학교, 대학교, 사회복지시설 위로 운행시간 내내 돌고 있는 모습을 상상을 해보면 ‘지속 가능한 남산 프로젝트’가 아닌 ‘무서움이 가득한 남산’으로 변할 것이 분명하다. 
     
    애국가 2절 “남산 위의 저 소나무”가 “남산 위의 저 곤돌라”가 될 것을 우려하며 우리는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우리의 요구사항
     
    1. 서울시의 남산곤돌라와 남산스카이워크 설치 계획을 즉각 백지화할 것을 촉구한다.
    2. 서울시의회는 소속정당의 진영논리를 벗어나 <남산곤돌라> 설치의 문제점에 대해 귀를 기울이고 예산 통과를 막아줄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
    3. 학생, 학부모의 동의 없는 학교장의 동의서는 즉각 휴지통으로 폐기할 것을 촉구한다.
     
    2023년 12월 26일
     
    서울학부모연대 전국환경단체협의회 녹색청년봉사단 
    한국환경단체장협의회 남산숲지키기범시민연대


    베타뉴스 유주영 기자 (boa@beta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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