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엘든 링, 오픈 월드로 만나는 죽음에 대한 끝없는 찬가


  • 이승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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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 2022-03-04 09:10:40

    반다이남코엔터테인먼트의 액션 어드벤처 게임 '엘든 링'이 2월 25일 자막 한글화되어 PS5, PS4, Xbox Series X|S, Xbox One, 스팀용 국내 정식 출시됐다.

    출시 전부터 주목을 받은 '엘든 링'은 오픈 월드로 바뀐 새로운 모험 형태와 매력적인 적과 보스 디자인, 여전히 아슬아슬한 매력적인 전투까지 그야말로 소울류 본가다운 장점을 갖추고 있다.

    이야기 구성은 시리즈 특징에 맞춰 다소 복잡하고 난해하지만, '엘든 링'이라는 선명한 목표가 있고 다양한 풀이를 통해 유저에게 상상하고 분석할 기회를 준다.

    게임 내 있는 여러 인물들은 주인공의 목표에 다가가기 위해 다양한 이야기를 꺼내며, 때론 선택지가 될 수 있고 반대로는 일방적인 통보가 되기도 한다.

    이런 과정은 불편하지 않고 때론 친절하다. 소울류 게임이지만 '엘든 링'이 대중성이라는 양념을 넣기 위해 노력한 흔적이 아닐까 싶다.

    전투 방식은 예전과 거의 같지만 점프와 기승 공격이라는 새로운 시도가 더해져 역동적으로 변했다. 예전 전투가 눅눅한 진흙탕 같은 싸움이었다면 '엘든 링'은 세련된 격투기 같은 느낌이다.

    점프 공격은 좋은 선택이다. 거대 괴수의 머리는 특정 상황이 아니면 노릴 수 없었는데, 이번에는 지형이나 직접 정면에서 점프해 공격할 수 있다.

    기승 공격은 다소 어색하고 조율이 조금 더 필요해 보이지만, 일반적인 적들은 기승 공격을 막아내는 것에 익숙하지 않은 듯 쉽게 당하는데 어려운 난이도를 선보이고 있는 '엘든 링'의 단비 같은 요소로 작용한다.

    그렇다고 '엘든 링'이 쉽다는 말은 아니다. 기본적으로 소울류 게임의 특징을 가지고 있고, 여기에 던전방식의 보스 스테이지도 그대로 있다.

    전투는 오픈 월드처럼 도망칠 수 없기에 전작과 같은 개념으로 싸워야 한다. 그나마 다행인 건 반격할 수 있는 공격 루트가 예전보다 많아졌고, 억지로 패링을 노릴 필요도 없어졌다는 점이다.

    가드 이후에 강한 공격을 입력하면 곧바로 체력 상당수를 소진하는 큰 공격을 사용하는데, 이것이 대부분의 보스나 적에게 유용하다. 정면을 보고 싸우는 것만 잘 지키면 승산이 높아졌다.

    여전히 순간 방심하면 일반적인 적에게도 죽음을 당하고 일부 적들은 패턴의 다양화를 통해 유저를 괴롭힌다. 수십개의 패턴을 외우고 끊임없이 빈틈을 노려 인내심과 집중력을 바탕으로 승리해야 한다.

    그래픽은 프롬 소프트웨어 소울류 시리즈 중에서는 밝은 편이며, 기괴하면서도 아름다운 적들의 외형과 현세대기의 성능을 쓴 무기와 캐릭터, 각종 마법 효과 등도 만족스럽다.

    하지만 모든 것이 완벽하진 않다. 가장 큰 문제는 최적화로, 현세대 콘솔에서도 빈번하게 발생하는 프레임 드랍과 PC 버전의 최적화 이슈는 빠른 해결이 필요해 보이는 가장 큰 단점이다. 특히 오픈 월드 이동이나 던전 진입 시와 각종 사물의 파괴 시에 생기는 프레임 드랍 문제는 여정에 걸림돌로 작용한다.

    대중성이라는 양념이 더해졌지만 그렇다고 해서 친절한 게임은 아니다. 편리한 키 매칭 기능과 각종 도움말 기능 등 편의 요소는 그 어떤 시리즈보다 좋고 안정적이라고 할 수 있지만, 기본적으로 직접 죽음으로 깨우치고 파악해 이겨내야 하는 식이다. 흔한 오픈 월드 게임의 편의성에 익숙하다면 '엘든 링' 특유의 불친절함에 흥미를 잃어버릴 가능성도 높다.

    '엘든 링'은 소울류의 진화와 발전을 보여주는 타이틀이자 잊고 지냈던 모험이라는 요소를 매운 맛으로 보여주는 게임이다. 소울류 시리즈가 가진 본연의 불친절함을 넘어선다면 '엘든 링'은 지금까지 느껴보지 못한 진한 죽음의 재미를 경험하게 해줄 것이다.


    베타뉴스 이승희 기자 (cpdlsh@beta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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