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기자수첩] '세종의사당'이 세종청사와 발맞춰야 하는 이유


  • 유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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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 2020-12-21 05:18:31

    ▲ ©(사진=경제부 유주영 기자)

    [베타뉴스=유주영 기자] “국장님요? 지금 부재중이십니다. 오전에 서울 출장 가셨습니다.”

    2013년 이래 중앙부처 각 실국에 접촉하면 흔히 듣는 답변이다. 정부 세종청사 시대가 열린 이후 중앙부처 공무원들의 업무시간 중 반은 열차 안에서 지나간다.

    각 부처 과장급은 물론, 실·국장까지 백팩을 메고 KTX에 몸을 싣는 모습은 이제 익숙한 풍경이다.

    지난 2011년 정부과천청사가 세종으로 이전하는 것이 가시화되자 공무원들은 들썩였다. 갑자기 바뀌게 될 환경은 그렇다치고 앞으로의 서울에서 치러야 할 업무는 어떻게 처리할 것이냐하는 답답함 때문이었다.

    일부 사무관들 중에는 "부처만 세종으로 가란 법이 어디 있느냐. 국회도 같이 움직여야 하는 것 아니냐"는 볼멘 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각 부처는 국회 각 상임위와 긴밀하게 접촉하면서 업무를 처리해 나가야 하는데 먼 거리를 떨어져야 없으니, 이런 소리가 나올 만도 했다.

    세종에서 민원인들은 공무원을 만나러 세종으로 출장 오고, 공무원들은 의회 업무를 위해 서울로 출장을 가는 등 아이러니한 모습이 그대로다.

    민원인들과 외부 협력업체 직원들도 세종에 한 번 오려면 큰 마음을 먹어야하고, 게다가 과장들이 언제 어느날 세종에 있을 지 몰라 약속도 쉽게 잡기 힘들다.

    세종시 공무원들은 몸도 유난히 쉽게 아프다. 매서운 삭풍이 불어닥치는 세종의 겨울과, 뙤약볕에 마땅한 그늘도 없이 이글거리는 세종의 여름 아스팔트, 게다가 일주일에 몇번 씩이나 장거리 출장이 예사기 때문이다.

    이런 와중에 세종청사 시대가 열린지 7여년 만에 국회 분원이 세종시에 설치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리게 됐다. 물론 노무현 정부 때 행정수도를 수도권 남쪽으로 옮기는 논의가 시작된지 18여년 만이다.

    여당은 국회 일부를 세종으로 옮기는 방안을 올초부터 구체화하고, 지난 7월에는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교섭단체 연설에서 국회 기능을 세종으로 옮겨 온전한 행정수도의 모습을 갖춰야 한다고 천명했다.

    야당과 언론의 반발은 상당했다. 부동산 실책 등 악화된 여론을 돌리기 위해 내 놓은 정책이라고도 했고, 헌재가 서울이 대한민국의 '수도'임을 관습법으로 인정했는데 또다시 지나간 논의를 계속한다는 비판도 있었다.

    그러나 이에 반하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지난 7월 국토연구원이 계산한 세종의사당 건립에 따른 생산 유발 효과는 전국적으로 7550억원, 부가가치 유발 효과는 2442억원, 고용 유발 효과는 4850명으로 집계됐다.

    최근 한 언론의 보도에 따르면 이같은 파급효과를 분석한 조판기 국토정보원 선임연구위원이 국회와 정부부처간 거리를 줄여 행정 비효율성을 줄이면 사회적 비용 3조원을 줄일 수 있다고 전했다.

    또 국회와 연관 산업 종사자 5000여 명이 상주하고 하루 1500명 안팎의 민원인이 방문할 것으로 예상돼 앞으로 전체 경제유발효과도 8조 원이 넘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분석했다.

    경제적 효과도 효과지만, 세종으로의 국회 이전은 일면 당연하기도 하다. 국회와 부처가 한몸처럼 움직여야 하는데, 30분 보고를 위해 차에서 하루를 보내는 일이 허다하기 때문이다.

    조 연구위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행정부처와 국회의 접촉빈도는 평균적으로 월 10회(주2~3회)이고, 상임위, 국감, 청문회 시즌에는 1주일식 숙박, 주 4회 이상이며, 국감시에는 60~70명씩 이동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업무보고시에는 120명이 이동하며 회당 1000만원이 소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업무효율 제고를 위해서는 국회 이전이 필수적이라는 게 행정부처 공무원들의 의견이다.

    국회 소속 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는 예산정책처,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상임위 등에서 행정부처와 접촉이 많다는 답변이 나왔다. 이전시 예산정책처의 업무효율이 높아진다는 답변에 비해 상임위 이전은 헌재 결정에 위반된다는 의견이 있었다.

    국회 소속 직원들은 세종에서 출장다니는 공무원들처럼 시간 및 비용의 불편함은 없었으나 소통의 불편함은 같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럼에도 이전시 업무효율성 제고에서는 같은 답변이 나왔다.

    민주당 행정수도완성추진단은 9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4개월간의 성과를 발표했다. 내년도 예산에 국회 세종의사당 설계비(127억)가 증액된 데 이어 집권 여당이 국회 이전 방침을 내놓은 것.

    국회에서 (세종의사당 이전을 위해) 예산을 배정했어도 아직 '첫삽'은 언제쯤이 될지 요원하다.

    그저 부처 공무원들은 자기들만 힘들어지는 이런 부조리가 왜 개선되지 않는지 의문일 뿐이다.

    한 공무원은 "이미 오랜 시간이 지나 서울을 오가는 생활도 적응할 법하긴 하지만, 아직도 세종에도, 서울에도 정을 붙이지 못한 직원들이 많다. 온전한 행정을 위해서는 국회와 행정부처가 가까이서 소통하는 방법도 고민해 볼만 하다"고 말했다. 


    베타뉴스 유주영 기자 (boa@beta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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