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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의사 절차 무시한 용산구의회, '한강로 지하주차장 설치 논란'..구청에 의견조차 제출 안 해


  • 유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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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 2020-10-23 14:56:27

    ▲ 권영세 의원실이 서울시에서 입수한 지하주차장 심의 관련 자료 ©권영세 의원실

    [베타뉴스=유주영 기자]  용산구의회(의장 김정재)가 용산 한강로 지하공영주차장 설치를 두고 안이한 의사 처리로 주민의 의사를 제대로 반영하지 않은채 서울시에 잘못된 의견을 전달해 빈축을 사고 있다. 또 용산구의회는 의사 진행 과정에서 의회가 지하주차장 설치에 대해 '의견 없음'으로 뚜렷한 의견을 내지 못한 것으로 왜곡 소지를 남겼으며 제대로 된 의사진행을 하지 않아 의회가 '업무상 해태(懈怠)'를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22일 용산구의회 회의록에 따르면 지난 6월 용산구의회는 지난해부터 불거진 한강로 공원지하공영주차장 설치에 관한 청취안에 대해 각 상임위원장의 의결을 통해 '3대 3' 부결로 결정을 냈다. 의사진행 규정에 따라 상임위에서는 상정된 안에 대해 표결을 할 수도 있고 의견만 모으고 표결을 안 할 수도 있는데 이 안의 경우 표결에 부친 것이다. 

    그러나 3대3이면 부결임에도 불구하고 이 청취안은 심사보류로 결정돼 본회의에 상정조차 되지 않았다.

    한 지방행정 의회 전문가는 이런 경우 가결, 부결에 상관없이 이를 본회의에 상정하는 것이 제대로 된 절차라고 전했다. 김정재 의장은 물론 지역구의원을 포함한 의회 모두 이에 대해 손을 놓고 있었던 것. 그 결과 지하주차장 설치 관련 청취안은 의견도 도출하지 못하고 주민들의 의견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은채 '계류 중'으로 남았으며, '일사부재의'의 원칙에 따라 구의회 의원들의 손을 떠났다.

    또한 집행부가 의견제시를 요구한 안(의견청취안)에 대해 상임위는 논의를 하고 이를 본회의를 거친 후 의회가 집행부에 60일 안에 의견을 제출해야한다는 규정이 있음에도 용산구의회는 본회의에 안건을 올리지도 않았다. 이에 따라 구의회의 의견은 도출될 수 없었으며 도시계획과에 전달되지도 않았다. 용산구 도시계획과는 이 안에 대해 의회의 의견이 없는 것으로 파악했고 이는 서울시 도시활성화과에 전달된 것이다.

    용산구의회는 이렇게 중요한 지역사안에 대해 비록 상임위에서 결론을 내지 못했더라도 의장이 의견청취안의 시한 등 절차적 문제점과 내용을 인지하지 못하고 수수방관해 오히려 갈등을 부추키는 등 주민의 대리인으로서의 자질 논란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앞서 용산구청의 한강로 지하주차장(용산 해링턴스퀘어 지하주차장) 설치 계획은 교통체증을 유발하고 주민 주거환경 침해한다는 이유로 인근 주민들 및 인접한 LS타워, 아모레퍼시픽 본사 사옥 측의 반발을 불러 일으키는 상황이었다. 해링턴스퀘어 재건축 조합원 및 아스테리움 용산 등 인근 5개 아파트 단지 주민들은 용산구청이 재건축 조합원 회의 및 공람 과정에서 공영주차장 설치 문제를 교묘하게 축소해 올려 부당하게 지하공영주차장 설치를 추진했다는 입장이다.

    용산구청은 헤링턴스퀘어 지하에 143대의 주차공간을 마련하는 공영주차장 설치를 추진했지만 주민들은 이 계획이 근처 아파트의 가치를 올리기는 커녕 당초 예정된 버들개공원 건립도 취소돼 주민 생활환경을 악화시킨다며 구청에 주차장 설립을 반대하는 탄원서를 내기도 했다.

    지난 6월 용산4구역 앞 주차장 건립 반대 집회에 참석한 4구역 조합원 A씨는 "조합장 측은 OS요원을 동원해 조합원들에게 (지하주차장 설치) 찬성표를 찍도록 유도했다"며 "안건 한 구석에 지하문화공간 조성이라는 말이 쓰여 있길래 해링턴의 재산가치를 높히는 것으로만 생각했지 이 속에 '지하주차장 설치'가 포함돼 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며 분개했다.

    ▲ ©용산구의회 홈페이지 캡처

    주민들 사이에 반대 의견이 터져나오는 가운데 용산구청은 지하주차장 설치를 강행하는 한편 지난달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에 심의를 요청했다.

    그 결과 서울시 도시계획위는 지난 7일 '국제빌딩 주변 도시정비형 재개발 정비계획 결정안'의 심의결과를 '보류'로 채택했다. 주차장 도입 필요성에 대한 논리적이고 타당한 사유 및 공익적 필요성이 사익보다 크다는 명확한 근거 제시가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또한 도시계획위는 주차장 신설계획 유지시 객관적인 수요추정에 근거하여 주차장의 규모 및 위치 적정성을 면밀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해링턴과 주변 5개 단지 등 용산주민은 도계위의 '보류' 결정에 한시름 놓았으나 이는 완전한 '불가'가 아니기 때문에 안심할 수 없다는 분위기다.

    21일 서울시 도시활성화과 담당자는 "도시계획위원회에서는 구청에서 올린 계획안에 대한 가부만 결정할 뿐 그 안의 옳고 그름을 따지지 않는다"며 "용산구청에서 올린 안에 있는 구의회의 '의견 없음'은 참고한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이날 용산구청 도시계획과 담당자는 "의회에서 '의견 없음'으로 전달돼 왔기 때문에 이를 그대로 첨부해서 서울시에 올렸다"고 전했다.

    용산구 지역 현안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국민의힘 용산당협 박희영 사무국장 (전 용산구의회 의원)은 22일 "회의록을 보면 의장과 지역구 의원 등 의회전체가 본회의 상정조차 안 하는 등 의사 절차에 무지한 것으로 생각된다"며 "설사 주차장 계획안 설치안이 상임위를 거쳐 본회의에서 통과된다하더라도 몇몇 의원들이 반대를 표명하는 '소수의견'을 낼 수 있었음에도 이 조차 이뤄지지 않았다"고 질타했다.

    이 문제를 누구보다 꼼꼼하게 챙겨 온 권영세 의원실 배기석 수석보좌관은 "구의회에서는 손을 놓고 있었으며 용산을 지역구로 하며 행정안전위원회 소속인 권영세 의원이 서울시로부터 직접 자료를 입수해 이 과정을 살폈다"며 "용산구의회 의원들의 행태는 주민을 주인으로 생각하는 정치라 보기 어렵다"라고 꼬집었다.

    공영주차장 건립을 반대했던 오천진 용산구의원도 "용산구의회 복지위원회에서 본회의와 상관없이 이를 저지해야 했다"고 입을 모았다.

    해링턴 주차장 건립을 반대하는 한 용산구민은 "믿고 있던 의원과 의회에서 이렇게 일을 허술하게 처리할 줄은 몰랐다"며 "서울시 '보류' 결정이 났지만 어떤 절차도 없이 일을 처리한 의회를 주민을 위해 일한다고 생각할 수 있겠느냐"고 성토했다.


    베타뉴스 유주영 기자 (boa@beta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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