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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울산 울주군 등억온천단지 속 포위된 '천년고찰'의 흔적을 찾다


  • 정하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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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 2020-05-17 11:15:21

    ▲ 보물로 지정돼 있는 간월사 석조여래좌상 모습. © (사진=정하균 기자)

     

    88년 2월 일대가 '등억온천지구'로 지정되면서 간월사지 경계 밖이 구획화되고 상업·숙박시설 잇따라 들어서

    1963년 보물로 지정된 석조여래좌상, 1960년대 초반 한 농부가 발견해 정부에 신고하면서 세상에 알려져

    석조여래좌상과 함께 보호각 간월사지 안서 습지가 아닌 마른 곳으로 옮길 방침이었지만 수년간 제자리에 방치

    [울주 베타뉴스=정하균 기자] 실패한 온천휴양단지, 온천 대신 모텔들만 우후죽순 들어서있는 울산 울주군 상북 등억리는 마을 전체가 버려진 듯한 느낌이다. 주말과 휴일 영남알프스복합웰컴센터를 중심으로 등산객들이 잠시 북적이기도 하지만 평일엔 찾는 사람이 거의 없다. 코로나 사태 이후 이곳을 찾는 상춘객들의 발걸음은 끊어진 상태다.

    간월사지의 비극은 1980년대 온천이 솟으면서 시작됐다. 문화재 보호 목소리는 거세게 몰아닥친 온천 개발 바람 속에 묻혔다. 88년 2월 일대가 '등억온천지구'로 지정되면서 간월사지 경계 밖이 구획화 되고 상업·숙박시설이 잇따라 들어섰다.

    이를 막는 법도 있었으나 무용지물이었다.

    간월사는 신라 진덕여왕(재위 647~654년) 때 자장율사(慈裝律師)가 세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당시에는 통도사에 비견될 만큼 사찰 규모와 영향력이 컸으나 조선시대와 일제시대 들어 급격히 사찰 위세가 추락한 것으로 전해져 온다.

    지난 1963년 보물로 지정된 석조여래좌상은 1960년대 초반 한 농부가 발견, 정부에 신고하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당시 쟁기질을 하던 농부가 불상을 발견, 다른 사람에게 돈을 받고 넘긴 뒤 잦은 우환을 겪다가 관청에 신고했다는 일화가 전해진다.

    이후 간월사 신도들이 불상 머리부분을 찾아 결국 1963년 보물로 지정받은 아픈 사연을 간직하고 있다.

    17일 기자가 찾은 이곳 간월사 터는 영락없이 모텔들에 포위된 형국이다. 그나마 몇해 전 축조된 전통식 담장이 세상과의 경계를 지어놓고 있을 뿐이다.

    33년 전 1987년 등억온천단지가 개발될 당시 대대적인 개발 사업으로 간월사 옛 터 주변 일대 땅을 모두 헤집었던 사실은 이 지역에서는 공공연한 비밀로 남아있었다.

    당시 울주군은 등억온천단지 내 알프스산악 웰컴센터를 건립한 데이어 이 곳에서 산악영화제를 개최하고 간월산 케이블카를 추진했다.

    등억온천단지를 작천정과 자수정 동굴 공원 등과 연계시켜 울산의 새로운 관광명소로 탈바꿈시키는 울주군의 관광지 개발 구상의 일환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후 간월산 케이블카 추진은 무산됐다.

    ▲ 간월사터 초입엔 간월사가 간직한 보물인 석조여래좌상(보물 제 370호)을 모신 보존각이 덩그런이 남았다. © (사진=정하균 기자)

    간월사터 초입엔 간월사가 간직한 보물인 석조여래좌상(보물 제 370호)을 모신 보존각이 덩그런이 남았다. 다행히 문은 열려있었다. 내부에 들어서자 잠시 동안 머물던 어둠이 걷히고 석조여래좌상이 눈에 들어온다.

    얼굴은 둥글고 풍만하며 단정한 입과 긴 눈, 짧은 귀 등의 표현에서 온화하고 인간적인 느낌을 준다. 어깨는 좁아지고, 몸은 양감이 없이 펑퍼짐한 모습이다.

    보존각의 모습이 초라하게만 느껴졌다.

    문화재청은 지난 2014년 간월사지 석조여래좌상에 대한 특별점검을 한 결과 즉각적인 보수정비가 필요한 'F등급' 판정을 내린 이후 울산시와 울주군에 문화재 보존 대책을 촉구해 오다가 2016년 울산시와 울주군으로부터 예산을 지원받았다.

    석조여래좌상이 위치해 있는 곳은 매우 습기가 많은 장소로, 문화재를 보관하기에 부적합한 지질이라고 울주군은 설명했다.

    그러나 울주군은 당시 발굴조사가 끝나는 대로 보물로 지정돼 있는 석조여래좌상과 함께 보호각을 간월사지 안에서 습지가 아닌 마른 곳으로 옮길 방침이었지만 수년간 제자리에 방치해 놓고 있어 무책임 행정의 극치를 보여주고 있다.

    등억온천단지 한 주민은 "영남알프스의 명산인 간월산이 간월사에서 이름을 따온 데서도 알 수 있 듯 간월사의 중건은 불교계에 한정된 것이 아니라 울산 전체의 관광문화에 영향을 미치는 중대 사안이었다"며 "지금은 이곳을 찾는 사람은 거의 업다. 썰렁한 보물이 존재하는 그런 기분을 느낀다"고 아쉬워했다.

    인근에서 커피숍을 운영하는 박모씨(65·여)는 "신라고찰 간월사가 해오름시대 울산이 자랑할 만한 문화유산으로 거듭나길 바란다"며 "간월사를 다시 건립하는 방안을 추진해 많은 관광객들이 간월사를 찾기를 고대한다"고 말했다.


    베타뉴스 정하균 기자 (a1776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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