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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매분쟁에서 그룹경쟁으로 번지나…KCGI, 조원태에 공개토론 제안


  • 곽정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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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 2020-02-18 11:01:28

    ▲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왼쪽)과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오른쪽). © 연합뉴스

    [베타뉴스=곽정일 기자] 한진그룹의 경영권을 두고 남매지간인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과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간 갈등이 격화되는 가운데 한진칼 단독 최대주주인 KCGI가 조 회장에게 공개토론을 제안했다.

    KCGI는 17일 보도자료를 통해 "이번 주주제안과 전자투표 요청에 대해 주주, 임직원, 고객들로부터 다양한 의견이 제시되고 있다"며 "논의의 장을 마련하기 위해 이달 중 한진칼의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석태수 한진칼 대표이사와 공개토론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KCGI는 "한진그룹의 경영진으로부터 한진그룹이 당면한 경영위기에 대한 현 경영진의 입장을 듣고 주주연합의 주주제안에 대한 한진그룹의 수용 여부를 확인할 것"이라며 "한진그룹의 현 위기 상황에 대한 동료 주주, 임직원, 고객들의 의견에 대한 논의의 장"이라고 토론제안 배경에 관해 설명했다.

    또한 "한진그룹 경영진은 가능한 일시를 오는 20일까지 답변해 주기를 바란다"며 "공개토론이 성사된다면 KCGI 측에서는 강성부 대표, 신민석 부대표가 참석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KCGI는 토론을 제안하며 한진그룹의 실적 부진을 구체적으로 언급했다. KCGI에 따르면 한진칼은 2014년 이후 누적 적자만 3,467억원, 대한항공은 1조7,414억원에 이른다. 그리고 최근 5년동안 2017년을 제외한 모든 연도에서 지속해서 적자를 내고 있다.

    KCGI는 "한진그룹은 충분한 잠재력을 가지고 있음에도 낙후된 지배구조로 인해 시장에서 실제 가치에 대한 충분한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며 "KCGI는 2018년부터 지배구조 개선을 통한 경영 효율화를 지속해서 촉구해 왔으나 한진그룹 기존 경영진은 지배구조 개선에 관한 제대로 된 의지나 노력을 보이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업계에서는 KCGI의 공개토론 요구에 대해 주주제안 내용에 정당성을 강조하면서 소액주주들의 표심을 끌어내려는 것으로 보고 있다. 다음 달에 열릴 주총에서 조 회장과 조 전 부사장의 지분 차이가 얼마 나지 않기 때문에 소액주주들의 지지가 어디로 가느냐에 따라 운명이 뒤바뀌기 때문이다.

    한진그룹은 KCGI의 공개토론 요청에 대한 공식 입장은 없다고 밝혔다. 앞서 한진그룹은 지난 14일에도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으로부터 한진그룹의 경영권 분쟁과 관련한 공개 토론회를 제안받았지만 수락하지 않았다. 기업거버넌스포럼은 강성부 대표가 발기인으로 있는 전문가 모임이다.

    이미 지난해 7월 KCGI는 조원태 회장과 조현민 한진칼 전무에게 "한진칼의 책임경영체제 마련을 위해 논의하자"라며 회동을 요청한 바 있고, 당시에도 회동은 성사되지 않았다.

    한편 한진그룹 3대 노동조합은 공동 입장문을 내고 3자연합인 KCGI, 반도건설, 조 전 부사장에 대해 비난했다.

    입장문에서 노조는 각 주체에 "투기 펀드에 몰려든 돈을 불려 가진 자들의 배를 불리고자 혈안이 되어있는 KCGI의 한진그룹 공중 분할 계획을 절대 용납할 수 없다", "뒷골목 모리배들이나 할 만한 협잡으로 소탐대실의 길을 간다면 악덕 기업의 오명을 뒤집어 쓰고 한진그룹 전체의 저항을 감당해야 할 것", "안하무인의 위세로 노동자들을 핍박한 결과로 한진그룹이 세상의 조롱거리로 전락했는데, 이제 와서 또 무슨 염치로 그룹을 탐내는가" 등의 의견을 내놨다. 


    베타뉴스 곽정일 기자 (devine777@beta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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