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베타 정견 만리] 문재인 '분권형 개헌'에 황교안 '손' 내밀까?...여야5당 만찬 '실마리'


  • 조창용
    • 기사
    • 프린트하기
    • 크게
    • 작게

    입력 : 2019-11-11 06:45:25

    ▲ 10일 여야5당 대표 만찬 회동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합석한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우) © 청와대 제공

    1990년 1월 22일 당시 여당인 민주정의당, 야당인 통일민주당, 신민주공화당이 민주자유당(민자당)으로 3당 합당했다. 일각에서는 3당 야합으로 비난 받기도 했다.

    어쨋든 3당 합당의 성사 여부는 여당의 의지뿐만 아니라 야당의 호응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당시 김영삼 통일민주당 총재는 제13대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당시 김대중 평화민주당 총재에게 의석 수를 역전당해 제1야당의 지위를 빼앗긴 상황이었다.

    당시 김종필 신민주공화당 총재는 야당 중에서 가장 의석 수가 적어 정국에 참여하기 어려운 처지였다. 김영삼·김종필 두 사람은 모두 보다 많은 정치적 영향력이 필요했던 것이다. 이 것이 서로 윈윈하게 된 당시 정국 상황이었다.

    현재 문재인 정부는 임기가 반환점을 돈 상황에서 민심의 갈림길에 서 있다. 문재인 대통령 국정운영에 대한 긍정·부정 평가만큼이나 정권 재창출론과 교체론이 팽팽하게 맞섰다. 집권 여당 대표가 공공연히 ‘20년 집권론’을 펴는 상황이지만 바닥 민심은 녹록지 않은 안갯속 양상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지지도가 국민 과반에 못미친 47.9%( 9일 MBC 대국민여론조사 결과)에 불과한 것이 이를 잘 반영하고있다.

    다만 조국 전 장관 임명 직후인 지난 9월 MBC조사와 비교해 긍정 평가는 3.4%포인트 오르고 부정평가는 4%포인트 내려 긍정과 부정 평가가 다시 역전됐다.

    정당 지지도 역시 더불어민주당 38.2%, 자유한국당 20.7%, 정의당 7.8%, 바른미래당 6.3% 순으로, 조국 정국 이전 수준으로 돌아갔다. 

    또 지난 6~8일 실시된 중앙일보 조사연구팀의 여론조사에서 ‘다음 대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의 정권 재창출을 원하는가, 야당의 정권교체를 원하는가’라는 물음에 ‘민주당 후보가 대통령이 돼야 한다’는 답변(42.5%)이 ‘야당 후보가 대통령이 돼야 한다’는 답변(40.6%)을 오차범위 내(±3.1%포인트)인 1.9%포인트 차로 앞섰다.

    이를 종합해볼때 한달전 조국 정국에서 한국당이 제 1야당으로서 차기 정권 창출 가능성이 치솟았던 것과 달리 현재 정치 상황은 여 야 서로 윈윈하지 않으면 '공멸' 할 수 밖에 없는 절묘한 민심 분할 국면임을 알 수 있다. 1990년 3당 합당 상황과 유사한 정치 환경에 있다고 할 만 하다.

    한편, 문재인 대통령은 10일 여야 5당 대표와의 만찬 회동에서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된 연동형 비례대표 선거법 개정안에 대해 “국회에서 잘 처리되길 바란다”면서도 “다만 국회가 국민의 신뢰를 못 받아 어려운 점이 있다”고 비판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평화당 정동영 대표는 이날 만찬 회동 후 기자들에게 문 대통령이 이렇게 밝혔다고 전했다.

    정 대표는 만찬에서 문 대통령에게 “대통령께서 취임 초 선거제 개혁에 합의하면 분권형 개헌에 찬성하겠다고 국민과 약속한 만큼 선거제 개혁을 앞두고 개헌에 대한 입장을 밝히는 게 당연하다”고 했다. 그러자 문 대통령은 “개헌안을 냈다가 무색해진 일이 있기에 뭐라 말하기는 무엇하다”며 “(선거제 개혁안을) 총선 공약으로 내걸어서 그것이 총선 이후 쟁점이 된다면 민의에 따르는 것 아니겠나”라고 말했다고 정 대표는 전했다.

    또 이날 회동에서 선거제 패스트트랙을 얘기하는 대목에서는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와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가 언성을 높였고 문 대통령까지 나서 말린 것으로 전해졌다.

    설전 후 문 대통령은 “선거제 개혁과 관련해 그동안 가장 적극적인 사람은 바로 나였다. 여야정 상설협의체를 복원해 주요 현안들을 논의하자”고 제안했다. 민주당은 서면 브리핑에서 “문 대통령이 제안해 야당 대표들도 긍정적으로 호응했고 특히 황 대표도 당에 돌아가서 긍정적으로 논의하겠다고 답했다”고 했다.

    정동영 대표는 "나중에는 서로 '소리를 높여서 미안하다'고 사과하고 끝났다"고 밝혔다. 정 대표는 자신이 황 대표에게 "보수 정권에서 김영삼·노태우 전 대통령이 여러 제도를 바꾸지 않았느냐"며 야당 대표로서 '결단'도 제안했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대화 말미에 문 대통령은 "여야정 상설협의체를 다시 가동하면 좋지 않겠느냐"고 강하게 요청했다. 이는 사실상 3당 합당에 버금가는 분권형 개헌에 남은 임기를 바치겠다는 의지를 담은 셈이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은 이 자리서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에게 한국당이 펴낸 정책 대안집 '민부론(民富論)'과 '민평론(民平論)'을 보내 달라고 했다. 민부론은 한국당의 경제 정책 대안, 민평론은 외교·안보 정책 대안을 담은 책이다.

    황 대표는 문 대통령의 임기 반환점을 맞아 위기에 빠진 경제와 안보 등 정책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하며 한국당이 제시한 민부론과 민평론을 잘 검토해 국정에 반영해 달라고 대통령에게 부탁했고, 문 대통령은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며 두 책을 보내달라고 했다는 후문이다.

    이는 임기 반환점을 돈 문 대통령이 야당의 제언에 귀를 기울이겠다는 제스처로 풀이된다. 1990년 3당 합당의 요체인 절묘한 '보완성'이 현 국면에도 작동할 수 있다는 '신호'로 해석될 여지가 충분하다.

    과거는 과거의 미래인 현재의 단서가 될 수 있고 이는 조만간 다가올 미래의 완결을 추동할 단서로 작동할 수 있음을 냉정한 현실에서 배운다.


    베타뉴스 조창용 (creator20@betanews.net)
    Copyrights ⓒ BetaNews.net





    http://m.betanews.net/1098488?rebuild=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