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손톱깎이'식 검찰 자체개혁에 '촛불민심' 타오르다...8차 서초동 집회 르포

  • 조창용 기자
    • 기사
    • 프린트하기
    • 크게
    • 작게

    입력 : 2019-10-06 04:14:41

    ▲ 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초역 사거리에서 열린 제8차 검찰개혁 촛불 문화제에서 참석자들이 휴대폰 플래쉬를 비추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뼈를 깎는 개혁안을 내놓으라고 했더니 손톱을 깎았다. (개혁) 시늉만 한다고 본다”, “검찰개혁은 제도의 문제보다도 의식의 문제”, “사건 (내용) 흘리지 말고 우리 식구, 내 편이라고 감추지 말아야 하는데 이는 특수부 축소로 가능한 게 아니다”

    검찰개혁을 촉구하는 대규모 촛불이 일주일 만에 다시 타올랐다. 검찰의 '뭉개기'식 자체 개혁안에 반발한 민심이 모여들었다.

    5일 한겨레에 따르면, 검찰개혁 사법적폐청산 범국민시민연대(시민연대)는 이날 오후 6시 서울 서초구 서초역 네거리에서 ‘제8차 사법적폐 청산을 위한 검찰개혁 촛불문화제’를 열었다. 시민연대는 지난달 16일부터 21일까지 매일 집회를 연 데 이어, 이후 매주 토요일 집회를 이어가고 있다.

    이날 서울중앙지방검찰청(서울중앙지검) 앞 반포대로 일대는 서초역을 중심으로 서울성모병원과 교대역, 내방역, 예술의전당 방향 도로가 인파로 빼곡히 들어찼다. 시민연대 관계자는 “오후 6시 현재 서울성모병원 방향 누에다리에서부터 예술의전당까지 반포대로 1.6㎞ 구간과 교대역에서 대법원 앞까지 서초대로 1.2㎞구간이 시민들로 꽉 찼다”고 밝혔다.

    광주·전주·대전·춘천 등 지방에서도 참가자들이 버스를 타고 상경해 서초동 일대를 채웠다. 시민연대 관계자는 “(오후 4시30분 기준) 지방에서 버스 80여대가 올라왔다. 캐나다 캘거리, 미국 뉴욕, 제주도에서 왔다는 시민도 봤다”고 밝혔다.

    참가자들은 특수부 축소, 공개소환 전면 폐지 등 최근 검찰이 발표한 개혁안에 대해서도 ‘충분치 않다’고 꼬집었다.

    2009년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당시 경험이 이번 집회 참가에 영향을 미쳤다는 사람도 있었다.

    경기 안산에서 혼자 집회를 찾은 이순애(57)씨는 “노 전 대통령 서거가 이번에 촛불을 드는 데 영향을 미쳤다”며 “10년이라는 세월이 흘렀지만 검찰개혁은 이뤄지지 않았고 망신주기 수사는 여전하다. 검찰은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조국 장관에 대해서는 부정적이지만 검찰 개혁을 외치기 위해 나왔다는 참가자도 있었다. 서울 관악구에 거주하는 비정규직 노동자 임도현(51)씨는 “조국이라는 사람에 대해서는 부정적이지만 이번 사태는 개인에 대한 호감 문제가 아니”라며 “조국 장관은 검찰 개혁의 상징성 있는 인물이자 정치적폐와 국민권력 간 싸움의 중심에 있는 인물이므로 도저히 물러설 수가 없다”고 말했다.

    오전 11시께부터 서초역에서 서울중앙지검 방면으로 설치된 무대 앞 도로에 시민들이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오후 3시께는 서초경찰서 앞 도로까지 인파가 늘었고 오후 3시40분이 되자 서초역에서 서울성모병원 방향 도로 500m가량에 발 디딜 틈 없이 시민들로 가득 찼다. 비슷한 시간 서초역에서 교대역 방향 도로 100m가량과 서초역에서 내방역 방면 도로 100m가량에도 시민들이 자리를 꽉 채웠다.

    참가자들은 ‘공수처를 설치하라’, ‘정치검찰 물러나라 자한당(자유한국당)을 수사하라’, ‘조국수호 검찰개혁’, ‘우리가 조국이다’, ‘견제와 균형이다, 검찰을 통제하라’ 등의 문구가 적힌 팻말을 들고 검찰개혁을 요구하는 구호를 외쳤다. 언론개혁을 이뤄내자는 구호도 나왔다. 주로 40대 이상 중·장년층 중심의 참가자들이 많았는데, 아이 손을 잡고 나온 부모들도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태극기 손팻말이 시위 도구로 등장하기도 했다.

    참가자들은 조 장관에 대한 검찰의 표적수사, 먼지털이식 수사를 비판하며 검찰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선출되지 않은 권력’인 검찰이 아무런 견제도 받지 않고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른다는 문제의식을 가지고 촛불집회에 나온 참가자도 있었다. 남편, 자녀 2명과 함께 부산에서 올라왔다는 신혜영(42)씨는 “검찰은 그동안 자기들이 수사하고 싶은 것만 수사해왔다. 김학의 (성접대 의혹), 세월호 참사, 장자연 등 (검찰이) 어물쩍 넘어온 게 얼마나 많았냐”며 “그런 검찰이 조국 수사에는 검사 수십 명을 투입하는 걸 보면서 검찰이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해 위협이 될 만한 사람은 가차 없이 수사한다는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 참가자 조현미(51)씨도 “검찰 개혁은 일반인들에게도 중요한 문제”라며 “장관이니까 그나마 소리라도 내지, 평범한 시민들은 검찰이 증거 없이 유죄로 몰아가도 소리도 못 내는 그런 것들이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본격적인 집회가 시작되기 직전인 오후 5시40분께가 되자 서초역 모든 출구 주변과 도로 주변 인도가 가득 차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지난주에 이어 이날도 경기 의정부시에서 혼자 촛불집회를 찾은 이한진(65)씨는 “지난주 집회보다 오늘 사람이 더 많은 것 같다. 오후 4시께 교대역에서 서초경찰서 앞까지 걸어서 오는데 사람들을 헤치고 오느라 한시간 정도 걸렸다”고 말했다. 대로 인근 골목도 인파로 가득찼다. 이윤진(44)씨는 “지난주에는 서울성모병원 쪽에서 올라와 인도에 서서 무대를 볼 수 있었는데 오늘은 교대역 방향에서 왔더니 인도까지 사람이 너무 많아서 서초역 8번 출구 이면 골목에 서서 무대를 지켜봤다”고 말했다. 이씨는 “사람이 너무 많아서 쓸려다닐 정도였다”고 덧붙였다.

    한편, 주최 쪽이 경찰에 신고한 인원은 10만명으로 7차 촛불문화제(8천명)에 견줘 10배 이상 많았다. 인파가 늘어날 것을 예상한 주최 쪽은 집회 장소도 지난주 서초역 7번출구·서울중앙지검 정문 근처에서 이날 서초역 네거리로 옮기고 집회 신고 면적도 확대했다.



    • 기사보내기
    • facebook
    • twitter
    • google
    • e-mail
  • Copyrights ⓒ BetaNews.net